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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데이 Feb 13. 2023

두번째 명함을 위하여

나를 가슴뛰게 하는 취미와 부업 사이 그 어딘가


'두번째 명함'

딱 다섯글자 만으로도 무얼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지 않은가? 살짝 설레기도 하고. 내가 이 제목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기분이 딱 그랬다. 마치 이책을 읽고나면 나에게 두번째 명함이 쥐어질 것 같은 그런 설렘. 아마도 먹고사니즘을 위한 본업 '첫번째 명함'에 꽤나 지친이라면 누구나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책 '두번째 명함'은 '크리스 길아보'라는 외국 저자가 쓴 원제 'Born For This'를 번역한 것으로 '나에게 꼭 맞는 일을 찾아내는 13가지 전략' 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번역을 거치면서 '나에게 꼭 맞는 일'이 어째 충만한 소명의식을 잃고 부업으로 격하된 것 같긴 하지만..그래도 내생각엔 우리나라 제목이 더 낫다.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말은 대충 이렇다. '정말 하고싶은 나만의 일을 찾아서 열심히해라. 하다가 잘돼서 그게 본업이 되면 더 좋고.' 지금 당장 모든걸 때려치우고 하고싶은걸 하라고 말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월급쟁이 시간빈곤자인 남편이와 나는 둘다 본업 아닌 멋진 무언가를 막연히 꿈만 꾸고 말로 딱 구체화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발견했고, 그즈음에 각자 갖고싶은 두번째 명함을 정할 수 있었다.



요즘은 그 뜻이 약간 변질되어서 그냥 자기개발스러운 행위를 죄다 통틀어 '두번째 명함' 이라고 일컫고 있긴하다. 예를들면 지금 뭐하고 있냐 물었을 때 '두번째 명함 하는중' 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저 말인즉슨 비록 폰을 보고 있지만 노는게 아니고 경제 기사랑 전자책 같은걸 보는 중이라는 뜻이다.



두번째 명함 목표를 살짝 소개해보자면 남편은 '투자자' 나는 '글쓰는 사람'이다. 가슴뛰게 하고싶은 일이라고 하기에 '투자'는 너무나 세속적이긴 하다만, 남편이는 투자를 위한 리서치와 스터디가 즐겁다고 하니 그렇다면 됐지 싶었다.


나의 경우는 '작가'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거창한거 같아 그냥 '글쓰는 사람'이라 하기로 했다. (그랬는데 브런치에서는 나를 '작가' 라고 불러준다)






당신이 사랑하는 어떤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번다면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만족스럽지 않겠는가? (책 '두번째명함' 중에서)


투자와 글 만으로 먹고사는건 생각만으로도 매우 멋짐이 폭발한다. 게다가 그게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각자 하고싶은 일이니 진심 짜릿하기 까지 하다. 그치만 이건 현실적으로 그냥 회사다니기 보다 훨씬 어려운 어나더레벨의 일이라는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나와 남편이는 첫번째 명함을 때려치울 용기가 부족한 쫄보 서행차선러*이기 때문에, 두번째 명함의 목표는 본업과 병행가능한 수준의 '취미'와 '부업' 그 사이 어딘가 즈음으로 잡고있다.


*서점 가면 몇년 째 자기계발서 코너 제일 잘 보이는데 자리잡고 있는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과 관련된 용어. 사업으로 폭발적인 부의 확장을 일으키는 이가 부의 '추월차선'을 타고 있다면, 그냥저냥 회사 다니는 이는 '서행차선'을 걸어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나의 두번째 명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현재 상태를 간략히 요약해 보자면, '한걸음 떼긴 했으나, 출산과 육아로 잠시 멈칫대는중'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그리는 제대로된 '글쓰는 사람'까지 되진 못했지만 '리뷰쓰는 블로거'는 되었고, 돈받고 하는 글쓰기도 해봤으며, 지금은 이렇게 브런치에 내 이야기도 끄적이고 있으니 말이다. (브런치는 아직 구독자도 없고 글좀 쓰라고 알림이 오긴 한다만은..)


우리아가 나이와 거의 일치하는 나의 브런치 공백기..ㅎㅎ






여기저기 널린 성공 사례에 비하면 몹시 보잘것 없지만 그럼에도 내 여정을 기록해 보려는 이유는, 이렇게 불특정 다수에게라도 공개하지 않으면 현실적 제약에 묶여(곧 8개월이 되는 아가를 키우고 있는대다가 복직이 다가오고 있다) 그 다음 발자국을 절대 떼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서다. 불안은 최고의 원동력이지.



그리고 나중에 진정한 '두번째 명함'을 갖게 되었을 때 지금의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록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오늘도 정신적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두번째 명함을 찾아 헤매이고 있을 나와 같은 직장인을 위해 혹시나 이 글이 공감과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조금 있다.



나의 두번째 명함은 아직 미미한 단계인데다가 현재진행중(퇴보중은 아니겠지...?ㅜ)이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쓰는 도중에 또다른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고,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어쩌면 주저 앉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이유로 지나온 길과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을 기록해보려한다. 이 여정을 통해 다음 발자국을 떼는 용기를 얻고, 운이 좋다면 이 길을 함께 걷는 동지를 많이 알게 되기를.




+) 이 글을 읽는이가 아마도 좀더 궁금해 할 수 있는 '투자자' 남편이의 경우는 목표를 정한 뒤로 몇개의 소형 부동산 투자를 실행에 옮겼다. 근로소득 외에 월세가 들어오는건 꽤나 달콤하다. 그치만 매수를 하기까지 공부하고 발품팔고, 그 뒤로도 관리하는데 에너지가 참 많이 든다. 게다가 소소한 세가 아닌 시세차익을 노리기 위해서는 매도를 해야하는데, 매수와 달리 매도는 열심히 한다고 되는게 아닌 '예술'의 영역이더라. 결론은 남편이의 두번째 명함은 작은 성공을 맛보긴 했으나 현실적 어려움을 몸소 체험 중이라는 뜻.


그리고 옆에서 지켜본 결과 부동산은 절대로 불로소득이 아니며, 나의 목표인 '글쓰는 사람' 못지않게 축척의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즉, 거저 얻어지는 두번째 명함은 절대 없다.






선데이(타임푸어)


블로그 내일도SUNDAY

메일 sunday4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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