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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Feb 22. 2024

너의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기를...


2017년 어느 날

산부인과 병동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사람들 연인을 기다리는 눈빛보다 진한 눈빛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눈만 겨우뜨고 고개만 살짝 돌려주는 스타

신생아실 유리문에 코를 부딪혀 가며

 '아가야, 엄마야. 아가야, 아빠다. 여기 봐. ' 

똑같은 이름을 간절하게 불렀었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꼬물거리며 젖을 빨던  아이

그 손에 악기와 편지를 들고 내가 얼마나 컸는지 보여 주겠다고 부모님들을 불러 모았다.


5년 전 그날처럼 내 아가를 보기 위해

눈이 펑펑 쏟아지는 저녁길을 달려온 가족들

 유치원강당은 엄마아빠로 가득했다.


짧지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아이들의 음악회가

끝나고  '아이들을 끌고 가려 마시고 손잡고 같이 간다고 생각하시면서 초등학교로의 여행길을 떠나 보세요.' 의 인사도 마무리가 되었다.


아이들의 합창은 씩씩하고 행복한 내용

나와 눈이 마주친 엄마들의 눈에는 눈물이  뚝뚝

노래를 마친 아이들도 눈물을 닦는다.


 '뭐가 슬프다고  울어.  학교는 재미있는 거 투성일 거야. 기대해도 좋아.'  하는 눈빛으로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결이 엄마, 그동안 애 키우느라고 힘들었지? 그 맘 나도 알지. 고생 많았어요. 그리고 걱정 말아요. 앞으로도 잘 클 거예요.'  공감과 격려를 담은 마음으로 엄마들을  쓰다듬어 주었다.


제자의 아들이  유치원 졸업생이 되었다.

나에게 꽃을 건네는  손주와 아들 옆에서  

할머니가 웃고 있다. 예전에 그 엄마가 웃고 있다.

 

가장 여리고 도움이 필요할 때 만난  선생님

몇 년 후에는 기억에서 사라질 유치원 선생님

졸업식날  헤어지기 싫다고 아침부터 울던 아이들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에 우리는 헤어졌다.


 기억은 사라져도  따뜻하게 안아주고 지지해 주던 유치원 선생님의 모습이
너의 마음 어딘가에 남아서
 어떤 날,  힘이 되어주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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