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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데이 Apr 03. 2023

'직장인 취미 추천' 검색해본적 있는사람 손

나의 '두번째 명함'을 알아내는 방법 3 가지


검색창에 '직장인 취미'를 입력해 보면 연관 검색어에 '직장인 취미 추천' 같은게 보인다. 취미까지 인터넷 찾아보고 고르는게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나도 먼 옛날에 비슷한걸 검색해 본 적이 있다. 검색 결과에 관련 내용이 꽤 많이 나오는걸 보면 분명 나만 검색해 본건 아닐꺼다.


취미에 대한 직장인들의 고뇌가 담긴 검색어들




두번째 명함*으로 뭐가 좋을지 생각하다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바로 '취미'다. 푹 빠져 있는 취미가 있다면 그걸 그대로 두번째 명함으로 삼을 수 있으니 고민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본업 외에 즐거운게 하나라도 있다는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것 만큼이나 축복이지 않을까.


* 두번째 명함 이란?

나에게 꼭 맞는 본업 외적인 일. 깊게 몰입하여 준 프로 수준 까지 도달할 수 있으며, 운이 좋다면 '부업' 수준의 보상을 얻는데 까지 확장가능한 즐.거.운.일. 이라 할 수 있겠다. 상세 내용은 아래 링크의 이전 글 참고.




그렇지만 뭘좀 하려면 없는 시간과 고단한 몸뚱이를 동원해야하는 직장인 중에 어마어마한 몰입의 시간을 거친 숙련된 취미를 가진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적어도 내 주변에는 취미장인 보다 작고 소중한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이가 더 많다.



숙련된 취미로 제대로된 여가 생활을 보내는 직장인, 과연 몇이나 될까?


책 <타임오프>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제대로된 여가 생활을 보내지 못해서 생긴 공허함을 강박적인 휴대폰 사용으로 땜질하는 이유가 '양질의 여가 부족은 정직하게 직면하면 견딜 수 없지만, 디지털 소음로는 어느정도 외면할 수 있는 공허함이기 때문'이란다. 퇴근 후 방전된 상태로 누워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즉각적인 기쁨을 찾아 헤메이던 경험, 누구나 해보지 않았나.


그러다가 그 견딜수 없음을 견딜 수가 없을 때에는 이리저리 방황하는 취미 유목민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직장 동료가 추천해줘서 큰 뜻 없이 발레를 배워보기도 하고, 온갖 식물도 키워보고, 메이크업도 배워보고, 드라마 보다가 멋져보여서 패션디자인 배워보겠다고 방통대에 덜컥 등록하기도 했다. 한 학기도 못채우고 포기하고나서는 연말정산 교육비 공제라도 받은걸 위안 삼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유목민 생활을 통해 이리저리 얕게 발담군건 결국 얼마 못간다는 교훈이라도 얻고 끝냈으니 성과가 아얘 없진 않다고 생각한다. 


취미 유목민을 혹하게 했던 드라마 <흑기사>의 샤론(서지혜 분) 




본 시리즈에 큰 영감을 준 책 <두번째 명함>을 비롯한 많은 자기계발서에서는 나에게 꼭 맞는 일을 찾기 위한 체크리스트 같은걸 제시한다. 그렇지만 그런건 그냥 참고용일 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몇 분 짜리 체크리스트 하나로 내 천직을 찾는다는거 자체가 말이 안되긴 하지만.


그래서 본 글에서는 실제로 내가 좌충우돌 몇 년 간의 방황(?) 끝에 나의 두번째 명함을 찾게된 과정을 세가지로 정리해보려 한다. 





첫째, 현실과 이상의 괴리 직시하기


회사 다니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이 일을 하려고 태어난건 아닐텐데..?' 하고 내 마음 속 실존주의가 고개를 들 때. 나의 이상과 현실이 안맞아서 생긴 이 괴리감이 무척 괴롭다. 


혹 이상적인 내 모습에 대한 이미지 없이 그저 현실이 불만족 스러운거라면, 다소 쑥스럽더라도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그려보는게 좋다. 어차피 이상이니까 현실성 따지지 말고 자유롭게. 그리고 다른이의 머릿 속에 백업해 두는 의미로 나와 제일 가까운 사람 정도에게는 이를 공유하도록 하자. 




