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실 오픈을 앞두고 이러저러한 준비를 해야 해서 억수로 바빴다.
유튜브도 보고, 영화도 봐줘야 하는데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도 할 일에 쫓겨서 마음 편하게 하질 못했다. 헤드라인만 보고 그냥 닫으면서 미디어 중독이었던 내가 저절로 치료되었구나 싶다.
대신 책을 읽고, 수업 안을 만들고, 수업 시연을 계속해서 했다.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교실인데, 우리 집에 있는 두 녀석이 1학년, 3학년으로 최고의 환경이었다.
어차피 두 녀석 독서와 글쓰기도 가르쳐 줘야지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내 자식은 가르치기 어렵다 하지 않나.
정말 내 자식들은 더 어려워서 비단 다루듯 조심조심 얼르고 웃기고 하면서 했다. 글쓰기 시간만 되면 왜 그렇게 큰 글씨로 한 줄밖에 안 쓰는지.. 그걸 바꾸려 했다가 아이들이 이 시간이 싫다 할까 봐 겁이 나기도 했다.
요즘 동화를 쓰고, 동시를 쓰고 하면서 아이들을 많이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1학년, 3학년이니 나도 딱 그 수준이 된다. 아이들이 자라면 나도 더 자라겠지만. 내 머릿속에는 초등 저학년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초등 저학년처럼 생각하고 말한다.
그래도 애들 책만 읽다가 가끔씩 어른 책을 읽으면 너무 재미있어서 어른 책만 읽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는다. 다행히 초등 3, 4학년은 중학년으로 중학년부터는 조금씩 어려운 책도 읽을 수 있다. 물론 엄마가 읽어주면서 시작해야 가능하다. 절대 혼자는 안 읽으려 한다. 갑상선 수술 후 목소리가 잘 안 나오고 말을 오래 하면 목이 쉬고, 온몸이 힘들지만,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독서만큼 좋은 것도 없다 하니 요즘에 열심히 읽어주었다. 덩달아 중학년 추천 고전을 읽으니 너무나 재미있고, 살 맛난다.
독서교실 시범 수업도 해야 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무진장 애를 쓰면서 읽어주고 독후 활동과 글쓰기까지 이끌었다. 드디어, 내일은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시범 수업을 한다. 여러 번 했음에도 긴장되고, 실수하거나 까먹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을까 싶어서 걱정이 많이 된다.
동화 써야 하는 것도 밀려 있고, 수업 안도 끊임없이 계속 만들어야 하고.. 요즘처럼 바쁜 나날을 보낸 적이 있었나 싶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 번아웃이 와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내가 느닷없이 떠오른다.
번아웃 치료되었나 보다. 무기력증 치료되었나 보다. 지금은 이 긴장감과 바쁨이 조금 누그러들고, 여유롭게 동화도 쓰고 독서교실 수업도 진행하게 되는 것이 나의 유일한 바람이다.
새롭게 처음으로 시작하는 일 앞에서 자꾸만 작아지고 긴장이 되는 것 어쩔 수 없다. 얼른 시작이 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이런 긴장이 방사선 반감기처럼 뚝뚝 줄어들겠지~
이럴 때는 시간이 약이다. 내일은 아주 긴 하루가 될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가 된다. 내일 저녁에 얻게 될 자신감이 지금 간절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