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을 포기하고 개발자가 된 이유
이전에 난 작은 가정식 식당을 운영했었다. 한 살이라도 이른 나이에 창업을 시작해야 망해도 복구할 수 있다는 나의 조바심 때문에, 멀쩡히 다니던 대학을 졸업하지도 못한 채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가게를 오픈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감사하게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운영할 수 있었고 가게 확장과 직업 전환이라는 마지막 선택의 갈림길에서 난 가게를 접고 다른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후자의 선택을 하게 된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몇 가지 이야기해 보자면, 첫째 내가 제공하는 음식에 대한 불만족이었다. 그 당시의 나는 최선을 다했다지만 턱 없이 짧은 준비기간으로 최소한의 기준치만 통과한 가게가 내 성에 찰리가 없었다.
이 불만족의 간극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벌어졌고 매출이 안 나오는 날이면 상처에 뿌린 소금처럼 더 아프고 쓰리게 다가왔다.
둘째 언제까지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 장사가 잘 되던 시기에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기절하기 일쑤였다. 육체적 고통 이외에 다른 감정을 느낄 여유도,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하나님께서 이런 내 사정을 딱하게 여기셨는지 코로나라는 재앙을 보내주셨고 여유가 생긴 매장 안에서 문득 들었던 생각은 "가게가 망하면 난 어떻게 되지?!"라는 질문이었다.
가게와 나 사이에서 이 관계의 주도권은 내가 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위기 상황이 되자 현실적인 상황들이 적나라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가게는 날 떠나게 된다 해도 잃는 게 없지만, 내가 가게를 떠나게 된다면 무수입, 백수, 대학 제적자 등의 타이틀을 종합 선물세트로 받게 생겼었다. 평생 가게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자각이 들 때쯤 나는 다른 동반자와의 환승을 고려하기 시작했었다.
이별하는 상황과 반대로 나는 다시 처음 자영업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던진 질문들을 답해보았다.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졌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슨 일을 잘할 수 있고 어떤 부분에 흥미를 느끼는지.
늘 진지충의 태도로 삶에 임하는 나에게 질문들에 답 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법.
가게는 직원에게 맡겨두고 난 음악, 영상, 3D 등 다양한 영역을 체험하러 다녔다. 역시나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부분과 현실은 달랐고 쌓인 경험들을 토대로 현재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건 코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가게를 마무리하고 1년이라는 공부 시간을 통해 나는 현재의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내 삶의 자취들에서 내린 결정들이 최선이었는진 모르겠다. 애초에 인생에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기에, 다만 인생에서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지금 내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축적된 현재는 미래도, 과거도 밝힐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