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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잘안 Feb 22. 2022

초등학생에게 자유시간은 얼마나 줘야할까요?

소신과 이론이 충돌할 때

우리 어릴 적 여전히 아파트보다 주택이 많던 시절, 대문을 열고 목청껏 이름들을 부르면 동네 아이들이 모여 들었다. 해가 중천일 때 만나, 하늘이 어둑해질 때까지 온 동네를 누비며 놀았다.


그렇게 놀다 가족들과 저녁 밥을 먹고 나면, 저녁 9시 잠들 때까지 뭘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공부를 하라는 사람도 그닥 없었고, 학원을 보내주지도 않았다.

그냥 대가족 속 어른들 틈에 끼어, 할아버지가 보시는 TV를 잠깐 훔쳐보고나면 집안의 전등은 모두 꺼졌다. 옆집 앞집 비교해봐야, 다들 고만고만하게 살던 그런 시절이었다.(어쩌면 내 주변만 그럴 수도..)




요즘 우리 둘째는 하교 후 오후시간때문에 고민이 많다.

내 어릴 적 모습을 생각하며, 초등 3학년까지 무제한으로 바깥놀이를 허락했었다.


'애들은 많이 놀아야 건강하지. 정신 건강이 육체 건강이야!'

이것이 나의 철학이었다.


옆집 아줌마 이야기 들으며 아이 키우면 망한다고, 지금까지 귀 막고 눈 가리고 내 방법이 맞겠거니 두었는데...

최근들어 살짝 흔들리는 정보를 듣게 되었다.


저명한 교육학자의 유튜브 강연을 보게 된 것이다.

유학파 교수님은 세상 다 아는 표정으로, 초등학생에게 공부를 많이 시킬 필요는 없지만 기본적인 학습 태도는 익힐 수 있도록 '엉덩이 훈련'은 필요하다고 설파하셨다.

심하게 요동치는 나의 내면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 날 이후로, 난 아들을 은근히 압박하기 시작했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지금 니가 학생이면, 책임과 의무는 다 해야지!"

"밖에서 놀더라도 2시간 이상은 넘기지 마라"

"영어 학원은 좀 다녀야 하지 않겠어?"

"매일 독서 20분은 제발 좀 지켜주라...."

등등등등....


나도 모르게 잔소리가 하나 둘씩 늘어갔다.

전체적으로 우리 동네는 공부를 안시키는 것 같다는 불안부터, 우리 애는 엉덩이 훈련이 너무 늦은 것 같다는 분노까지 온갖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아들아, 사람마다 해야 할 몫이 다른거야. 너의 몫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자"


숨 막힐 정도로 지루한 나의 제안에, 11살 아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이 말을 하면서, 사실 내 자신도 확신이 없었다.

이제 11살인 아이에게 인생을 너무 빨리 강론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옆집 아줌마의 교육법이 아닌, 교육학자의 연구 결과는 날 혼란스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너무 많은 정보들이 흘러 넘친다.

정답이 없음을 알면서도, 사람마다 다름을 인지하면서도, 내 자식에게만큼은 객관적 관점이 마비된다.


초등학생에게 얼마나 자유 시간을 허락해야 맞는걸까?

하기 싫다는 아이에게 앉아 있는 연습을 시켜봐야할지, 아이의 현재 마음을 존중하며 '나가 놀아라' 해야할지...

어떤 선택이 더 유익한 것일지, 지금 누군가 정답을 알려주면 좋겠다.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결과를 보고나서야 '그 때 그걸 샀어야했어'하는 후회를 토해내듯, 자식 일도 그런 푸념을 늘어놓기는 싫은 것이 엄마의 마음이 아닐런지...


내 자식에게 최선의 교육법은 무엇일지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일단은 '엉덩이 훈련'을 권면하며 아들을 다독이는 밤이다.

내 욕심을 듬뿍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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