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tta, Måneskin, Muni Long
틱톡은 '프로슈머'로서의 팬들의 역할이 가장 두드러지는 플랫폼이다. 팬들이 만든 콘텐츠를 아티스트 역시 소비하고 때로는 새로운 콘텐츠로 재창작한다. 아티스트가 팬들이 만든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주목할수록 당연히 팬덤은 공고화되고 팬덤이 만들어내는 2차 콘텐츠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등을 필두로 틱톡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제작하는 하이브를 제외하면 KPOP 기획사들은 글로벌 팬덤이 제작하는 2차 콘텐츠에 생각보다 무관심한 듯하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적극적'이란 단순히 틱톡 선공개나 댄스챌린지 콘텐츠를 기획하고, 타 아티스트들과 댄스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다. 팬들이 제작하는 2차 콘텐츠를 반영하여 KPOP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는, 팬덤과의 소통이 확연히 두드러지는 마케팅 전략이다. 의외로 이러한 전략에 대해 현재 KPOP 기획사들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미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며 성장한 KPOP 산업에서 틱톡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점점 증가할 것이며, 보다 공격적인 틱톡 마케팅 전략 수립의 필요성 역시 점차 커질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발표된 그래미 어워드에서 신인상 후보로 지명된 아티스트 Anitta, Måneskin, Muni Long이 어떻게 틱톡을 마케팅 툴로서 활용하고 있는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지금 당장은 무의미할 수 있으나, 조만간 KPOP 마케터에게 유익한 마케팅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
Anitta - "Envolver" Challenge
작년 12월 발매된 Anitta의 "Envolver"은 틱톡 챌린지 바람을 타고 올 3월 역주행에 성공했다. Anitta는 2월 말 본인의 Envolver 퍼포먼스 영상을 틱톡 계정에 업로드하였는데, 이 영상의 반응이 좋자 아예 "Envolver Dance Challenge" 튜토리얼 콘텐츠를 제작했다. 이후 많은 여성 틱톡커들이 해당 안무를 따라하기 시작했고, 한번 붙은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Anitta가 틱토커들의 댄스 영상에 대한 반응이었다. Anitta는 이들에게 댄스 챌린지를 단순히 spread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틱토커의 안무 영상을 듀엣 기능을 활용하여 리액션하기도 했고, 팬들의 챌린지 영상을 짜집기해서 누가누가 잘했냐는 식의 'Who did it best?'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렇게 아티스트의 틱톡 계정에 등장한 팬들은 아티스트에게 '간택받았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고, 당연히 이러한 '간택'을 받기 위한 여러 팬들의 콘텐츠 제작이 추가로 이어진다. 충성도 높은 팬덤에게 어필함은 물론, 음악에 대한 바이럴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전략이다.
Måneskin - "The Loneliest" Challenge
틱톡에서 떠오른 밴드, 모네스킨은 신곡 "The Loneliest" 발표와 맞춰 틱톡 프로모션 "The Lonelinest Challenge"를 진행했다. 모네스킨은 멤버들이 신곡의 후렴 부분을 부르는 총 다섯 개의 에피소드 영상을 업로드하였으며, "We're waiting for your version of The Lonelienst"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팬들이 틱톡에 업로드하는 영상을 이후 틱톡 콘텐츠화할 것이라는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이후 모네스킨은 팬들이 업로드한 챌린지 영상에 대해 듀엣 기능을 활용하여 리액션을 남기고, 컴필리에이션 형태의 2차 콘텐츠를 제작했다. Anitta와 유사하지만 에피소드 형태의 시리즈 영상을 제작하여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댄스 챌린지 참여를 독려했다는 부분이 다르다.
Muni Long - "I Wish I Had A Time Machine" Challenge
R&B 가수 머니 롱의 "Time Machine"은 타임머신이 있더라면 이 사랑을 시작했던 그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한 서린 노래다. 하지만 머니 롱이 주도한 "I wish I had a time machine" 챌린지는 훨씬 더 유쾌하다. 머니 롱은 일상에서 타임머신을 소환하고 싶은 순간을 에피소드 형태로 풀어냈다. 그녀가 무거운 귀걸이를 착용한 것을 후회하는 영상부터 전날 보닛을 착용하지 않고 잤다가 머리가 뻗친 틱토커, 일을 구했으나 무직 상태를 그리워하는 틱토커 등 다른 틱토커들의 영상도 에피소드에 포함했다. 그 결과 많은 틱토커들이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여러가지 순간들을 연출하며 챌린지에 동참했다."I wish I had a time machine"이라는 쉽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사를 틱톡 챌린지에 활용하여 참여를 유도해낸 전략이었다.
지금까지 올해 그래미 시상식 신인상 후보에 지명된 세 명의 아티스트들의 틱톡 마케팅 전략에 대해 살펴보았다. 지금 당장 국내에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으나, 글로벌 팬덤을 적극 공략해야 하는 케이팝 산업에서는 충분히 주목할 만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주요한 레퍼런스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