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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징 Apr 10. 2022

염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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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반 만에 염색을 했다. 요 근래 새치가 급격히 많아진 것을 방치하고 있었는데, 보는 사람마다 왜 염색을 안 하냐면서 염색을 권했다. 이왕 하는 거 기분전환이라도 되게 안 해본 색으로 해봐야지 싶었다.

  "올리브 브라운으로 염색해주세요."

  "보시면 이 정도 색인데 괜찮으세요?"

  "예. 더 밝은 색도 가능한가요?"

  "가능은 하지만 새치가 잘 염색되지 않아요."

  "예. 이렇게 해주세요."

염색한 머리는 샘플과는 조금 달랐다. 그냥 어두운 갈색머리 딱 그 정도였다.

  "생각보다 올리브톤이 없네요."

  "새치용은 아무래도 멋내기용보다 색이 밝게 덜 나와요."

아무튼 새치가 안보이니 더 젊어 보이고 좋긴 했다.


  2년 반전에 마지막으로 염색했던 머리는 핑크색이었다. 탈색하고 염색해서 만든 핑크머리는 꽤 맘에 들었었고 주변의 평도 좋았다. 그때만 해도 나는 새치 하나도 없었더랬다. 그런데 마흔이 넘어서고부터 흰 머리카락이 하나둘 보이더니 순식간에 늘어났다. 그즈음부터는 피부에 탄력이 없어지고 겉모습에서 나이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경계점이라는 것이 있다면 마흔 무렵인 걸까. 지난 2년간 시간이 빨리 감기 된 기분이 든다. 나이가 들고 외모도 쇠퇴되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역시 씁쓸한 일이 아닌가. 그래도 나는 오늘 내 인생에서 가장 젊으니까, 오늘을 즐겨야지. 조만간 새치가 티나든말든 핑크머리에 다시 도전해볼까. 핑크머리든 무지개 머리든 해보고 싶다면 다 해보시길. 내일 오늘을 돌아본다면, 그 날은 무엇이든 해봐야 후회되지 않을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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