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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회사 김대리 May 10. 2020

회사 가기 싫어!

일요일 밤 9시에 하는 생각

'남은 연차가 몇 개더라...'


열흘 치 휴가가 남아있다. 다 털어서 쓰면 2주는 쉴 수 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지금은 2020년이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나는 올해 직장인 5년 차가 되는 모회사 김대리이다. 요즈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어떻게 하면 회사를 하루라도 덜 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귀찮고 어려운 일을 최대한 피할 수 있을까이다. 그렇다고 하기 싫은 일들을 후배 직원들에게 주자니 최소한의 양심이 거부하고, 못하겠다고 말하자니 월급 받으면서 네가 하고 싶은 일들만 하려고 하냐고 할 것이 뻔하다.


'도대체 내가 잘하는 것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5년 전 신입사원 김사원은 회사에 뼈를 묻을 각오로 일했다. 남들이 고비라고 말하는 3년 차에도 이 다짐은 변함없었다. 회사는 돈을 벌러 다니는 곳이니 받은 만큼만 일하면 된다, 나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일 할 필요는 없다고 외치는 책들이 인기를 끌어도 그 문장이 내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언제부터였을까? 늘 불만 없이 하던 일인데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고 무언가 잘못될 조짐이 보이면 그것이 모두 내 책임인 것만 같았으며, 후배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것도 내가 부족해서 그런 것만 같았다.


게다가 작년부터 맡은 프로젝트들은 열심히 해도, 대충 해도 결과가 고만고만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혼자 망망대해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에도, 처음 해보는 일을 할 때에도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대부분 회사 일이 그렇듯이 열심히 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과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반대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최악의 결과가 나오는 것만도 아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인 건지는 몰라도 작년부터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 없이 그저 그만두지 못해 '버티고'만 있다는 생각이 크다.


"네 연차에는 다 그래. 다 그런 고민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다니는 거야. 너만 그런 게 아니야."

이 말은 묘하게 위안이 되면서 반발심이 든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이 뒤에 붙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물음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저 버티는 것만이 답인가 싶다. 아니, 애초에 이런 문제에 답이 있을까?


시계가 밤 11시를 알렸다. 2시간의 출근길을 버티려면 자야 한다. 유난히 짧은 일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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