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영순 Aug 10. 2024

견뎌야 하는 여름이 너무 길다

 요즘 까미는 다양한 여름 나기 장소를 찾아낸다. 까미가 안 보여 찾다 보면 이 더위애 옷장에 들어가 있을 때도 있다. 까만 털이 옷 여기저기에 묻어 혼을 내도 소용이 없다.

어느새 큰아들이 개어 놓은 옷 위에 올라가 누워 있는 까미. 흰 티셔츠는 까미 털 때문에 세탁을 다시 해야 한다.

 요즘은 하루 두 번은 옷을 갈아입어야 할 정도로 땀을 흘린다. 비도 수시로 내려 빨래 말리기도 쉽지 않다. 나는 까미 털을 대충 털어내고 그냥 입는다. ‘까만 털인데 잘 안 보이겠지?’ 싶어.

공원 잡목림에서 자고 있는 고양이. 처음에는 죽은 녀석인 줄 알았다.

 7월부터 거듭되는 열대야로 잠을 설쳐서인지 한낮에도 좀비처럼 걸어 다닌다고 생각되는 나날이 계속되더니.


 컨디션이 안 좋아 이틀 연차를 쓰신다던 은토끼님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연락이 왔다. 건강한 청장년도 힘든 여름에 업무도 만만치 않은데 그나마 쉬는 시간 냥이들 밥 주기에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었다.


  나도 갈증을 참기 힘들어 건강을 위해 절대 하지 말라는 차고 달달한 음료를 수시로 먹었다. 자제가 되지 않았다.

 찬 음료를 마시며, 이런 헛생각으로 죄책감을 덜어낼 정도였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


 땀범벅인 채로 박물관과 토성을 며칠 다닌데다 열대야로 인한 수면 부족까지 겹쳐 결국 몸이 이상을 일으켰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선물이 꽃이다.  자주 꽃을 선물해 주시는 선생님이 해바라기 한 송이를 들고 와 건네셨다.

 전날 해바라기 한 송이를 들고 와 ‘선생님과 함께 빙수를 먹어야 여름을 보내 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샘을 만났었다.

망고 빙수에 시원한 라테까지 마셨다. 맛있게 먹으면 칼로리가 0이라며 시원하게 즐긴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저녁부터 콧물이 나더니 목이 붓고 열이 나며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코로난가? 솔직히 겁이 나 병원에 가는 게 꺼려졌다.


 다음 날 아침은 열이 올라 일어나기도 버거워졌다.

 몸이 천근?

 어쩌지???

 누구한테 연락해 공원을 대신 나가 달라고 해야 하나?


 - 배고픈 아롱이가 박물관 주차장을 서성대던 모습이 떠올랐다. 주차장 출입구에 대놓고 앉아 배고프다며 시위할 고등어는 또 어떻고? 사랑이조차 하늘공원에서 내려와 밥 주러 올 사람을 기다릴 텐데!!!  잔디 능선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귀요미는 또 어떻고???-


  오 남매를 억척같이 대학에 보내신 우리 엄마는 평생 진통제를 끊지 못하셨다. 그런 엄마를 보고 자라서인지 나는 해열진통제 먹는 걸 늘 꺼려 왔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사태.

 쟁여두었던 해열진통제를 꺼내 삼켰다. 두통을 진정시키고 열이 좀 내려야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다행히 약이 잘 들었다. 냥이들 밥과 물병을 챙겨 집을 나서도 될 것 같았다. 짐이라도 들어다 주겠다는 남편에게 냥이들이 경계한다며 말린 다음이었다.


 우리나라도 아열대 지방으로 바뀌는지 수시로 내려주는 비 덕에 습기는 많아도 구름이 끼고 해가 쨍쨍하지 않아 걸을만했다. 무엇보다 전날 찾은 장소 근처에서 녀석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어 다행이었다.

 

 입추가 지나며 밤에 우는 벌레들 소리가 가을을 불러오는 것 같은데. 언제 이 더운 여름이 지나갈까?


 집에서 에어컨을 켜면 나는 지금도 살짝 압박감을 느낀다. 뭐든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서다.

 에어컨은 왠지 과소비라는 오래된 의식이 깔려 있어서겠지?

사방이 트인 소수레 위에도 열기가 장난 아니다.

  아롱이와 사랑이는 박물관 하늘 공원 소수레 주변에서 나온다. 모녀가 지내는 곳은 제법 경사진 길을 올라가야 해 땀이 정신없이 흐른다. 하지만 함께 지내는 모습만 봐도 안심이 된다. 아롱이와 눈을 맞추다 보면 눈곱이라도 떼주고 싶어 손이 자꾸 녀석의 눈으로 간다. 까미의 녹내장이 제 엄마의 눈곱 상태와 무관하지 않을 터. 안약조차 넣어줄 수 없으니 그냥 배라도 든든히 채워 이 여름 거뜬히 나기를 바랄 수 밖에~.

밥을 다 먹은 아롱이와 사랑이는 부지런히 나무 그늘을 찾아 간다.

  밤새 목이 아프고 침을 삼키기 힘든 데다 콧물이 멎지 않아 3일째 결국 병원행!

  코로나 검사 때문인지 병원 대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다행히 나는 독감으로 판정.

 다들 폭염과 열대야로 여름 나기가 만만치 않은데 행여 애기샘이나 냥이들에게 코로나를 옮기는 건 아닐까 하는 은근한 걱정을 덜었다.

 

 

작가의 이전글 소소한 날들의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