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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옥림 Nov 03. 2021

코로나 홀리데이 9


 계단에 우뚝 서 뒤를 돌아 기다렸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이 학교에서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생!"


 다가오는 아저씨의 정체는 당직 기사님이셨다.


 "아. 전 학생이 아니고요. 보건교사입니다."

 "어이쿠! 전 자꾸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길래..."


 당직 기사님은 당황하셨는지 장황하게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하셨다. 학생이 책을 가지러 온 줄 알았다, 원래 학교에 일하러 오셨으면 숙직실 한번 들려주셔야 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길래 수상한 사람인 줄 알았다...


 네, 네. 대충 대답하고 뒤를 돌려고 하면 자꾸만 붙잡으셨다. 지금 난 이럴 시간이 없는데. 학생이라고 부르며 거칠게 소리 지른 게 민망하셨나 보다.


 "저는 괜찮아요."


 그러자 기사님께서는 허허 웃으며 나를 놔줬다.


 보건실로 돌아와 컴퓨터에서 카카오톡 프로그램을 켰다. 휴대폰으로 방금 찍은 사진들을 나 자신에게 메시지를 전송해 컴퓨터로 바로 저장했다.


 코로나 사태 동안에만 허용된 접속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카카오톡 다운로드와 네이버, 다음 메일 등 접속이 불가능했다. 교내 와이파이 설치도 할 수 없었다. 보안 문제라나 뭐라나. 학교 내부에 엄청난 기밀들이 숨겨져 있나 보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고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각종 SNS, 메일 등으로 해야만 했다. 그때서야 카카오톡 프로그램 다운로드가 가능했고 네이버, 다음 등의 메일 접속이 일시적으로 가능해졌다. 그 사이 엄청난 기밀들이 유출된 사례가 있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와이파이 설치도 올해에서야 가능해졌는데 그마저도 몇 개 교무실과 교실에만 설치됐다. 보건실에서는 와이파이 사용이 안 된다. 보건실 컴퓨터는 화상캠이 없다. 가끔 원격화상 연수가 있을 때는 개인 태블릿 PC에 핫스팟을 켜서 접속한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다시 카카오톡 프로그램을 삭제해야 하고 각종 메일 서비스에 접속이 불가능해질까? 이렇게 편한데 다시 사용 못 하게 된다면 업무 할 때 얼마나 답답할까?


 어쩌겠는가? 보안이 걱정된다는데. 학생들에게 창의성과 미래 사회를 살아갈 역량을 키우도록 교육해주기 위해서 교사들은 신기술을 사용하지 못 한 채 고전적인 방법으로 알아서 잘 고군분투해야 한다. 학교 내부의 엄청난 기밀들이 유출돼서 사회에 혼란을 주면 어쩌겠는가? 큰일이지! 암!


 1학년 10반 명단과 나이스를 동시에 열어 대조해보며 전입생, 전출생이 있는지 확인해봤다. 없어졌거나 새로 생겨난 이름이 있는지 점검했다. 각 한 명씩 있었다. 없어진 학생의 내용은 지우고, 새로 생겨난 학생의 이름을 적었다. 생년월일, 주소는 나이스로 조회가 가능했다. 학생과 학부모 연락처는 교내 SNS 메시지 서비스 사이트에 접속해 일일이 검색하며 알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드르륵.


 보건실 문이 열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3학년 부장님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저벅저벅 걸어 들어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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