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에 대해 써가는 브런치북이다. 아래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인사이트는 "역동적 요소들을 이해함으로써 갈등의 해결에 기여하는 깨달음"이라는 정신의학에서의 정의를 기준으로 한다.
1부에서 나의 현재 감정상태를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과 갈등 해결을 위해 역동적 요소들을 이해하려는 준비가 돼 있는지 살필 것 등을 얘기했다. 타인의 감정 의존과 착각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2부는 역동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보는 가공된 데이터와 주변 상황의 이해를 모두 포함한다. 정보의 특성, 정보 또는 상황을 이해하는 연습, 우리도 모르게 정보 때문에 사고의 편향이 생기게 되는 특성 등을 다룬다.
이번 편은 "갈등의 해결에 기여하는 깨달음을 위한 역동적 요소를 어떻게 알아내고 이해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인사이트에 접근하기 위한 정보는 다양하고 어려운 것이 많다.
이번 편은 도전적이다. 생소한 용어, 연도, 백분율, 상대적 통계, 그래프, 사고(思考)의 다양화 등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역동적 요소 이해를 위한 준비로 받아들이고, 정독에 도전해보길 권한다.
1부. 나(我)와 타인(他人)에 대한 인식
지나친 감정과 착각으로 실수할 수 있음을 인지하라_(自)我
우리가 타인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
ㄴ(원제, 原題) 지나친 감정과 착각으로 실수할 수 있음을 인지하라_他(人)
2부. 역동적 요소들의 이해
정보의 홍수 시대, 당신은 진실 찾기를 하고 있나요?
일본 불매운동 반대, 정상일까 비정상일까?
유튜브 세뇌 시대, 필터 버블과 에코 챔버
생존을 위한 편견·선입견, 그리고 용어에 대하여
코로나 이전에 거셌던 일본불매운동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하 나오는 모든 내용은 직접 자료를 찾고 요약하거나 만들었다.
연도, 날짜에 대한 이해 → 시간적 순서에 의한 사건 발생의 이해
대한민국의 판결에서 시작
2018년 10월 30일, 우리 대법원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하고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 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본 정부의 대응
일본은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문제 삼았다.
2019년 7월 1일, 경제산업성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7월 4일부터 시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세 가지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였다.
8월 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주재한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대한민국의 맞대응
우리 정부는 강경하게 대응했다.
8월 12일, 일본의 수출규제와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대응해, 일본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8월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을 종료했다.
9월 11일 WTO에 일본을 제소했다.
일본 정부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는 것은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대규모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기린·아사히, 유니클로, 도요타에서 시작된 불매운동은 점차 여행상품으로 확산됐다.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한 이해의 노력
익명으로 글을 쓰는 앱, 블라인드에는 항공업 종사자들이 모여 있는 '항공 라운지'가 있다. 일본불매운동에 대해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일본불매운동을 반대한다고? 항공사 놈들이 그렇지~"라고 말할 수 있다.
여러분이 다음 내용을 알고 나면 어떨까? 겸사겸사 항공산업의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 노선은 항공사에게 매우 중요한 수익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BCG 매트릭스로 설명해 보고자 한다.
도표나 그래프만 보면 눈이 어지러운 분이 계신다. 나는 2015년 11월에 동작구에 있는 S대학 경제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항공산업의 전략』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했다. 강의안에 BCG 매트릭스를 포함하여 참가 학생들에게 사전 배포했었다. 강의가 두 시간에 불과했고, BCG매트릭스가 이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실제 강의에서는 설명을 생략했다. 여러 학생의 특강 후기 중, "BCG매트릭스 설명을 어떻게 할지 기대했는데 생략되어 실망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열심히 준비했던 나도 아쉬웠었는데, 이제 여러분께 설명해 보고자 한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격이랄까.
그래프 이해의 도전
우선 BCG 매트릭스는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의 명칭으로, 이 회사가 1970년대 초 개발한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 기법이다. 사업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 파악을 가능하게 하며, 자금의 투입과 산출 측면에서 경영전략 의사결정을 돕는다.
