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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동 May 02. 2024

이혼 이야기뿐인 줄 알았는데

처음 브런치에 발을 들였을 때는 

한참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내 노후를 담당해 줄 파이프 라인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였어요. 


대한민국 40대 이상의 주부라면 대부분이 김미경 강사님에 빠져서 

모닝짹짹을 하며 새벽 5시에 일어나 자아실현을 외치고 있을 무렵이었고

유튜브, 숏츠, 릴스, AI, 전자책, 티스토리 등등

자고 일어나면 돈이 들어오는 파이프 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바탕 난리가 나던 그런 때였죠. 

(지금도 그렇나요?) 


다들 무언가 하고 있는데 나만 도태되고 있는 것 같다는 그런 느낌. 


그래서 구글 애드센스도 승인받고

유튜브 계정을 3개 만들고 (하고 싶은 게 많았거든요.)

챗GPT, 뤼튼 등을 이용해서 구상해 둔 동화책을 하나 만들(다 말고)

절약왕 정약용 채널을 하루에 두세 개를 보고 꼭 따라 해보다가 아 ~ 어렵네 하고 

그렇게 하루를 또 보내고 

브런치도 그냥 그런 파이프 라인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그 어렵다던 구글 애드고시도 한 번에 통과한 내가 

브런치에서 자꾸 떨어집니다. 


시작은 기세가 늘 좋은 저인데 

브런치가 자꾸 발목을 잡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려면 작가가 되야한다는데

너, 뭔데 날 자꾸 떨어뜨리는 거야. 


그래서 브런치에 있는 글들을 찬찬히 보기 시작했습니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보이는 건 죄다 이혼 이야기뿐.

몇 페이지를 넘겨도 

이혼

이혼

이혼

그래서 떨어졌구나 싶었습니다. 


아! 브런치는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의 공간이었구나. 

그러기에 내 글은 너무 파이팅이 넘쳤구나! 


나 이제부터 열심히 살 건데, 내 얘기 좀 들어볼래?

내가 지금부터 1억 모아볼게 함께 해볼까? 


머,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충 그랬던 것 같습니다. 


주로 초록창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성격은 그렇거든요. 

나 이거 하는데, 같이 으쌰으쌰 해보자! 

너 이거 한다고? 내가 응원해 줄게! 

우와 너 대단한걸?! 


이건 제가 파악한 거지만 

브런치 작가가 되는데 사실 가장 현실적인 도움이 된 건 무엇보다

저보다 먼저 브런치 작가가 된 친구의 팁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하라는 대로 한 게 가장 컸죠.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작가가 되었지만

사실

여기도 

저기도

다 재미가 없었습니다. 


이혼할 것도 아닌데 무슨 얘기를 쓰지. 

난 잘하는 것도 없는데 무슨 얘기를 쓰지. 


그렇게 고민만 하다가 또 모든 것이 방치된 채 시간만 흘러갔어요. 


그러다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그냥 끄적끄적 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내 이야기요. 


여기라면 아무도 관심 주지 않을 것 같아서요. 

아무도 으쌰으쌰 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요. 

아무도 우리 함께 열심히 살아보자 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요. 

아무도 내일도 힘내!라고 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렇게 몇 번을 아무 생각 없이 끄적거리다 

문득 같은 고민을 하는 작가님의 댓글을 보고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제야 다른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둘러보기 시작한 브런치에는

신기하게도 다른 이야기들도 있었더라구요. 


그림을 그리시는 분, 시를 쓰시는 분, 아이를 키우시는 분, 

병마와 싸우시는 분, 엄마를 떠나보내신 분, 아빠를 떠나보내신 분 등등


돈 버는 이야기로만 가득한 다른 플랫폼들 속에서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어요. 


소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하루가 또 지나갑니다.


파이팅 넘치게 조급함만 가득 남기고 흘러버린 하루랑 다르게 말이죠. 


조금씩 조금씩 브런치가 소중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글들을 읽고 감동받느라

아직

설거지도 못했어요. 

이게 오늘의 일 하기 싫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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