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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넨브릴레 Dec 04. 2022

당신은 진실 찾기를 하고 있나요?

조종사가 들려주는 인사이트 이야기_3/6

인사이트에 대해 써가는 브런치북이다. 아래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인사이트는 "역동적 요소들을 이해함으로써 갈등의 해결에 기여하는 깨달음"이라는 정신의학에서의 정의를 기준으로 한다. 


1부에서 나의 현재 감정상태를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과 갈등 해결을 위해 역동적 요소들을 이해하려는 준비가 돼 있는지 살필 것 등을 얘기했다. 타인의 감정 의존과 착각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2부는 역동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보는 가공된 데이터주변 상황의 이해를 모두 포함한다. 정보의 특성, 정보를 이해하는 연습, 우리도 모르게 정보 때문에 사고의 편향이 생기게 되는 특성 등을 다룰 예정이다.  


이번 편은 "갈등의 해결에 기여하는 깨달음을 위한 역동적 요소는 어떤 특성을 가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특히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생성되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다 보니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판별하는 것이 중요한 인사이트의 과정이 됐다. 


 

1부. 나(我)와 타인(他人)에 대한 인식

지나친 감정과 착각으로 실수할 수 있음을 인지하라_(自)我

우리가 타인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

 ㄴ(원제, 原題) 지나친 감정과 착각으로 실수할 수 있음을 인지하라_他(人)


2부. 역동적 요소들의 이해

(정보의 홍수 시대,) 당신은 진실 찾기를 하고 있나요?

일본 불매운동 반대, 정상일까 비정상일까?

유튜브 세뇌 시대, 필터 버블과 에코 챔버

생존을 위한 편견·선입견, 그리고 용어에 대하여



정보의 홍수 시대다. 진실된 정보를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 

한 때, 공영 방송 뉴스에서 조차 '팩트 체크(Fact Check)'라는 코너가 있었을 정도다. 대부분의 팩트 체크는 정치가들이 하는 말 중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2022년 3월 9일 치러진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당 윤석열(48.56%)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47.83%)를 0.73% 차로 따돌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거 결과를 볼 때, 나와 동일한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 수만큼,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 수가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정치 관련 언급을 배제한다. 


인사이트를 말하기엔 좁은 공간 같은 우리 집으로 초대한다. 

불과 1년 전, 한때 15억 남짓하던 가격이 최근 8억 원대에 거래된 우리 아파트는 송도에 있다. 지하철역과도 가깝다. 특히 우리 집은 중간층인 데다가, 바로 아래는 대피공간으로 지정되어 거주 세대가 없다. 아이들이 뛰어놀아도 좋은, 비록 전세지만 가격이 좀 더 떨어지면 사고 싶은 훌륭한 집이다.

직장이 있는 사람에게 출중한 요리 솜씨까지 바랄 수 없다는 내 의견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기어코 저녁 식사를 열심히 만들어냈다. 식사를 마친 후, 거실에 앉아 과일을 먹을 차례다. 이번에는 내가 사과를 깎으려고 하지만 아내는 한사코 깎지 말라고 말린다. 자기 방에 책을 가지러 갔던 아이가 깡충깡충 뛰어오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외친다.

"아빠~아, 사과, 깎지, 마!"

나는 웃으면서 기어코 사과를 깎고, 아이는 칼이 무서워 내 등 뒤로 다가와 연거푸 안된다고 한다. 무슨 일인 걸까?


여러 방송에서 "사과는 껍질째 먹어라. 껍질에는 안토시아닌 영양소가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얻기 힘든 영양소다."라고 했다. 간단명료한 정보다. 안토시아닌은 시력 저하, 눈의 피로, 백내장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정보를 얻어 본인의 지식으로 만든 후부터, 아내는 사과를 껍질째 먹는다. 

