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이시온에게 묻다.
자신을 나아가게 하는 것이 '결핍'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습니다. 스물일곱의 사진작가 이시온. 문화기획을 전공했지만 사진작가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그는 지금의 상황이 불안하지만, 이 불안함 조차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자기 자신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따듯한 품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따듯하고 부드러운 시선, 그리고 스물일곱의 흔들림 사이 초점을 잡아 지금을 살아가는 시온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시온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사진작가로 활동하신다고 들었어요.
네 현재 프리랜서로 사진과 영상을 하고 있어요.
언제부터 사진작가로 활동하시게 되었나요?
스무 살쯤 교회를 다닐 무렵이었는데요. 놀이터에서 노는 교회 아이들의 모습이 참 이쁘더라고요. 그래서 교회에 있는 카메라로 아이들이 노는 모습들을 찍곤 했어요. 카메라가 좋다 보니 사진이 참 이쁘게 잘 나오더라고요. 그때 사진의 매력을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당시에 교회에 카메라에 능숙하신 지리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분께 카메라 조작법을 배우기도 하며 조금씩 카메라에 능숙해졌어요. 그 후엔 작은 카메라를 사서 어딜 가든지 가지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죠. 특히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을 다니며 풍경 사진을 자주 찍었는데 그러다 보니 여행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꿈이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그 직업으로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답은 내리지 못했어요. 그래도 언젠가 내 사진으로 전시회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끔 여행 사진 공모전에도 나가보고, 직접 찍은 여행 사진으로 엽서도 만들어서 플리마켓에 팔기도 했었는데요. 코로나가 터진 이후에는 여행을 가지 못해 그때부터 인물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거죠.
그럼 취미에서 직업으로 전환이 된 시기가 작년일까요.
맞아요. 코로나 이후에 여행을 가지 못해 인물 위주로 찍다 보니 재미도 붙고 매력도 있더라고요. 자신감도 생기고요. 그래서 인물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쌓고 어떻게 이 분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생각하다 요즘에는 인물 스냅 위주로 일을 하고 있어요.
인물 사진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사진들을 촬영하시는 건가요?
주로 개인 스냅사진을 찍어요. 행사 사진 의뢰가 들어오면 출장을 가기도 하고요. 결혼식이나 돌잔치 같은 기념일 사진도 촬영하고 있어요.
사진작가 이외에 하고 싶었던 일도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 시절에 휴학하고 3개월 정도 방송국에서 인턴으로 일을 한 적도 있고요. 막내 작가로 입사를 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조연출에 작가 일까지 해야 하더라고요. 정말 할 수 있는 일은 다 시키셨고.. 또 다 해냈죠!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안 맞는 부분도 상당했고요.
휴학 후에는 인턴을 그만두고 학교에 돌아와 졸업했어요. 졸업하고 나서는 프리랜서로 영상 촬영이랑 편집 일을 했었고요. 지금도 하고 있지만.. 하면서도 영상은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사진 쪽으로 기회만 된다면 하고 싶다. 가고 싶다. 이렇게 마음이 자주 들었죠.
정말 사진 찍는 걸 좋아하시는군요! 사진의 어떤 매력에 푹 빠지셨을까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구도를 제가 발견을 할 때? 풍경도 그렇고, 인물도 그런데요. 제가 발견한 구도로 사진을 찍고 난 후 결과물이 잘 나오면 정말 희열을 느껴요! 또 사진을 찍고 난 후에 의뢰인 분들께서 제가 찍은 결과물을 마음에 들어 할 때 만족감을 많이 느껴요.
최근엔 텀블벅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컨셉 사진을 찍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프로젝트 이름은 '손민수 프로젝트'에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손민수는 유명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에 나오는 인물이에요. 여주인공이 하는 건 다 따라 하는 캐릭터죠. 사실상 빌런 캐릭터인데 인터넷상에서는 누군가의 스타일을 따라 하고 싶을 때 '손민수 한다'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손민수 프로젝트'는 의뢰인이 평소 좋아하거나, 표현하고 싶은 스타일을 가진 인물들을 모방하는 걸 컨셉으로 스냅사진을 찍는 거예요. 코스프레처럼 캐릭터나 인물의 모습을 똑같이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손민수하는 대상의 여러 가지 모습 중, 의뢰인이 가진 매력을 가장 살릴 수 있는 요소들을 분석해 촬영을 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취지라고 할 수 있어요.