국토교통부가 2013년 작성한 자료를 토대로 만든 『저비용 항공사의 BCG매트릭스』다. 2013년 상반기 저비용항공사가 2만 명 이상 수송한 노선 중 상위 63% 노선에 대한 분석으로, 저비용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항공사를 말한다.
위 그래프를 전부 이해할 필요는 없다. 압축해서 설명해보겠다.
시나리오: 저비용으로 대표되는 A항공사는 2014년에 항공기 8대가 추가 도입될 예정이다. 2013년 연말에 지난 3분기 현황을 가지고, 2014년 신규 추가 노선 계획을 세운다고 가정해보자.
원의 크기는 이용객 수에 비례해서 커진다. 저비용항공사의 '인천-홍콩'노선 이용객 수가 가장 많으며, '인천-청도' 이용객 수가 가장 적다.
만약 제품의 상대적 점유율(가로 선)이 낮은데 시장 성장률(세로 선)도 낮은 상품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신규 투자할 가치가 낮다. 그래서 명칭이 도그(Dog)다. 나는 개를 좋아하지만 여기서는 이렇게 정의했다.
시장 성장률도 높고, 상대적 점유율도 높은 상품이라면 어떨까? 말 그대로 우리 회사의 스타(Star)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동일한 평태로, 4개로 나뉜 구간의 각 명칭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이해가 가능해진다.
항공사는 자금줄(Cash Cow)에서 나오는 수익을 스타(Star)에 투입해 성장시키고, 도그(Dog)에서는 서서히 발을 빼거나 신규투자를 하지 않기로 고려할 수 있다. 의구심이 드는 곳(Question Mark)의 경우 노선을 확대할 수도 있고 일찍부터 발을 뺄 수도 있다.
'인천-후쿠오카', '인천-오사카' 노선은 시장 성장률이 높은데 상대적 시장점유율도 함께 높기 때문에 현재 저비용항공사의 스타(Star) 상품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특별히 2013년 자료를 가져온 이유가 있다.
위의 매트릭스는 2014년 직접 작성했고, MBA 수업에서 발표했던 자료다. 발표 후, 어떤 원우(院友, 대학원 동기)가 "작년 말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약진하는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대응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언급이 나왔다던데 이런 이유가 있었네요."라고 했다. 사외이사 중 한 분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했는데, 분석이 현재 상황에서 의미 있는 자료였다는 뜻이다.
그리고, 수년이 지나는 동안 드러난 아래의 두 가지 사실을 통해, 분석된 자료가 시간이 지나도 의미 있었음을 추적 가능했다.
저비용항공사의 시장점유율은 지속 상승한다. 15.3%(’15.3Q) → 20.2%(’16.3Q) → 27.3%(’17.3Q) → 28.9%(’18.3Q) → 28.8%(’19.3Q) ※Q는 Quarter 즉, 분기의 약자로 매년 3분기 시점의 비교를 의미한다.
저비용항공사의 Star 상품에 대한항공도 취항 수를 늘렸다.
특정 산업에 대한 이해 - 항공 시장
1. 가까운 거리의 국제선 수익률이 높은 특성이 있다.
항공사에게는 일본 노선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인데, 한 가지를 더 살펴보자.
2022년 11월 10일 대한항공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다음 두 노선의 왕복 비행기표 가격을 알아봤다.
인천-후쿠오카: 일반석 중위 가격 483,400원(주중, 주말 동일)
김포-제주: 주말 일반 228,800원
'인천-후쿠오카' 노선의 비행시간이 10분 정도 더 긴 것뿐인데, 가격은 두 배가 넘는다. 고정비용인 비행기 리스료와 변동비용인 조종사와 승무원 급여(시간당 수당), 비행기 연료, 공역 사용료(외국의 하늘 길을 날면 이용료를 내야 한다), 공항 이용료 등을 감안해도 '인천-후쿠오카'는 '김포-제주' 노선에 비해 남는 장사다. 더 중요한 건,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대해 비싸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국제선이기 때문이다.
2. 항공업은 재고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 불매운동은 과거와 달리 판매자들도 직접 나섰다는 특징이 있었다.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일본산 제품 판매를 중지하는 안내문을 붙였다.