나는 이 정보가 진실이라는 것을 부정하진 않지만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사과 껍질에 있는 영양소를 섭취하는 이득보다,

외부 노출로 인한 자연 노폐물 오염과, 재배자의 의도적인 농약과 왁스 사용 오염을 사과 껍질로부터 완전히 씻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낮은 점 

껍질을 깎고 먹어야 비로소 사과 고유의 맛있음을 느끼게 된다는 점

을 들어 깎아 먹는다. 심지어 나는 한라봉 껍질을 깐 후 알갱이를 감싸고 있는 투명한 주머니를 한 번 더 까서 먹는다. 그게 더 맛있다. 

결국, 거실에서 TV를 보며 함께 사과를 먹으면서도 아내는 껍질째, 나는 깎아 먹는다. 아내는 그런 내가 답답하다.

네 살 아이에게 사과를 주면서 새로운 대립이 생겼다. 서로의 주장을 아이에게 내세웠다. 

아이의 입장에서 볼 때, 도대체 엄마와 아빠가 주장하는 정보 중에 무엇이 옳은 것일까? 

엄마와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서인지, 아홉 살이 된 지금까지 여전히 아이는 사과를 껍질째 먹는다. 아이가 나에게 사과를 깎지 말라고 했던 이유다. 


서로의 대립에서, 나는 "우리가 애초에 사과를 먹는 목적이 안토시아닌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라면 내가 깎아 둔 껍질만 먹을 수 있나?"라고 물을 수 있다. 대화는 이길지 몰라도 인간미는 없어진다. 각각의 주장이 모두 옳기 때문에 정보의 진실성을 떠나 개인의 취향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아이가 한라봉을 먹을 때는 아빠가 알갱이를 감싸는 껍질까지 까서 주는 걸 좋아한다. 아이는 사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어떻게 먹어도 맛에 주는 영향이 덜한데 한라봉은 아빠가 까서 주는 게 맛있다고 한다. 알갱이가 노출된 까인 상태와 그걸 아빠가 까야한다는 두 가지가 충족돼야 한다. 아이에게는 '엄마가 사과뿐만 아니라 과일 껍질 까는 행위를 싫어한다'는 인식이 있다. 그게 "엄마, 한라봉 알갱이가 나올 때까지 까주세요."라는 말이 마음 편하게 나오기 어렵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아이가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한다. 선택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이가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려는 태도다. 나는 그것을 가르친다. 그것이 인사이트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진실을 가려내는 방법

나는 아이에게 손으로 턱을 괴지 말라고 가르친다. 성장기에 치아 배열에 영향을 주어 위·아래 턱이 서로 비뚤어지게 닫히기 쉽다(부정교합)고 설명했다. 아래턱에 자극을 주어 '아래턱 발달'이 촉진될 수 있고 얼굴이 못생겨질 수도 있다고 했다. 치통, 중이염, 이명(耳鳴)의 가능성도 설명해 주었다. 

아이가 모두 알아들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설명을 하면, '어쨌거나 손으로 턱을 괴면 안 되겠구나!'라는 것은 이해한다. 

코를 자주 후비지 말라고 한다. 무심결에 한쪽만 심하게 후빌 경우, 지속적으로 비중격을 한 방향으로 누르게 되어 성장기 동안 비중격 만곡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안경을 쓰면 성장하면서 인상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드림렌즈를 착용하자고 했으며, 잠을 잘·많이 자야 키가 잘 큰다고도 했다. 

그리고, 양치 후 입을 헹굴 때는 열 번 이상 헹구도록 했다. 


여러분은 "양치 후, 물로 몇 번을 헹궈요?"라는 질문을 하면 어떤 답을 하겠는가?


