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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징 Apr 10. 2022

가장 말 잘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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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설거지하면서 <유 퀴즈 온 더 블럭> 봤다. 윤여정 님이 출연한 편이었는데, 보면서 역시 멋져 고개를 끄덕였다. 윤여정 님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말 잘하는 사람이.


  -60살 넘어서부터는 사치하고 살기로 작정했다. 내가 말하는 사치는 좋아하는 사람의 것을 하고, 싫어하는 사람의 것은 안 하는 거다. 돈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작품을 한다.


 -나는 경쟁을 믿지 않는다. 어떻게 내가 글렌 클로즈를 이길 수 있겠. 다섯 후보는 각기 다른 역을 연기했다. 우리끼리 경쟁할 수는 없다. 우리의 각자의 영화에서 수상자다.


  윤여정 님의 확고한 신념과 거침없는 발언이 멋지다. 그 누구도 눈치 보지 않으면서도 그 누구도 상처 주지 않는다는 점이 대단하지 않나. 그녀의 말투는 덤덤한데 듣고 나면 마음은 따뜻해진다.


  사실 나에게 윤여정 님은 배우 이전에 <윤식당>의 윤여정 님으로 친숙하다. 2017년 당시만 해도 나는 한국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편이었다. 삼청동의 단팥죽집에서 뒷자리에 앉은 모 배우를 알아보지 못한 적도 있었으니까. 면에 예능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이었는데, <윤식당>은 그 해 가장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이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배우들이 식당을 한다'라니 대체 뭐가 재미있을 구석이 있을까 싶었는데 재미있었다. 윤식당 출연진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식당 운영에 익숙하지 않아 벌어지는 좌충우돌의 상황들도, 이국적 배경과 한식당의 조화도, 손님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도... 억지로 웃기는 상황이 없는데도 재미있었다. 특히 나는 윤여정 님에게 반했다. 나만해도 한해 한해 편협해지는 나를 느끼는데, 내겐 엄마 뻘인 그녀는 그 누구보다 열려있었다. 영어를 막 굴려 발음하는 느낌이 아닌데도 충분히 의사소통할 만큼 영어를 잘했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닌데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하셨고, 억지로 웃음을 짜내진 않는데도 위트 있었다. 젊은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였다. 


-이 나이에 편견이 없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너희들이 뭘 알아?"라고 하면 안 되죠.


  나도 잘 나이 들고 싶다. 열린 마음으로 귀를 닫지 않고. 그리고 윤여정 님이 윤식당으로 돌아오시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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