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희 11시간전

사는 게 나만 힘든 것 같을 때가 있다.

 사는 게 나만 힘든 것 같을 때가 있다. 그건 아마도 내가 사는데 진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진심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 일 것이다.


드라마 낮과 밤이 바뀐 그녀에서 주인공 미진은 8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낙방한 우울한 20대 취업준비생이다. 간절했던 공무원 면접에서 떨어지고 취업 사기로 부모님의 돈까지 날린 미진은 말한다. "나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단 하루도 마음 놓고 쉰 적 없이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미진은 취업에 진심이었지만 8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진의 진심은 통하지 못한다. 그러다 좌절한 미진이 술에 취해 고양이를 따라 우물에 빠지게 되면서 하루아침에 나이 들게 되고 행방불명됐던 이모의 신분으로 시니어 인턴에 합격하게 되며 비로소 취업에 성공하게 된다. 참 드라마다운 설정이지만 되고 싶다는 취업은 안 시켜주면서 술에 취해서 빈 엉뚱한 소원만 들어주다니 하늘도 참 짓궂구나 싶었다. 그리고 하늘은 비단 드라마 속에서만 얄미운 게 아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경력이 단절됐고 육아에 전념하게 됐다. 그 사이 가장의 무게를 실감한 남편은 직장생활만으로는 힘들겠다며 일을 그만두고 작은 가게를 열었다. 그런데 타이밍이 좋지 못했다. 코로나로 잘 되던 가게들에서도 곡소리가 들려왔다. 게다가 코로나는 변이를 거듭하며 전 세계를 들었다 놨다 했다. 남편은 배달 장사를 시작하고 새벽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밤낮으로 애썼지만 빚은 점점 더 늘어만 갔다. 나는 나대로 집에 갇혀 나 홀로 해야 하는 독박육아에 지쳐갔고 늘 모자라는 생활비에 한숨만 늘어갔다. 그래서 더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모하게 일을 벌인 남편에게 상냥하기가 힘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았던 코로나의 터미널은 빠져나왔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남편은 코로나 기간을 버텨내며 받았던 대출의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느라 여전히 힘들었고 어려워진 경제에 소비는 줄고 물가도 오르면서 가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코로나로 우울하고 답답했던 마음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은 경쟁을 하듯 여행을 떠났고 해외로 사람들이 떠난 국내는 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나 또한 여행을 떠나 즐거워하는 지인들의 SNS를 보며 우울해졌고 아이들한테 미안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결국 몸 고생에 마음고생까지 심했던 남편은 가게를 접고 시골로 내려가서 부모님의 일을 돕기로 했고 기댈 언덕 같은 부모님이 계셔서 참 감사하고 다행이지만 며느리인 내 입장에서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이 상황에 나는 또 한 번 조용히 한숨을 내 쉬었다.


항상 맑으면 사막이 된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야 비옥한 땅이 된다는 스페인 속담이 있다.

이 얄미운 하늘이 우리에게 오늘도 비를 내리고 바람을 불어대도 우리는 진심이라는 우산을 쓰고 계속 걸어갈 일이다. 걷다 보면 모래바람이 날리는 사막을 지나 비옥한 땅에 풍년이 든 황금들판을 만날 날이 올 거라고 믿으며 오늘도 진심을 다 할 수밖에.





매거진의 이전글 그 순간에 진심이었다면 괜찮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