2014년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는 치약·비누·화장품 등에 들어 있는 트리클로산에 대한 정부 질타가 이어졌다. 자주 사용할 경우 몸속에 누적되면서 갑상선 호르몬이나 유방암, 생식기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에 대해 식약처 자문위원장은, 


"... 문제가 있다. 대신에 꼭 그러면 일곱, 여덟 번 헹궈라"


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위 (당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전문가들은 양치질을 끝내고 7~8번 헹구라고 하는데 한 번도 헹군 적이 없다."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김재원 의원과 같이, 지난 수십 년 간 내 삶과 함께 해왔던 양치질에서 나는 헹굼의 횟수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와 달랐던 점은 '양치 후 헹굴 때 일곱, 여덟 번 이상을 헹궈야 했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책 『제3의 물결』로 유명한 앨빈 토플러는 26년 만인 2006년 책 『부의 미래(청림출판)』를 한국에 알렸다. 그의 이름에는 '세계적인 미래학자'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인사이트의 권위자를 의미한다. 

그는 "우리가 진실이라고 여기는 것들은 보통 상호 경쟁적인 여섯 가지의 기준이 있다"라는 점을 들며 '진실을 가려내는 방법'에 관해 말한다. 


합의, 일관성, 권위, 계시, 내구성, 과학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수년 동안 유명 투자가인 워런 버핏이 월 스트리트에 대해 전망한 말은 모두 진실로 통용되었다."라며, 권위가 곧 진실이 되는 것을 설명한다. 

식약처 자문위원장의 양치 후 일곱, 여덟 번 헹구라는 발언은 전문가의 권위가 있다. '헹굼 횟수'는 실험의 결과를 가정하므로 과학이라는 기준도 진실할 것으로 여기는데 영향을 미쳤다. 


당연히 식약처 자문위원장의 말을 들은 이후로 나는 열 번을 헹군다. 두 번을 더 더했다. 애초에, 치약에 있는 어떤 성분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많이 헹궈야 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아이가 스스로 양치질 하기 시작했을 때, 최소한 열 번을 헹구어야 한다고 권했다. 연구결과가 이랬다고 했더니 알아듣고는 "그럼 아빠가 열 번을 세어 주세요"라며 헹군다. 한 번의 권장으로 아이는 매번 열 번 이상 헹궜을까? 나는 수시로 "열 번 이상 헹궈야 계면활성제가 다 없어진데"라고 아이에게 이야기해야 했다. 열 번을 헹군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횟수다.

아내는 양치 후 열 번을 헹굴까?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나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횟수를 세지 않으니 그보다 적은 횟수로 헹굼 하는 경우가 많다. 

의학 관련 정보에 한정해 보자. 아내는 의사인 전문가와 연예인 등 여러 패널이 나와서 농담과 경험을 섞어가며 오메가 쓰리(3)가 몸에 좋다고 하는 정보는 신뢰와 함께 받아들이지만, 딱딱하게 뉴스에 나와서 "양치질 후 일곱, 여덟 번 이상을 헹궈야 한다"는 정보만 전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억에 저장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약하다. 내가 강조해봐야 나에게는 권위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오메가 쓰리가 몸에 좋다고 얘기하는 동시간대에 타 채널 홈쇼핑에서 오메가 쓰리를 판다는 사실을 아내가 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방송국의 의도된 상술 패턴을 나에게 알려줬다. 

우리는 대개 어느 전문가의 이야기라면, 쉽게 진실로 받아들인다. 진실을 가려내기 위한 노력을 생략해도 되기 때문에 편리할 뿐만 아니라 덜 피곤하다. 특히 방송에 나와서 얘기하면 그런 경향이 더 생기는데, 방송사는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는데 노력하는 집단'이라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진실의 배신

나는 식약처의 '양치 후 8번만 헹구면 안전하다'라는 진실로부터 두 가지 배신을 당한다. 


Case 1

어떤 일인지, 식약처는 논란 2년이나 지난 2016년 6월이 돼서야 치약·가글액·구강 청결용 물휴지 등의 용품에서 트리클로산의 사용을 금지했다. 몸에 해롭다는 결과를 얻었다면 당장 중지해야 했다. 해롭지 않다는 결과를 얻었다면 2년 후에라도 중지하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도대체 진실된 정보가 무엇인지 혼란에 빠뜨렸다. 