내 이상은 '예술로 먹고사는 자유롭고 멋진 여자'였다. 막 와인 먹으면서 작업하고 전시회도 하고 재능 기부도 하는 어른. 딱 어렸을 때 봤던 드라마 커피프린스의 한유주로구나. (요즘 아가 데리고 문센 가면 여자 애기 중에 꼭 '유주'가 있다. 심지어 아들이라 유주로 못짓고 '유준'이라고 지은것도 봤다. 엄마들이 보통 내 또래니까, 한유주가 나만의 로망은 아니었나보다)


이런 어른이 되고 싶었소만




그치만 현실의 나는 어떠한가? 이 사회가 정의해둔 고리타분한 루트를 충실히 걸어 예술하고는 1도 상관없는 공대를 졸업하고, 지금은 공대생이 그득그득한 회사들만 상대하고 있는 컨설팅펌에 다니고 있다. 말이 좋아 컨설턴트지 그냥 하기 싫고 복잡한일 대신 해주는 느낌. 거기에 주 52시간 사각지대인 탓에 칼퇴하고는 거리가 먼데다가 휴가도 마음대로 못써서 시간빈곤에 허덕이는 자칭 '타임푸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가장 큰 부분은 두가지였다. '창의적인일 vs 비창의적인일' '시간부자 vs 시간빈곤자'.

두번째 명함은 창의적이고 시간자유도가 높은 일이어야 했다.





둘째, 회사 외 시간을 가장 많이 쓰는일


본업 외에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먹고 입고 자는 시간 빼고 여가 시간엔 주로 뭘 하는가? 그게 뭐든지간에 꼭 생산적이고 멋져보일 필요는 없으니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내 시간 사용을 되짚어보자. 혹 휴대폰만 강박적으로 보고 있더라도 주로 어떤 컨텐츠를 보는지 깨달아보면 될 것이다.


첫번째에서 내가 좋아하고 '싶은' 것을 알아보았다면, 이번에는 실.제.로.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날것의 나를 되돌아볼 시간이다. 어쩌면 이상적인 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곳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직장 동료 중 한 명은 해외 축구를 좋아한다. 정확히는 좋아하고 싶어 한다. SNS 프로필에 축구 사진이 올라오거나, 상태 메시지에 다소 생소한 외국선수 이름이 나올 때도 있다. 스스로 취미가 축구 보기라고 말하기도 하고 대화 소재로 축구 이야기가 나올때 적극적인걸 보면 축구보는 걸 실제로 좋아하는 것 같긴 하다.


그러나 몇개월간 함께 프로젝트를 하며 지켜본 결과, 축구보다도 패션에 대한 열정이 더 강하고 시간을 훨씬 많이 쓰더라는. 직장인 교복인 패딩조끼까지도 평범치 않은 브랜드를 입고 다니고, 짬이 날 때마다 패션 컨텐츠를 훝고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한정판 티셔츠 직거래를 하러다닌다. 무슨 남자가 여자인 내가 입고 들고 다니는걸 한번 쓱 보고는 모델명 까지 다 알정도이니 그간 쌓인 내공이 얼마인지는 안봐도 훤하다.


그렇지만 옷에 관심 많은걸 절대 인정하지 않던걸 보면 본인이 원하는 대외적 이미지는 '축구보는걸 즐기는 남성적인 나'이고 패션은 뭔가 여성스러운 관심사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내 이상향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한유주처럼 그림그리는 사람이다. 내가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막 화가 수준으로 그려서 멋진 취미생활을 영위할거라 생각하고 살았다.


그러나 이게 웬걸. 잠깐이었지만 패션디자인을 배우는 동안 과제로 스타일화를 그렸는데, 이게 보기에나 멋져보였지 실제로는 딱히 재밌가 없어서 과제만 간신히 했다. 게다가 우울하게도 그닥 잘 그리지도 못했다. 그치만 지금에야 그게 재미없고 잘 하지도 못했다고 인정하지 당시에는 '그림 그리는 나'라는 내가 바라는 내 모습에 스스로를 가둬서 무의식적으로 재밌다고 세뇌하고 있었던 듯 하다.


