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탐사연구소(UEL) 대표 조남석에게 묻다.
우주 덕후, 공돌이, 연구소의 대표. 이 사람을 대변하는 단어들입니다. 한국의 달 탐사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꿈 하나로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는 그의 발자취는 어디까지 자국을 남겼을까요. 그리고 그를 지금까지 나아가게 한 삶의 동력은 무엇일까요.
내 주변 가까이, 삶의 근육을 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루업(GREW-UP). 아홉 번째 에피소드. 무인탐사연구소(UEL) 대표 조남석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남석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탐사장비를 개발하고 있는 무인탐사연구소 대표 조남석입니다. 서울에 있는 모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대학원생이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돌공돌한 학생이자 앞으로 달에서 활동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요즘 일론 머스크를 포함한 전 세계의 부자들이 우주산업에 뛰어들 정도로 최근 우주분야에 엄청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민간주도의 우주산업인 뉴스페이스(New Space) 키워드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만큼 우주에 관한 많은 비즈니스들이 생겨나고 관련 산업들이 발전하고 있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이 변화의 시기에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단 생각에 고민이 많습니다.
최근엔 TVCF를 촬영하셨죠.
흠.. 이 질문은 제가 보안서약을 했기 때문에 이야기드리긴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굳이 하자면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최근 급부상한 뉴스페이스(New Space)가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로켓 개발, 인공위성 스타트업도 있지만 앞으로 내다보았을 때, 우주탐사를 준비하는 스타트업도 하나의 좋은 스토리가 될 수 있어 제가 선택된 것 같습니다.
학부 시절, 부산에서 연구소를 차리셨다고요.
맞아요. 대학을 다닐 무렵 부산에서 연구소를 처음 차렸습니다.
지금 연구소는 서울에 있다고 들었어요.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을 하게 되면서 연구소를 서울로 옮겼습니다. 그전에는 2년 동안 부산과 서울, 학업과 일을 오가며 생활했었고요. 석사 과정을 서울로 다니게 되면서 통학을 하게 되었거든요. 주변에서는 이동 시간에 연구를 해야 한다며 우려의 조언도 주셨지만, 20대 시기에 이 정도(?) 해봐야 나중에 재밌는 일화가 생길 것 같아 통학을 시작했습니다.
수업이 있을 때면 새벽에 출발해 낮 시간 동안 수업을 듣고, 그다음 날 새벽에 부산에 도착하는 극한의 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2년을 생활하니 말로 표현하긴 조금 어렵지만 남들과 다른 무언가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박사 과정을 시작하게 되면서 더 이상 통학을 하기엔 체력이 버거워 서울로 연구소를 옮기게 되었지만 그때의 경험에 후회는 없습니다.
NASA와도 프로젝트를 함께 한 이력이 있으시다고요?
대부분 NASA가 미지에 싸여 있는 천재들의 기관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맞긴 맞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NASA와 일하시거나 NASA에서 근무하는 한국 출신분들도 생각보다 많이 있으십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고등학교 시절 KIST에서 열린 <우주를 사랑하는 전 세계적인 파티 Yuri's Night>의 한국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인연으로 NASA의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무인탐사연구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무인탐사연구소는 달에서 활동하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꿈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항공기에 관심이 많아 *RC비행기나 RC헬리콥터와 같은 무인항공기(드론)를 만들었고, 대학에 와선 멀티콥터 형태의 드론도 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드론을 만지는 분이 몇 없을 때라 나름 여기저기서 많이 불러주셨습니다.
그 당시 대한민국의 우주개발 계획을 보면 10년 뒤쯤 달에 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표한 바를 이루려면 박사 과정을 밟아야겠다는 결심도 있었지만, 박사 과정을 방금 마친 연구자에게 탐사 로봇을 만들 기회가 주어질까? 란 의문도 들었습니다.
학업도 학업이지만 로봇 개발 활동을 하고 있어야 한국의 달 탐사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고, 그 생각을 계기로 드론이나 탐사로봇을 개발하는 무인탐사연구소(UEL)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때가 드론 활동을 오랫동안 하며 스카우트 제의들이 들어오던 시기였는데, 한 분야에서 열심히 하면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무언의 자신감이 무인탐사연구소를 차리게 된 큰 이유가 된 것 같습니다.