심지어 같은 해 9월, 아모레퍼시픽 치약 11종 외에 다른 제조사 10여 곳의 치약, 화장품 등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궁금증이 든다. '여전히 문제가 있지만, 여덟 번만 헹구면 괜찮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Case 2

전 세계의 구강 건강 및 웰빙 개선에 전념하는 영국의 독립 자선 단체인 오럴 헬스 파운데이션(Oral Health Foundation)은 2016년 6월 6일, 본인의 홈페이지에,

더 나은 치아 건강을 위해 "뱉고, 헹구지 마라"("Spit don’t rinse” for better oral health)

를 헤드라인으로 하는 뉴스를 올렸다. 한 설문조사에서 62%가 양치 후 물로 헹구고 있으며, 이는 오히려 충치가 생기기 쉽도록 만든다고 했다. 단체의 CEO인 닥터 카터(Dr. Carter)는 "우리의 입을 물로 헹구는 것은 양치질로 인해 남겨진 보호 불소를 씻어내기 때문에 치아에 매우 좋지 않습니다."라고 인터뷰했다. 



도대체 양치질과 관련하여 무엇이 진실인지 미궁에 빠진다. 

그나마 일부 언론에서는 "기질적인 다름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입안의 거품 같은 것을 빨리빨리 없애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반면 서양인들은 구강에 좋은 성분이 들어있으니 가능하면 입 안에 많이 머금고 있으라는 주의다."라며, 한국인과 서양인이 갖는 각각의 기질이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앨빈 토플러가 말한 '진실을 가려내는 방법' 중 기질에 의한 사회적 합의를 의미한다. 서로 다른 기준에서 서로 다른 진실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정리했다. 



교훈을 위한 가정된 진실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쑤린, 다연 출판사)』는 읽으면 나도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과 희망을 주는 책이다.

'실수는 허물이 될 수도 있지만, 나를 완성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챕터에 아래의 예시가 나온다. 

“그 사업은 이미 포화 상태다, 우리에게는 업종에 대한 경험이 없다.”라는 비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판매업체 대표가 의류 인터넷 쇼핑몰로 업종을 전환했다. 1년 후, 심각한 적자에 시달렸고 비서는 다시 “지금이라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업종으로 전환하자”라고 했다. 대표는 고집을 피우며 의류 인터넷 쇼핑몰을 유지했고, 결국 1년 후 파산했다.
대표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면 이렇게까지 큰 손실을 낳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짜 무서워해야 할 일은 잘못을 저지르는 자체가 아니라 잘못을 저질렀을 때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위 사례는 "실수를 인정하고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충분한 설명이 되어 준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긴다.  

구체적으로 누가 겪은 경험이었는지 명확하지 않아 실제 있었던 일인지, 그럴듯한 사례인지 모호하다.

반드시 비서가 옳았던 것일까? 대표 주변에 비서와 다른 의견을 주는 전문가는 없었을까?

대표가 다시 업종을 전환하지 않았던 것이 파산의 주된 이유가 맞는가?

경영의 여러 의사 결정에서 옳고 그름을 단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비서의 말대로 중간에 업종 전환을 했다고 가정했을 때, 파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 또한 빈약하다. 과정이 생략된 채 결과를 가지고 비서가 옳았다고 하는 것은 사후 확증편향일 가능성이 있다.


책에는 교훈을 주기 위한 수많은 예시가 나온다. 위의 내용도 어떤 사건을 단순화해서 제시한 예시 중 하나다. 

세상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어떤 사건을 단순화해서 제시하는 일은 쉽지만,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방식을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책을 읽을 때는 많은 깨우침을 받는 것 같지만 실생활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에는 교훈을 위한 가정된 진실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글을 쓰면서 주로 내가 겪은 사례를 언급하려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이 정보가 옳은지', '무엇이 옳은 정보인지'에 대해 고민하려는 태도다. 그것이 인사이트의 과정이다.  