진행 방법이 궁금해요.
프로젝트에 후원해 주시는 분들께 촬영권을 리워드로 드려요. 촬영이 진행되면 의뢰인이 손민수 하고 싶은 인물이나 캐릭터에 대해 몇 차례 컨설팅을 진행 후 스냅사진을 촬영할 예정이에요.
다들 취업 준비를 할 무렵에 프리랜서를 하겠다는 다짐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사실은 지금 불안해요. 제가 휴학을 반 학기씩 두 번을 했어요. 그렇게 총 일 년을 쉬었는데요. 그렇다 보니 휴학을 하고 돌아올 때마다 수업을 같이 드는 친구들이 갈리는 거예요. 특히 4학년 때에는 조기 취업하는 친구들도 있다 보니 친구들과 수업을 듣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더라고요. 취업하게 되면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막 학기까지 취업에 대한 걱정보다는 학교에 가는 자체를 즐겼던 것 같아요.
졸업 이후에도 1~2년까지 크게 취업에 대한 불안함은 없었는데요. 요즘 들어 조금씩 불안해지고 있어요. 오히려 부모님이 저보다 더 걱정이 없으신 거 같기도 해요. 가끔은 나도 이렇게 불안한데 부모님은 괜찮을까 하고 떠보기도 하거든요. '나 걱정 안 돼?'라고요. 그럼 아빠는 내가 옆에 있으니까 괜찮다고 말씀하시고, 어머니는 쿨하게 네 인생인데 뭘~ 네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말하세요.
경제적인 부분에서 오는 불안함일까요.
그렇죠. 아직 수익이 안정적이지 않으니까요. 취업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데, 나이가 점점 먹어갈수록 취업은 힘들어질 테니까. 그 부분에 대한 불안함인 것 같아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구도를 발견할 때, 그리고
사진의 결과물이 만족스러울 때, 정말 희열을 느껴요.
시온님의 앞으로의 꿈과 목표가 있다면?
제가 아직 작업실이 없어요. 그래서 지금 당장의 목표는 개인 작업실을 가지는 거예요. 작업실이 없다 보니 야외에서 촬영하거나 스튜디오를 대여해야 하거든요. 개인 작업실이 생기면 해보고 싶은 사진들을 더 다양하게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음.. 그리고 꿈은.. 약간 꿈이라고 말하기엔 좀 거창하고,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상업 사진을 찍는 포토그래퍼가 되는 거예요. 연예인 화보 촬영이라든가. 앨범 재킷을 찍는 작가요.
반대로 지금까지의 나의 일상을 지탱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사실 이 질문을 미리 받고 나서 좀 생각을 해봤는데요. 지금까지의 삶을 모두 통틀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사실 제가 좀 욕심이 많아요. 소유욕도 있고요. 그래서 저는 '결핍'인 거 같아요. 나에게 없는 것,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채우고 싶은 마음으로 하나하나 해내거든요. 지금의 목표인 작업실도 저에겐 그런 의미예요. 그런 식으로 하나씩 나아가고, 이뤄가고 있고요.
결핍이 시온님을 나아가게 하는 단어군요.
하하 맞아요.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음.. 지금의 저에게는.. 나이가 들면서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불안도 커지겠지만 자연스러운 거야. 모두가 겪는 과정이니 너무 심하게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행복의 기준을 밖에서 찾지 말고.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자. 그리고 조금만 더 부지런해져!
제 인생의 근육은 결핍인 것 같아요.
나에게 없는 것, 가지지 못한 것들을 채우기 위해
하나씩 나아가고 이뤄내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