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타가 매우 잘 받는 체질
adhd 환자로서 활발하고 산만할 거란 편견을 가장 흔히 접하게 된다. ‘스펀지밥’이 adhd의 전형으로 퍼진 듯하다. 그런데 나는 스펀지밥보다 ’ 징징이‘에 더 가까운 사람이다. 딱히 활발한 성격이 아니고 극히 내향적이며 사람 만나는 걸 꺼린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고 혼자 있을 때의 고요함을 즐긴다.
왜 그런고 하면 감각에 매우 예민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잘 안 알려진 증상일 듯한데,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집중력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작은 감각에도 크게 자극을 받는 거라고 하셨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형광등 불빛을 아주 싫어했다. 왠지 너무 과하게 눈이 부신 것 같아 날이 저물어 도저히 켜지 않으면 안 될 때까지 형광등 켜는 걸 미뤘다. 또 식사할 때 주변 청결에 매우 신경을 많이 썼는데 식탁에 고춧가루 하나라도 묻어있으면 그날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그 얼룩에만 신경을 썼다. 자연스레 익숙하지 않은 식당에서 밥 먹는 걸 꺼리게 되었고 부모님은 이런 나를 당연히 이해하지 못했기에 항상 밖에 나갈 때마다 긴장해야만 했다. 잘 때도 아주 작은 불빛이 하나라도 켜져 있으면 신경이 쓰여 잠에 들지 못했다. 한 번은 노트북 전원을 끄지 않은 채로 충전기를 꽂아 두고 뚜껑만 덮어두었는데, 그 개미똥만 한 불빛 때문에 잠이 안 와서 온 방 안을 뒤져가며 불빛의 정체를 찾아 헤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약 없이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인데 딱히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생각을 못하고 그냥 대충 살아왔다. 약을 복용한 후에야 다름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글을 쓰게 된 것도 adhd와 관련이 있다. 외향적인 adhd 환자가 하고 싶은 말을 밖으로 자주 내뱉는 것처럼 내향적 성격을 가진 나는 그만큼의 생각을 머릿속으로 부지런히 한다. 어떤 때는 생각이 너무 여기저기 뇌 속을 헤집는 기분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러다 인터넷의 어느 글을 읽게 되었다. 불안할 때는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들을 쭉 종이에 적어보라는 글이었다. 그 글에서 영감을 받아 그냥 하고 있던 생각들을 일기처럼 글로 옮겨 적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한 번 글로 정리해 저장한 생각은 머릿속에서 배출된 듯 다시는 뇌를 파고들지 않았다.
약 복용 전 가장 많이 했던 다짐은 ‘뇌에 힘주고 생각하자.’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거의 모든 일에서 실수가 잦았기 때문이다. 약 복용 후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은 굳이 뇌에 힘을 주지 않아도 일상생활을 한다는 점이었다. 다들 이렇게 편하게 살아왔다니, 그동안 지나온 세월이 얄미웠다.
그런가 하면 약을 복용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일들도 생겼다. 고등학생 때부터 작사가가 꿈이었다. 창의력과 필력과 음악성을 모두 품어야 하는 직업이기에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약을 복용하고부터는 이상하게 가사가 써지지 않았다.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다 알게 된 사실은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군의 환자들의 경우 약 복용을 꺼리기도 한다는 점이었다. 여러 갈래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던 내가 한 가지 생각을 할 때는 한 가지 생각만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아 작사를 자연스레 그만두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어떤 부작용을 갖게 되든 약 먹기를 택하겠다. 더 이상 일상의 작은 일들에 짓눌리지 않고 자유롭기 때문이다. 세세하게 계획 세우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들을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수할까 열 번 스무 번 다시 확인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약물 복용만이 정답은 아니다. 콘서타가 몸에 안 맞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내게는 다행히 없지만 여러 신체적 부작용도 분명 존재한다. 그래도, 본인이 adhd인 것 같은데 병원에 가기 두려운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병원 방문은 미루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