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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회사 김대리 Nov 02. 2020

돈이나 모으자 2

평범한 직장인의 현금 1억 모으기 - 2. 57만 원 아무렇게나 쓰기

집과 회사가 편도 2시간 거리여서 자취를 시작했다. 처음 3개월은 친구와 함께 살았고 이후에는 회사와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해서 온전히 혼자 살게 되었다. 2015년 연말 기준으로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45만 원 관리비 3만 원이었던 원룸을 구하고 빈 방에 혼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던 때가 생각난다. 수중에 500만 원도 없던 사회 초년생은 부모님으로부터 1000만 원을 빌려 보증금을 해결했다.


2015년 세후 월급여는 220만 원 정도였다. 월세 45만 원+관리비 3만 원과 전기세 1~2만 원을 합하면 대략 50만 원 정도 매달 나갔다. 통신비 약 8만 원, 교통비 약 5만 원 이하를 포함하면 한 달 고정 지출만 63만 원 정도였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대학교 졸업 후 약 8개월 만에 취업이 된 터라, 회사가 아무리 멀어도 입사한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부모님 품을 떠나 혼자 산다는 것이 막연히 먼 일이었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것도 신기했고 그냥 모든 것이 새롭고 감사했다. 


앞선 브런치에서 나왔지만, 이 당시 한 달 저축액은 청약저축을 포함하여 100만 원이었다. 한 달 동안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220만 원 - 100만 원 - 63만 원 = 약 57만 원 정도였다. 지금 보면 용돈으로 모자란 금액이지만 대학생 때 용돈으로 쓰던 2-30만 원, 많게는 40만 원 정도와 비교하면 아주 큰 액수였다. 이 57만 원은 내가 어떤 곳에 어떻게 쓰던지 간에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혼자 살고 있으니...!


요리를 하겠다고 식재료를 사다가 몽땅 썩어서 음식물쓰레기가 된 적도 많고, 신기한 인테리어 용품이나 일명 생활의 질을 높여준다는 편의 용품을 사는 데에 돈을 탕진하기도 했다. 또, 나는 여러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것도 즐겼지만 혼술도 좋아해서 술과 안주거리를 사는 데에도 돈을 많이 썼다. 그나마 혼자 살면서 절대 하지 않은 것은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것이었다. 일단 동네에 흉흉한 소문이 돌아 배달 음식을 시키기 무서운 것이 컸고, 배달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마트에서 팔기도 했기 때문이다. 배달 음식까지 즐겼다면 57만 원으로 생활하지 못하고, 본가에 손을 벌리거나 적금을 몰래 깼을 수도 있다. 


아무튼 고정 지출과 저축을 제외한 57만 원은 정말 아무렇게나 썼다. 어느 날은 옷을 왕창 사기도 했고, 또 어느 날은 SNS에 유행하는 음식을 잔뜩 사 먹기도 했으며 인터넷 쇼핑으로 미용기기나 지금 생각하면 정말 쓸데없는 것들을 사기도 했었다.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돈을 아끼려고 필수품 이외에는 사지 않았던 것들을 그때는 참 잘도 샀다. 그리고 이때 샀던 것들이 이사 갈 때 고스란히 짐 또는 쓰레기가 되어 돌아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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