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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옥림 Oct 04. 2023

나를 초집중하게 만드는 힘


몇 개월만의 영화관 방문인지 모르겠다.

남편이 주말에 애를 볼 테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다 오라고 배려해 준 덕분이다.

물론 아직 모유수유를 완전히 끝내지 못한 터라 오랜 시간 외출은 불가능하지만 4~5시간 정도는 자유다.


집 밖을 나가 마주한 파란 하늘에 온몸이 가벼워진다.

카페에 가서 책 읽고 시간 되면 영화를 봐야지. 영화를 보고 난 뒤 뭘 할까?

여유 시간에 뭐 할지 고민하는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예상보다 늦게 나왔다.

탁 트인 카페에 가서 시원한 아메리카노에 독서를 잠깐이라도 즐기려 했지만 영화 시간까지 30분밖에 안 남게 됐다.

아쉬운 마음에 영화관 안에 있는 카페에 갔다.

그런데 웬걸, 종업원이 딱 한 명에 내 앞 손님이 너무 많아서 주문만으로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커피를 받고 자리에 앉으니 영화 시간까지 15분밖에 안 남았다.


15분이 짧다고 그냥 허비할 순 없지.

조금이라도 책을 읽으려고 15분을 앉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읽었고 기억에 남는 내용도 많았다.


내게 주어진 짧은 자유시간 알차게 보내겠다는 결심에 영화를 보고는 그대로 나와 그다음 날 아침으로 먹을 빵을 사고, 주변 중고 서점에 가서 어떤 책들이 있는지 구경을 했다.


그리고 집으로 걸어오는데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사람을 집중하게 만드는 건 주어진 시간이 짧고 기회가 많지 않은 경우인 것 같다.


짧은 시간 내에 반드시 해내야겠다는 의지.

다시는 못 돌아올 기회가 될 수 있으니 지금 제대로 해내자는 각오.



우리 아들이 조그만 몸으로 내 품에 폭 안겨 있는 이 시간은 생각보다 짧을지도 모른다.

남편과 서툴게 육아를 하며 신혼을 보내는 지금 이 순간은 다시는 또 없다.

우리 부모님과 나누는 대화는 언제 끝날지 모르나 언젠간 끝난다.


사실 내게 주어진 매일매일, 지금 이 순간은 짧고 다시는 오지 않는다.

집중하지 않고 흘려보낼 시간은 없다.


매 순간 기쁜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며 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내 아이의 어린 시절을 웃으며 지낸 행복한 시간으로 꾸며주고 싶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 가족들과의 시간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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