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서서히 물러간다.
태양이 떠난 자리는 회색 같다.
늘 걸었던 길이지만 같은 길은 한 번도 없었다.
계절이 그랬고
보고 싶은 것만 보았던 내 눈이 그랬다.
태양이 버리고 간 자리에 서서
저 멀리 태양 아래 있는 마을을 바라본다.
멀어지는 모습이 아름답다.
이별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축복이다.
떠나는 태양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내 걸음보다 빠르게 도망간다.
쫓지 말자. 아쉬워도 말자.
내일 떠오를 태양을 기다리자.
태양을 쫓다가 돌아온 자리에 서서
내 하늘과 하나가 된 마을을 바라본다.
각자의 길을 따라 태양은 산을 넘고
뚜벅뚜벅 나의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