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읽고

저자 패트릭 브릴리의 북토크를 다녀와서

by 유그리나

내가 에세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대학시절 인도를 여행한 여행기를 읽으면서부터였다.

류시화 시인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이란 제목의 여행기였는데 독특한 인도특유의 분위기와

"no problem"을 수시로 외치는 낙천적인 인도인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읽으며 마음에 위로와 휴식을 얻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이후 에세이는 내가 즐겨보는 책이 되었고 나는 마음이 힘들 때마다 희한하게도 에세이를 읽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루하고 때로는 힘든 일상 속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보며 위로를 받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에세이에 대한 나의 관심은 법정스님의 에세이로 이어졌고 스님의 맑고 아름다운 글을 읽으며 한동안 깊은 감동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었다.

새로운 주제의 에세이를 지나치지 못하는 내가 서점에서 발견한 이 책은 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책표지를 보며 우리 회사에도 경비관리대가 있는데....

비슷한 일을 하는 것일까?

아마 박물관을 경비하는 일일테니...

훨씬 낭만적이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경비원입니다"는 저자가 너무 사랑하고 의지했던 형의 시한부 선고와 죽음을 겪은 저자가 자신의 일을 그만두고 메트로폴리탄경비원 일을 10년 동안 하면서 예술작품과 사람들을 통해 치유하는 과정을 서술한 에세이이다.


그동안 읽어온 예술을 이야기하는 다른 책들과 좀 색다르게 너무나 사실적일 것 같은 저자의 독특한 경험들이 너무 궁금했고 경비원이 되기로 한 그의 삶 또한 궁금해졌다.

첫 장을 펼치면서 그의 경험과 어우러진 그의 사색과 이야기에 바로 매료되고 말았고 예술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내게 너무나 특별하게 다가왔다.


입사 후 퇴직을 여러 번 생각해 보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행하지 못한 나로서는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그의 결단력이 무엇보다 부러웠고 멋져 보였다.

물론 필자는 상실감으로 인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도망치다시피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을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진정 살기 위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예술작품에 대해 서술한 부분도 좋았지만 중간중간 깨달음을 주는 지점들이 많이 있었다.

나는 전시회 관람 전에 관람할 화가의 삶이나 화풍등 으레 껏

화가에 대하여 사전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고 여겼고 잘 모르겠으면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회를 감상했다.

오롯이 나 스스로에게 감상할 시간을 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저자는 예술작품을 그저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우리에게 힘을 발휘하기까지 지켜보라고 말한다.

예술작품을 조용히 관망하면서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감정들을 느껴보라고...

그저 지켜봐야 자신의 눈에게 작품의 모든 것을 흡수할 기회를 준다고...

그동안의 나의 행동과는 너무 상반되는 내용이었다.

왜 난 예술작품을 내 마음 가는 대로 느껴보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며

왜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야 잘 이해할 수 있다고만 생각했을까?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지점이었다.


박물관 작품 중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젊은이를 그의 어머니가 온몸으로 받치고 있는 그림을 보면서 저자의 어머니가 그만 발길을 멈추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눈물을 흘리셨다는 부분에서는 나 또한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픈 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낸 어머니와 같은 상황을 표현한 그림에 감정 이입이 된 것이 아니었을까?

저자가 표현한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냉혹하고 직접적이며 가슴을 저미는 바위 같은 현실을 느끼셨다"는 표현에 밑줄을 그었다.

무엇보다 이 에세이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그의 유려한 표현과 아름다운 문장들이었다.

저자는 매트의 작품 속에는 우리네 인생들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은 그림은 피터 브뤼헐의 곡물수확이란 그림이라고 하는데

곡물수확의 그림 속 농사짓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동료애 내지는 힘든 삶에 대한 애환등 어떤 묘한 동질감을 느낀 것이 아니었을까?

예술작품에 대한 경비를 하며 방문객들과의 재미있는 경험들을 서술한 부분은 깨알 같은 재미가 있었고, 다양한 사연을 가진 경비원들과의 교류를 통해 세상을 관조하던 그가 실은 얼마나 인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위대한 예술작품도 결국 인간의 삶과 죽음, 외로움, 고통 결국 인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예술작품에 대한 깊은 사유는 결국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하라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마침 한국을 방문한 저자의 북토크에 다녀왔는데 실제 놀라웠던 것이 저자가 이런 예술작품들을 10년간 마주하면서 에피파니(뜻밖의 감동)를 여러 번 느꼈다고 한다.

예술작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가 실패하는 것 그 경험자체를 즐기게 되었다고 하면서

청중인 우리를 향해 예술작품을 이해하려고 시도해 보고 다시 시도하는 것 그것이 삶을 의미 있게 한다고 말한다.

그것에 대해 아는 것보다 그것이 들려주는 것으로부터 배우라고,,,,


10년이면 전문가가 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인데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으로서 전문가가 된 것일까? 놀라웠던 것은 저자의 인터뷰였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 또한 그 표현이 깊고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아마 깊은 사유의 결과물일 것이다.

나의 관점에서 더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그의 선택이었다.

책을 읽으며 자꾸 최근에 읽은 "숨결이 바람 될 때" 생각이 났다.

"숨결이 바람 될 때"의 저자는 레지던트의 마지막 과정을 수행 중이었고 과정이 끝나면 외과의사로서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대학 교수직 제안을 받고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폐암말기 선고를 받게 된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던 중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는 것으로 결정하고 말기암 환자가 하기는 너무나 힘든 레지던트 과정을 수행한다.

어쩌면 그의 선택이 그의 남은 삶을 더 단축시켰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그것 또한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삶이었으리라...

하루를 살더라도 의미 있게 살겠다는 그의 선택이 너무 존경스러웠다.

저자가 형의 죽음을 겪은 후 경비원이라는 일을 선택한 것과 "숨결이 바람 될 때"의 저자가 마지막 죽음을 목전에 두고 한 선택들을 보면서 나는 짧은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를 더 깊게 고민하게 되었다.

열심히만 살아서는 안되고 이대로 괜찮은지,,,

이것이 나의 인생에서 최선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또한 지금 나는 내가 원하는 진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란 물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 책이 다른 나라보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책에 열광했을까?

아마 성공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고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저자의 남다른 선택과 경험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휴식과 위안을 준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추측해 본다.


세상에는 다양한 길이 많은데 다수가 원하는 길을 가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불안함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듯하다.

좀 더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mz세대들 또한 이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우리 사회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누구나 바라는 삶을 내려놓고 조용히 관조하는 삶을 택한 그의 특별한 선택을 보면서 인생의 갈림길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누구나가 가는 길을 가지 않아도 괜찮고 오히려 진정하고 싶은 일을 해야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행복감에 젖어 있었고

집에 돌아와도 박물관에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저자와 함께 박물관을 날마다 거니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저자와 함께 사색하게 하고 사유하게 하는 이 에세이를 읽는 동안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묘한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이것이 바로 예술의 진정한 힘이 아닐까?

뉴욕을 방문하고픈 이유는 차고 넘친다.

가장 실물로 영접하고픈 에드워드 호퍼 "이층에 내리는 햇볕"이란 그림을 보기 위해 뉴욕의 휘트니 박물관을 방문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또 한 가지 뉴욕을 방문할 이유가 생겼다.

매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며 감상하고 싶다.

저자처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조용한 모습으로 관조하고픈 욕구가...

기대된다. 앞으로의 나의 뉴욕 여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