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그녀의 은밀한 글생활
실행
신고
라이킷
19
댓글
4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반짝반짝 빛나는
Aug 21. 2023
엄마, 휴지 좀 사주세요!
남편에 이어 아들도 똑같은 말을 했다.
지난
글에도 언급했
지만,
평소 핫딜과
최저가 세일을
챙기기
못하는
주부라
생필품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한 달에 한번, 할인쿠폰과 멤버십 할인으로 구매한
다.
(
이렇게
최저가
구매를
했다
고 믿기로 했다.
)
화장지가 떨어진 날,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디선가 받은 갑 티슈가 떠올랐다.
우리 집은 두루마리를 이용하기에 베란다 구석 한편에 두었던
반가운 상자를
꺼내 화장실에 뒀다.
마트엘 갔는데 "화장지
를 사면 안 될까?"라며
남편이
화장지 한팩을 들어 올렸다.
가격이 온라인
보다
1.5배
비싼 것 같았다.
곧 쇼핑날이 다가오니
참아달라 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사실, 보름 전 커피캡슐이 떨어져 내가 더 기다린 날이었다.
할인 쿠폰을 다운받으러
앱에
들어갔는데, 맙소사! 8천 원 할인 쿠폰이 선착순 마감으로 끝이 났다.
한 달을
기다렸는데 손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 나를
자책했지만
이미
구매
의욕을
상실해
버렸
다.
의욕이 생기지 않아 늑장을 부리다
주문하려고 보니 이게 무슨 운명의 시간인가!
12시가 지나면 멤버십 할인도 못 받는데,
시간을 보니 밤 12시 1분이었다.
쿠폰도 못 받고 멤버십 할인도 날아가니 하루새 만원이 눈앞에서 사라진 기분이었다.
주문을 할까 잠시 망설였지만,
1분 차이로
구매를
하자니 아까워
사기 싫어졌다.
다음 달을 기약하며 앱을 껐다.
엄마, 휴지 좀 사주세요!
화장실
문을 벌컥 열고 나오며
아들이 말했다.
''
거기 있잖아?
''
''
흠, 쓰던 거 사주면 안 돼요?
''
'
'
좀만 더
그걸로 써 보자.
''
출근 준비 하던 남편이
"화장지 주문 할 때 되었잖아요?"
라며 나름
견뎠다는
표정을 짓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게 묻는다.
나는 1분 사이 하루가 지났고
놓친 만원이 아쉬워 다음 달로 쇼핑을 미루었다고 설명했다.
커피 캡슐이 벌써 떨어져
보름을 꿋꿋이 버텼는데, 한 달을 또 기다려야 하는 나야말로
속상하다며
힘주어 말
했다.
그러자 남편은
놀라며 말한다.
그럼, 한 달이나 더 기다려야 된다고요??
아니,
내가 신문지를
비벼서
쓰라는 것도 아니고
훨씬 부드럽고 비싼 갑 티슈를 쓰라고 했건만 이제 막내까지 합세해 사달라 한다.
별것도 아닌 것을 가족 평화를 위해 그냥 사주면 될 텐데, 나도 무슨 오기인지 태연하게 가방을 털어 휴대용 화장지를 모으고 싱크대를 뒤져 커피스틱을 찾는다.
외출준비가 1시간이 걸리는 남편과 눈뜨고 10분이면 끝나는 아내.
여행엔 비누
한 장과
선크림 하나면 끝나는 아내와
베개까지 챙겨야 하는 남편.
(우리 집은 남편이 사용해 폼 클렌징을 쓰고 있다.)
여벌옷을 안 가지고 시댁엘 가면 어머님 옷(이미 몇 번
그랬
음) 아버님 옷을 입으래도 할 수 있는데
남편은 친정 갔을 때 잘 옷을 안 챙겨 왔다며 마트에 가서 잠옷을 사 왔다.
'모든 게 갖춰져 편리한 것도 좋지만 주어진 것만으로도 지내보는 것은 어떨까?'
늘 내가 요즘 생각하는 방향성이지만 욕심과 이기심이 될 수도 있기에 가족에겐 강요하지 않았다. 나 또한 절대 포기 못하는 다른 예민한 부분
도 있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이번엔 강요한 것 같아 곰곰이 나를 성찰해 보았다.
잘 풀리는 갑 티슈
하지만!
화장실에 갑 티슈가 불편한 이유를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휴지곽이
화장실 바닥에 툭, 떨어져도
말없이 주워 올리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예전에도 두루마리를 다 쓴 날엔 '축 개업'
휴대용 화장지
를 화장실에서 쓰기도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일까?
일단 한 달을 버텨 볼 생각이다.
커피도 이참에 '끊어볼까?'라고 생각해 봤지만 조금
두렵긴 하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두통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카페인
중독
현상인 것 같아
줄여야지 생각만 했었는데,
끊기는 힘들겠지만 이참에 꼭 줄여보리라 다짐한다.
좋아하는 것 편리한 것은 누구나 추구
하고
누리고 살고 싶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이 조금 불편해도
겪어
보기.
삶이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차선의 대안을
생각하며 수정해 보기.
그렇게
한 발
짝
더 걸어보기.
싫어하는 것도 묵묵히
참고
해 보기.
(
화장지 구매 하나에 너무 멀리 온 것 같다.아하하;;^^머쓱)
나도 나이 40
가까이에 든
생각
이라 아이들에겐
강요는
무리겠지만...!
(
40대
남.(의)편도 무리 겠...)
나부터
하나씩
실천하며
살아 보기로 다짐해 본다.
**
앗! 오해는
금물.
지금 당장
필요하다 생각되는 것이라면,
가격이 2배 이상
비싸더라도 (새벽에) 집 앞
편의점에
달려가서
사 올 수
있다.
keyword
남편
휴지
아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