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플 가로수길에서 아이폰을 리퍼 받는 과정에서 겪은 불편한 점,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점이 많았다. 애플의 서비스 자체가 워낙 이슈가 많다보니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정말 다양한 측면으로 문제가 많아보였다. 이 중에서도 정말 불편했던 경험 중 일부를 필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정리해보았으며,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곰민해보았다. 시작하기에 앞서 이는 필자의 경험에 의한 것이며, 고객에게 보여지지는 않지만 이미 회사 내부적으로 적용했을 수도 있다는 점 참고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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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가로수길에 전화하고 서비스 번호를 입력하면, 별도의 안내멘트 없이(정확히는 안내멘트가 나오려다 끊기면서) 바로 상담원에게 연결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애플 가로수길에 연결이 된 것으로 인지할 수밖에 없지만, 실제로는 별도 상담센터에서 전화를 받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가로수길과 관련된 문의를 하더라도 정확한 안내를 받기가 어렵다. 그리고 전화를 할 때마다 다른 센터로 연결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안내 내용이나 상담원의 권한이 제각각인 것 같았다. 예를 들자면 지니어스바 예약 가능 여부, 콜백 요청 가능 여부 등 고객이 요청하는 내용을 상담원에 따라 이해하지 못하여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경우가 있었다.
필자는 보증기간 내 리퍼를 받은 제품에 대해 '보증이 만료되었다고 오표기'되는 문제에 대해 리퍼를 받은 매장에 전화를 걸어 문의하였으나, 상담원으로부터 해당 내용에 대해 유선 상담이 어려우니 현장에 방문할 것을 안내받았다. 하드웨어 손상 등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조치가 필요한 부분은 아니었기에 현재 필자가 처해있는 상황에 대한 조치 방법을 애플 가로수길 측에 문의하고자 하였으나, 유선상으로는 오프라인 매장과 연결이 불가하니 단순 상담도 일단 직접 방문해야 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방문 예약을 하게 되었는데, 예약 과정에서도 상담원의 실수로 '지니어스바'가 아닌 '쇼핑 세션'을 예약하게 되어 현장에서 별도 조치를 받는 등 번거로운 경험을 했다. 이후 담당자를 배정받아 대면으로 관련 문의를 하니, '전산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니 걱정하지 마시라. 정상적으로 등록되어있다.'는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안내를 받기 위해서 필자는 '방문 예약 -> 가로수길 방문 -> 담당자 배정까지 대기 -> 상담' 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했기에, 약 반나절을 소비한 것이다.
애플 가로수길에는 매우 많은 고객이 방문하고 있어 야외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있고, 현장에서 지니어스바 예약을 할 경우 2시간에서 3시간까지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로 필자도 약 2시간 40분을 기다려 리퍼를 받았는데, 이 중에서는 굳이 현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유선으로 진단을 하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케이스도 있을 것이다. 애플은 이와 관련한 VOC 데이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니, 이를 분석하여 매뉴얼화 한다면 현장의 고객 대기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고, 원활한 고객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특이 케이스에도 원활하고 일관성 있는 대응이 가능하도록 '유선 센터 - 애플 가로수길' 간의 유선 핫라인을 구축할 수도 있겠다. 핫라인을 구축하여 수개월에서 1~2년 정도만 운영하더라도 문의 유형을 카테고리화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매뉴얼화하고 정책에 녹인다면 일관성 있는 안내는 물론이고 상담원의 스킬이 향상되어 유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케이스들이 많아질 것이다. 굳이 지니어스의 1~2마디를 듣기 위해 애플 매장에 직접 방문해야 하는 고객의 불편을 감소하고, 이로 인해 강성으로 번지는 상황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번 리퍼와 관련하여 유선 상담을 약 6~7회 정도 받았다. 이렇게나 상담을 많이 받은 이유는 상담원에 따라 안내하는 내용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증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증이 만료되었다고 표시되는 문제로 약 5번 문의를 하였는데, 그때마다 상담원들의 대응은 모두 달랐다. 이 외의 문의에서도 서로 다른 안내로 인해 불편함을 겪은 경험이 있다. 단순히 궁금해서 문의하던 고객도 '상담원마다 안내되는 내용이 달라지고, 막상 현장에서는 또 다른 내용을 안내받는다면' 강성으로 번지기 쉽다. 애플은 상담원의 응대로 인해 고객이 강성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애플 특유의 감성 멘트는 긴급한 상황에서는 독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아 그러셨군요. 정말 불편하셨을 것 같습니다. 공감되는 부분이고 전화 너무 잘 주셨습니다.' 등. 고객은 공감과 위로를 받기 위해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전화한다. 최초 연락 시에는 이러한 공감성 멘트가 따뜻하게 다가올 수 있겠다. 하지만 위 문제와 연결되어 '상담원마다 서로 다른 안내 내용, 고객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여러 차례 내용을 재확인하는 상황'에서 듣게 되는 미사여구는 오히려 고객을 화나게 할 것이다.
사실 '일관성 있는 매뉴얼을 기반으로 센터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실행되어야 할 내용이라 생각한다. 현재 애플 고객센터는 서비스, 정책 등에 대한 내용을 고객에게 안내하는 기본적인 행위 자체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문제부터 진단하여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새로운 정책, 서비스가 나왔을 때는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안내를 할 수 있도록 안내 매뉴얼을 강화하여 센터 교육을 진행한다. 그리고 동일한 케이스에 대해 상담이 지속하여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정확하게 고객의 요구사항을 파악하여 '해결 방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상담을 플로우를 재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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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서비스에 대해 워낙 좋지 못한 이슈를 많이 접해서 그런지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아쉽고 불편한 점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글로벌 기업에서 원활하고 일관성 있게 고객 응대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단순히 고객을 응대하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안내되는 내용이 정반대인 경우도 많아서 불편함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애플이 제품은 참 좋은데 사후 지원에 있어서 고객 경험이 좋지 않다는 점을 또 한 번 느끼게 된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