각 항공사도 일본 노선을 감축하거나 중단했다. 여론에 의해 감축했지만 또 다른 이면이 있다.
항공업은 재고가 없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186석이 만석인 항공기에 100명의 승객이 탑승했다고 가정하면, 86석이 재고인 빈 좌석으로 남는다. 2022년 12월 5일 오후 2시 인천에서 이륙해서 한 시간 후 간사이 오사카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나면, 이전에 남았던 5일 오후 2시 86석의 재고는 사라진다.
2019년 9월 한국-일본 노선 탑승률은 66.2%에 그친다. 일본불매운동 이전인 2017년과 2018년의 9월에는 탑승률이 각각 81.6%와 81.1%였다. 물건을 100개 만들었는데, 전에는 81개가 팔리던 것이, 불매운동으로 66개만 팔리고 나머지는 버리게 됐다는 의미다. 수요가 줄고 있으니 제품 판매량인 비행 노선을 감축해야 했다.
3. 일본불매운동으로부터 특히 저비용 항공사의 타격이 컸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10월 28일 『2019년 3분기 항공운송시장 동향 보도자료』를 낸다. 각종 도표와 꺾은선 그래프들로 채워진 16페이지 보고서는 여러분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든다. 다음 두 가지만 정리해 이해가 가능하도록 해보겠다.
국토교통부 어명소 항공정책관은 “지난 7·8월에 연이어 역대 월별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3분기 역시 분기별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일본 노선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에 따라 분기별 실적(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큰 폭의 여객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2019년 3분기 항공운송시장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노선 이용객 수는 전년 3분기 대비 14.3%나 감소했다. 보도자료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3분기는 여름방학, 휴가, 추석 연휴라는 여행업계의 극성수기가 있는 항공업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때다.
원인은 일본불매운동이었다.
저비용항공사 중 맏형이라고 불리는 제주항공의 경우 연결재무제표 기준 2017년과 2018년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778억과 709억 원이었다. 2019년에는 마이너스 331억 원을 기록한다.
사고의 다양화
자 이제, 여러분께 다시 묻겠다. "일본불매운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항공종사자들의 의견에 대해 "항공사 놈들이 그렇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일부 독자께서는 '나는 처음부터 그런 생각 안 했는데?'라고 하실 수 있다. 한편으로는 항공사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일본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의아스럽기도 하다.
나는 일본불매운동을 해야 한다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정상·비정상' 밈(meme)으로 설명해 보겠다.
일본 제품 불매한다 - 정상
일본 제품 불매 안 한다 - 정상(우리 회사 일본행 비행기 타 주세요-정상)
일본 제품 불매 안 한다고 욕한다 - 비정상
일본 제품 불매하는 걸로 딴지 건다 - 비정상
불매운동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강요나 비난이라는 의견 극단화는 비정상이다"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모든 상황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인사이트를 가능하게 한다.
덧붙임.
1. "항공사 놈들이 그렇지~"는 극단적인 표현이다.
어느 출연자가 방송에서 "방송국 놈들"이라는 익살스러우면서 허를 찌르는 표현한 것을 빌려 보았다.
2. BCG 매트릭스는 정부가 저비용항공사의 약진을 분석하기 위해 만든 자료를 가지고 분석했다.
자료는 항공사를 ①저비용항공사, ②대형항공사, ③국외항공사로 그룹화한다.
상대적 시장점유율은 '저비용항공사 시장점유율 ÷ 외항사의 점유율(가장 큰 점유율)'이다.
3. 같은 일본이지만 '인천-동경'이 Dog에 포함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동경은 한국의 김포공항에 해당하는 하네다 공항과 인천공항에 해당하는 나리타 공항이 있다. '김포-하네다' 노선에 비해 인천 공항에서는 주로 나리타 공항으로 취항하기 때문에 성장률이 낮아 보이는 노이즈 효과(Noise effect)가 포함된다.
4. 가까운 거리의 국제선 수익률이 높은 특성이 있다고 했다. 의구심이 드는 곳(Question Mark)에 있던 '인천-청도' 노선도 수익률이 높은 구간이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까지 취항 항공편이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