당시에 나는 그와중에 호캉스를 엄청나게 다니고 있었는데, 휴가 내기가 쉽지 않아서 평일에 호텔로 퇴근하고 다음날 호텔에서 바로 출근하기도 했다. 맨날 시간없다 툴툴대면서도 블로그에 후기를 끄적이고, 업계 사람도 아니면서 호텔 페어를 구경다니고 호텔 잡지를 사보기도 했다. 나열해 보니 의심의 여지없이 딱 '호텔 덕후' 지만, 호캉스는 그냥 소비활동 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이걸 취미라고 생각하지 못했었고 '두번째 명함'과의 매치는 더더욱 못했었다.



그렇게 때문에 이상향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평소의 나를 되짚어 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두번째 명함의 소재는 반드시 생산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가장 유니크한 '자아' 골라보기


첫번째와 두번째가 나 자신을 알아보는 워밍업이었다면, 세번째는 내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해보는 좀더 적극적인 방법이다.


나의 자아 중 특징적인 것 몇 가지를 골라서 각기 다른 케릭터로 정의해보자. 이 때 내가 원하는 모습에 가장 가까운 자아만 아릅답게 포장하지 않도록 최대한 객관적이어야 하며, 시간을 가장 많이 쓰는 일 찾기와 마찬가지로 스스로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나를 잘 아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첫번째, 두번째 방법을 생각만으로만 해봤다면 이번에는 눈에 보이도록 글로 끄적여서 구체화 해보도록 하자. 




내 자아를 세 개로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퇴사를 경험한 시간 없는 직장인. 첫번째 직장이 빡세고 시간 없다고 투덜대면서도 장장 7년을 다녔는데, 큰맘 먹고 이직한 새 회사의 업무강도가 더 세고 휴가 쓰기가 더 어려워진건 매우 아이러니다.


첫 직장 동기 중에 퇴사한 사람이 많이 없었고 인터넷에서 퇴사한 직장인 여행기를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한때는 퇴사한게 되게 특별한 것 처럼 느껴졌었다. 그치만 완전 상관없는 업계로만 다섯번 이직한 사람도 보고, 같은 회사에만 세번 재입사한 사람도 경험한 지금에서 돌아보면 특별할거 하나 없는 그저 그런 내 모습이다.

 



두번째, 육아휴직 중인 예비 워킹맘. 두번째 명함 찾기를 고민할 당시에는 아가가 없었지만 이글을 쓰는 현재 나의 가장 큰 부분 중 하나이므로 예시로 넣어보았다. 


아가를 위해 장롱면허를 꺼내들고 문화센터에 짐보리(문센 비슷한거)까지 데리고 다니고, 이유식 부터 간식 까지 죄다 손수 만들고 있는 나름 열혈맘이지만 복직하고서도 열과 성을 다할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


게다가 블로그 보면 워킹맘이면서 아가 맘마를 파인다이닝 수준으로 챙겨주는 엄마들도 많기 때문에 이 자아가 특별히 유니크하게 여겨 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성의와는 별개로 난 요똥이다.




세번째, 호텔 여행 블로거. 위에서 언급한대로 호캉스는 그저 소비활동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걸 나의 자아로 선정하기 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었다. 


국내 호캉스를 시작하게된 동기는 브런치의 첫번째 글에서 에서 밝히기도 했지만, 어쨌든 한동안 없는 시간 쪼개서 이 호텔 저 호텔 많이도 다녔다. 3년 동안 국내 호텔 100개 경험했고 그 후기를 블로그에 기록했다. 


호텔 블로거들을 보면 주로 해외로 많이 다니거나, 국내도 글로벌 브랜드 체인 위주로 다니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난 국내를 위주로 럭셔리 호텔부터 방이 5평도 안되는 쪼그만 가성비 호텔까지 닥치는대로 다녔기 때문에 이 점에서 특색이 있는 것 같다. 이 점은 블로그 이웃 중 한 분이 주신 피드백이기도 하다.



게다가 호텔 포스팅만 올리기 때문에 자주는 못올려서 이웃이나 방문자 같은 정량적 수치가 높지 않지만 오히려 한가지 주제로만 운영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기도하다.




