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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희 Feb 17. 2022

<Part1> 01. 로그아웃.

Today's recipe. 연어 꽃 초밥과 연어 꽃 리스 샐러드.

 

 아이의 울음소리에 눈을 떠 비몽사몽 한 채로 하루를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문득 여긴 어디지? 나는 누구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선택한 길이지만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주할 때면 가끔 이렇게 현타가 온다. 결혼도, 육아도 그랬다. 아니 인생이 그랬다.


유년시절의 나는 나중에 크면 절대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버지의 연이은 사업 실패로 평범한 주부였던 엄마는 하루아침에 가장이 되었고 작은 식당을 하며 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었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삼촌은 술에 취해 찾아와 살림을 부수며 행패를 부렸고 이모는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며 엄마에게서 돈을 가졌다. 이런 상황이 탐탁지 않았던 아버지는 술만 드시면 엄마에게 욕을 하고 머리채를 잡아 흔들었다. 이렇게 눈물 마를 날 없는 엄마의 인생은 같은 여자로서 늘 안쓰럽고 불쌍하기만 했다. 가끔 이런 현실이 나조차도 버거워질 때면 나는 괜찮으니 제발 이혼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우리끼리만 살자고 엄마에게 애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너희가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안된다고.. 이런 유년시절을 보내다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비혼 주의자가 되었다. 혹시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아이는 낳고 싶지 않았다. 엄마처럼 자식들 때문에 불행한 현실에 발목을 잡히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나는 결혼을 했고 두 아들의 엄마가 되었다. 자상한 남편과 토끼 같은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하지만 그래도 시댁과 마찰이 있거나 처음 하는 엄마 노릇이 힘이 들 때면 잠시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현타가 올 때면 나는 로그아웃을 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고 먹으면서 충전을 한다. 이 시간만은 남편도 아이들도 모두 아웃이다. 남편과 아이들은 야채나 해산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덕분에 샐러드와 회를 좋아하는 나도 늘 고기 위주로 먹는다. 그래서 내가 로그아웃을 하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바로 초밥과 샐러드이다.



Today's recipe.

<연어 꽃 초밥과 연어 꽃 리스 샐러드>

1. 김초밥 모드로 꼬들꼬들하게 지어낸 밥 한 공기 또는 따끈하게 데운 즉석밥을 넓은 그릇에 담아 한 김 식혀준다.

2. 소금:식초:설탕을 1:2:2의 비율로 넣고 설탕이 녹을 때까지 저어준 뒤 밥에 넣고 잘 섞어준다.

3. 도마 위에 랩을 깔고 단촛물과 잘 섞은 밥을 한 수저 떠서 랩 가운데에 올린 뒤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둔 아보카도를 밥 가운데 넣고 다시 그 위에 밥을 올려준다.

4. 랩의 끝을 모아서 밥을 동그랗게 뭉쳐준 다음 접시 위에 올리고 꽃 모양으로 돌돌 만 훈제연어를 밥 위에 얹은 뒤 취향에 따라 초장 또는 홀 래디쉬 소스를 뿌려서 마무리한다.

5. 넓은 접시 가운데 소스 그릇을 올리고 주변으로 샐러드용 야채와 방울토마토, 삶은 메추리알

그리고 꽃 모양으로 돌돌 만 연어를 올린 뒤 취향에 맞게 소스를 곁들이면 연어 꽃 리스 샐러드도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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