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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잘안 Feb 17. 2022

13년 같이 살던 아들과 303일간 헤어진다...

큰 가방 3개를 7일간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


14시간 비행기를 타고 떠나, 10개월간 타국에 살게 될 장남의 짐꾸러미였다.


만으로 12살, 4519일 같이 살던 녀석이 303일이라는 긴 시간을 떠나 있겠단다.

기숙형 학교로 진학을 하며,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아들이 싫다고 할 줄만 알았는데, 아무런 미련도 없이 제발 보내달라고 조르는 모습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나랑 사는 게 그렇게 힘들었을까?'

'저 나이에 어쩜 저렇게 용감할까?'


잘 안다고 생각했던 아들이었지만, 전혀 낯선 느낌의 듬직한 청년을 보는 기분이었다.

대견하면서도 서운하고, 기대되면서도 걱정되는...


나도 못가본 나라에 니가 먼저 가서 부럽다는 말 100번쯤 하며 긴장을 풀어줬지만, 말하는 내가 더 떨고 있음을 느꼈다.


태연한 척 하며 일주일에 편지는 5번만 써달라고 빙그시 웃는 모습 뒤에, 엄마가 울까봐 애써 감정을 숨기는 아들의 마음이 보였다.


"엄마 잔소리 안듣고 좋겠네?"

"...음...꼭 그런 건 아니고..."


꼭 끌어안은 나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다독여주는 아들이 벌써부터 그립다. 14살의 그 모습, 10개월 후면 얼마나 자라버릴지...헤어질 때의 모습을 마음에 한땀 한땀 새겨본다.




마음도 몸도 건강하게 자라서 돌아올 우리 장남을 축복하며...

사랑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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