내 두번째 명함의 최종 목표는 세 개의 자아 중 마지막 '호텔 여행 블로거'를 베이스로 하여 '글쓰는 사람'으로 정했다. 호텔과 관련된 글을 쓰는 사람 말이다.


글쓰기는 시간이 매우 많이 드는 작업인지라 시간도둑인 본업과도 완전히 떼어둘 수는 없어서, 여기에 첫번째 자아도 약간 곁들여 '호텔 여행하는 타임푸어'로 지금의 나를 정의했다. 블로그 부제도 '타임푸어의 호텔여행'으로 바꿔서 지금까지 쓰고 있고, 이 블로그가 기반이 되어 다른 곳에 호텔 관련 글을 기고하기도 하면서 조금씩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중이다.


이상향이었던 '그림그리는 사람'에서 '글쓰는 사람'으로 업종이 좀 바뀌긴 했지만, 어쨌든 창의의 영역이니 이상에도 부합한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두번째 명함을 찾는 방법을 세 가지로 정리했지만 가장 중요한 본질은 결국 하나다. 스스로에게 솔직해 질것

 

<두번째 명함>의 저자 크리스 길아보는 또 다른 책 <쓸모없는 짓의 행복>에서 '어떤 목표를 향해 오랫동안 천천히 고된 작업을 계속하려면 그 과정을 사랑해야만 한다. 그 과정을 사랑하지 않으면 나가 떨어지고 만다.' 라고 했다. 아무리 즐거운 일이더라도, 꾸준한 반복을 통해 수준을 향상 시키고 더 나아가 '보상'까지 얻는 단계로 발전하려면 그 과정이 마냥 쉽고 재밌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고될 때도 있고 생각보다 오랜 축적의 시간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그 고된 과정을 견디려면 내가 좋아하고 싶은 것이 아닌 진짜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할 것이고, 그걸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고민해야한다.




치열한 고민 끝에 찾은 내 두번째 명함의 목표가 설령 보잘것 없고 좀 오글거린다 해도 지나치지 말자. 타인의 시선은 신경쓰지 말자는 뜻이다.


지인 중에 자기개발의 일환으로 홈트 영상을 SNS에 게시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가 정립한 당시의 자아는 '꾸준히 자기개발하는 두 아이 엄마'였던 것 같다. 아마도 내가 내 목표를 위해 이렇게 브런치에 두번째 명함 여정에 대해 글을 쓰듯, 그녀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개적인 곳에 업로드 한 것 같다. 


근육 자랑이나 예쁜 골프복 사진 같은 SNS 과시용 운동 사진에 눈이 익숙해진 탓인지, 어딘가 조금 어설프고 생활의 냄새가 한껏 묻은 두 아이 엄마의 홈트 영상은 오히려 생소하고 신기했다. 그치만 누군가에게는 이게 너무나 날것으로 보였는지 간혹 왜 이런걸 올리냐는 황당함과 약간의 비웃음이 섞인 댓글이 보이기도 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운동을 포함한 모든 자기개발의 과정을 SNS에 공유하면서 두번째 명함의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갔고, 그 결과 지금은 두번째 명함을 발전시켜서 아얘 본업으로 삼고 있다. 너무나 멋진 이 사례는 나중에 따로 별도의 글로 써보고 싶다.


오스카 와일드는 '조소는 범인들이 천재에게 보내는 찬사' 라고 했다. 내게 꼭 맞는 일을 찾아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면 그 과정에서 누구의 비웃음을 마주하더라도 멈추지 말자. 누가 아는가? 지금은 보잘것 없어 보이는 이 일이 무럭무럭 자라서 결국에는 반짝이는 나의 두번째 명함이 될지.




시작이 반이라고 두번째 명함이 될 씨앗을 찾았다면 이미 절반은 달성한 셈이다. 이제는 즐거움과 충만한 만족감을 느끼며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 나가면 될 것이다. 때로는 힘이 들기도 하겠지만.

나의 경험을 담은 이 글이 그 씨앗을 찾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선데이(타임푸어)


블로그 내일도SUNDAY

메일 sunday4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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