막 연구소를 처음 냈을 때 '실력도 없는 게 나대지 마라', '빌어먹는 짓 하는 거다', '뭐가 뭔 줄 아냐'라며 훈수 두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밖에서 나돌지 말고 자기 밑에서 일하라는 말도 많이 들었고요. 그래도 지나고 보니 그런 말들이 원동력이 되어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RC = Radio Control의 줄임말로 전파나 적외선을 이용해 일정 범위 내에 원격으로 조종하는 완구를 일컫는다.
막 연구소를 처음 냈을 때 '실력도 없는 게 나대지 마라', '빌어먹는 짓 하는 거다', '뭐가 뭔 줄 아냐'라며 훈수 두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지나고 보니
그런 말들이 원동력이 되어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럼 무인탐사연구소에서는 달 탐사 로봇을 만드는 연구를 주로 하시겠군요.
네. 달에서 활동할 수 있는 로버 개발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로버 개발 이외에는 드론과 관련된 연구를 이전에 주로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태양광 무인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달 탐사 로봇 개발은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진행하시는 건가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울퉁불퉁한 달의 지형에 잘 주행할 수 있는 바퀴의 형상이나 충격을 잘 흡수할 수 있는 로버의 서스펜션 구조와 같은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한국 최초로 화성 탐사 모의기지(MDRS)에서 탐사 로버를 테스트했고 2019 국제우주대회(IAC)의 우주전시회에 부스를 설치해 달 탐사 로버를 선보였습니다. 근래엔 한국의 NASA,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로비에 제가 만든 달 탐사 로버가 전시되기 시작했고요. 하나하나 단계를 나아가면서 제가 이루고 싶은 목표에 도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왠지 남석님은 취미조차 우주와 관련되어 있을 것 같아요.
별 관측하는 게 취미예요.
별 관측이라니 낭만적인데요. 기억에 남는 별 관측 에피소드를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천체망원경으로 처음 달을 봤을 때나 안드로메다 은하를 처음 마주한 순간도 기억에 남는데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과학탐험대의 일원으로 팀원들과 함께 서호주 사막을 탐험하던 중 만난 은하수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일정이 늦어져 컴컴한 야밤에 앞만 보고 운전을 하던 중, 목을 풀 겸 고개를 돌리니 밤하늘을 에워싼 은하수가 눈앞에 펼쳐지더라고요. 금방이라도 별이 쏟아질 듯한 그 은하수 밑에 텐트를 치고 잠을 청했던 경험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사실 이 에피소드 말고도, 전체 촬영을 하고 싶어 DSLR 카메라를 사서 밤마다 학교에 올라갔던 때도 생각나는데요. 그렇게 추위에 떨면서 마침내 별 일주 사진을 카메라에 찍었을 때의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정말 멋진 경험이셨군요. 우주덕후 남석님의 최애 우주 영화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영화 <마션>을 뽑고 싶습니다. 개발자의 입장으로 영화의 내용이 충분히 금전적인 여건이 된다면 지금도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면에서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책 같은 경우에는 우주비행사 마이클 콜린스의 이야기를 담은 <플라이 투 더 문>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우주인으로 선발되는 과정부터 달에 착륙을 하기까지, 자신의 뜻을 관철하고 하나의 일에 몰두하는 삶이 얼마나 대단한 지에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습니다.
몰두하는 삶의 대단함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남석님의 인생철학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을까요.
제 인생철학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무조건 해보는 것, 그리고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전문성을 가지고 임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는 직업이나 일이라도 전문성과 철학을 가지고 하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무슨 일을 하든지 늘 전문성과 철학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의 다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하는 일이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제가 지금의 환경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한다는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탐험가입니다. 말을 기를 수 있을 때부터 새로운 길을 개척했고, 배를 건조할 수 있게 되면서 더 넓은 대륙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렇게 인류는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며 발전했고 지금까지 도달했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넓혀가는 그 변화의 기로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열심히 나아가고 싶습니다.
인류는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며 발전했습니다.
세계를 넓히는 기로 속,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열심히 나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