덧붙임.

1. 한국 환경보건 학회지에 따르면 2021년 12월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의 폐에서 섬유화 증세가 일어나 사망자 1,740명, 부상자 5,902명이 신고 접수됐다고 한다. WHO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 발생 사건을 화학 재해(Chemical incident)로 정의했다. 



1-1.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정부 스스로가 진실에 대한 권위의 기준을 약화시키는 행동을 볼 수 있다. 

2022년 10월 2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안전하다』라고 기사를 낸 애경과 SK를 뒤늦게 고발했다. 그들은 2018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재조사 때 '인터넷 기사는 광고가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2022년 9월 29일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기사'관련 내용을 위헌으로 결정하자 급하게 재조사에 나서 제재했다. 


시그널링: 대기업은 그 자체로 소비자에게 시그널링을 준다. 개인이 집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살균제보다 더 안전하고 효과가 좋은 제품을 만들 것이라는 인식을 준다. 


권위에 의존한 진실: 소비자에게는 단순 광고보다 언론 기사에 더 진실의 권위가 있다. 


스스로 권위를 약화시키는 정부의 행동: 공정위는,

2012년 PHMG/PGH 성분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판매한 옥시 등을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제재했으나, CMIT/MIT 성분 제품을 판매한 애경 등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인체 유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2016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부당 광고 혐의로 신고했을 때는 신문 지면 광고와 인터넷 기사를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신문 광고는 1999년 판매가 종료된 제품에 관한 것이고, 인터넷 기사는 광고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사건 처분시효 및 공소시효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2022년 10월 30일 만료)에서 사법당국의 결정에 의해 '악용한 것'으로 번복하고 뒤늦게 고발했다. 

(연합뉴스 『공정위 '가습기 살균제 안전하다' 기사 낸 애경·SK 뒤늦게 고발(2022. 10. 26)』참조)


내가 받아들이고 있는 진실 중, '정부의 권위에 의존하는 것이 반드시 맞는지' 의구심이 들도록 했다.  

단, 정보는 그 진실이 번복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한 강조의 글이다. 정부를 믿지 말라는 의도는 전혀 없다. 정부는 개인이 할 수 없는 많은 부문에서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2. 2019년 또 한 번 양치 후 헹굼에 대한 이슈가 나왔다.  

그 해 한국 디지털 정책 학회지에 『잇솔질 후 헹굼 횟수에 따른 구강 잔여 세치제의 양에 대한 융합연구(김승연 외)』 논문이 실렸다. 잇솔질 후, 6~7회를 헹궈야 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으로 '치과신문' 등 일부 언론에도 인용됐다. 

연구는 "국외에서는 세치제의 성분 중 하나인 계면활성제의 불필요성 또는 적정 함유량 조정에 대한 관심이 높다."라며, 이에 대한 근거로 영문 제목의 논문을 제시했다. '국외에서는'이라는 내용의 근거였으나, 한국 산학기술학회 논문지(Journal of the Korea Academia-Industrial cooperation Society)에 게시된 한국인이 작성한 논문이었을 뿐만 아니라 작성 시기도 2010년으로, 꽤나 과거의 문건이었다. 

Y. S. SIM, M. A. Jeong & S. H. Jeong. (2010). The Change of Salivary and Oral Bacteria Amount by Composition of SLS Contents of Toothpaste. Journal of the Korea Academia-Industrial cooperation Society, 11(9), 3341-3346

2016년 영국에서는 『더 나은 치아 건강을 위해 "뱉고, 헹구지 마라"("Spit don’t rinse” for better oral health)』라고 하는데, 2019년에 작성되어 언론에도 인용된 『잇솔질 후 헹굼 횟수에 따른 구강 잔여 세치제의 양에 대한 융합연구(김승연 외)』 논문은 왜 그런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여전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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