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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키포스트 Sep 13. 2022

저 차는 카브리올레, 내 차는 스파이더. 왜 그럴까?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

포드 머스탱 카브리올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컨버터블, 람보르기니 우라칸 로드스터… 어딘가 모델명이 어색하지 않은가? 알다시피 옳은 명칭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 그리고 람보르기니 우라칸 스파이더다.


오늘날 오픈카를 지칭할 때 사용되는 수많은 이름들, 이를테면 컨버터블이나 카브리올레, 로드스터, 스파이더는 모양과 용도에 큰 차이가 있어서 달리 부르는 걸까? 이토록 브랜드마다 명칭을 달리 부르는 이유가 무엇일지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카브리올레 vs 컨버터블

벤츠 E-Class 카브리올레

현존하는 모든 지붕 없는 자동차의 시초는 페이튼(Phaeton), 즉 지붕이 없는 마차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자동차 시대로 넘어가서도 태초의 자동차는 대부분이 오픈카였다. 마차와 비슷한 방식으로 차체를 설계해 지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뿐더러 지붕까지 얹힌 무게를 감당하기에 엔진 성능 및 차제 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후 19세기 말 엔진 성능이 향상되고 차체를 강철로 만드는 기술이 일반화 됨에 따라 지붕을 고정시킨 자동차가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계폐가 가능한 컨버터블 형태의 오픈카가 발전하게 된 건 1940년대 이후 미국.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유럽에 파병됐던 미국인 병사들이 귀국하면서 컨버터블 자동차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1950년대와 1960년대는 미국 브랜드의 소형차부터 대형차를 아우르는 모든 라인업에 컨버터블 모델이 존재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컨버터블이 미국과 영국같이 영어권 국가에서 채택되어 온 명칭이라면 카브리올레는 독일과 프랑스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명칭이다. 카브리올레란 독일어(카브리오)를 프랑스식 발음으로 표기한 단어로서 두 명이 탈 수 있는 크기에 벗기고 씌울 수 있는 지붕이 있고, 경쾌하게 달릴 수 있는 두 바퀴 마차를 카브리올레(프랑스어 : Cabriolet, 독일어 : KCabriolett)라고 불렀던 것이 어원이다. 이러한 형태의 마차는 19세기 초반 프랑스로부터 독일과 영국 등지로 건너왔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벤츠와 아우디, 포르쉐 등의 브랜드는 카브리올레를, 미니와 벤틀리, 포드 등의 브랜드는 컨버터블을 차량 명칭에 붙인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카브리올레와 더불어 데카포타블(Decapotable)이라는 명칭을 쓰는 경우도 많았고 영국의 애스턴 마틴은 컨버터블 모델에 이탈리아어로 ‘비행하는’이란 뜻의 볼란테(Volante)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로드스터 vs 스파이더

로드스터와 스파이더 또한 우리에게 익숙하다. 우선 로드스터는 19세기 미국에서 여행용으로 타기 좋은 말을 가리키는 표현이었다. 이후 자동차가 말을 대체하면서 차에 탄 사람을 악천후로부터 보호할 지붕이나 앞 유리조차 없는 2인승 경주차를 로드스터라고 불렀다. 과거에는 지붕이 아예 없는 2인승 자동차를 일컫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스포티한 성격의 2인승 컨버터블을 대부분 로드스터라고 부른다.

아벤타도르 SVJ 로드스터
페라리 F8 스파이더

스파이더는 상술한 바 있는 페이튼 마차 스타일에서 유래되었다. 그중에서도 스파이더 페이튼이라는 마차는 말이 돋보일 수 있도록 일반 페이튼보다 차체를 낮고 가볍게 만든 것이 특징인 마차였다. 이처럼 낮고 가벼우면서 간단한 모습이 마치 거미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 바로 스파이더 페이튼이었다. 오늘날 스파이더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아우디에서 주로 쓰이는 명칭이다. 대표적으로 아우디 R8 스파이더가 있고 페라리는 대부분의 2인승 컨버터블 모델에 스파이더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며 람보르기니는 V10 엔진을 얹은 우라칸 에보에 스파이더라는 이름을 붙였다. (V12 엔진을 얹은 아벤타도르에는 로드스터를 사용한다)


이외에도 오픈카를 지칭하는 이름은 실로 다양하다. 리무진 오픈카를 뜻하는 랜들릿(Landaulet), 롤스로이스에서 쓰이는 드롭헤드, 포르쉐의 타르가 탑, 스피드스터 등등. 이들을 포함해 오늘 소개한 명칭 모두 명확한 기준 아래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브랜드 별로 고유의 쓰임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동차 산업의 문화와 역사가 깊고 넓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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