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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변호사 Oct 30. 2024

본 적도 없는 자매, 엄마 호적에서 빼는 법

호적정정,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 바로잡기



용인에 거주하는 덕선 씨(가명, 33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야 어머니의 호적에 언니가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어른들의 대화를 통해 어렴풋이 들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무정자증이었던 전남편이 어머니의 동의 없이 여자아이를 데려왔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은 이혼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혼 소송 중에 아이의 출생 신고가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머니는 생전에 가족관계등록부를 확인할 일이 없었기에 이 사실을 모른 채 돌아가셨습니다. 덕선 씨는 어머니를 대신해 호적 정정을 위해 전문 변호사를 찾기로 했습니다.




호적은 한 가정을 기본 단위로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의 신분 사항을 기록하는 제도였습니다. 2008년 1월 1일에 호적법이 폐지되고,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새로 시행되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제 '호적'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가족관계등록부보다 호적이라는 용어를 더 편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용어는 사전적 의미보다는 신분에 관한 공적 장부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가족관계등록부라는 긴 단어 대신 '가족부'와 같은 짧고 부르기 쉬운 표현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잘못된 표현이고 앞으로 사용이 지양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와 이해를 돕기 위해 '호적'이라는 표현을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여러분도 덕선 씨와 같은 상황이라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형제가 어머니의 공적 장부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당장 어머니가 남긴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상속 재산은 공동 상속인들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호적상 언니가 나타나 동의하지 않으면 어머니의 재산은 한 푼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법이 하나뿐입니다. 언니와 어머니 사이가 친자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근거로 호적 정정 신청을 하는 것입니다. 덕선 씨는 우선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언니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막막할 수 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소송을 시작하는 데 아무런 영향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선 준비할 수 있는 서류를 바탕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부족한 자료는 보정을 통해 보충하면 됩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고, 기본적인 정보만 알 수 있다면 소송을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호적 정정 신청을 위한 친자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유전자 검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하실 텐데요. 이 역시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법원은 판결을 위해 필요한 유전자 검사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호적상 언니에게 유전자 수검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이는 유전자 검사를 받으라는 명령입니다. 언니는 이 명령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검사에 응하지 않으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하며, 과태료 처분을 받고도 검사를 받지 않으면 최대 30일 이하의 감치에 처할 수 있습니다. 결국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실무적으로 덕선 씨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인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여 제출한 후 수검 명령을 요청하게 됩니다. 같은 기관에서 검사를 받도록 요청하면 추후 비교 및 분석 결과가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소송 기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작은 부분 하나로 소송이 수개월씩 지연되기도 합니다. 적지 않은 기간입니다.


https://youtu.be/yTL0aqqearY


덕선 씨와 언니 사이에 '동일 모계에 의한 친자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유전자 검사 결과만으로 대개는 소송이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재판부의 성향이나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추가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의 여자 형제를 통한 모계 검사를 추가로 하면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모와 덕선 씨가 동일 모계라는 결과가 나오면 언니가 어머니의 친자가 아닌 것이 분명해지기 때문입니다.




가족관계등록부를 고치는 문제, 즉 호적 정정 신청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신분 관계에 관한 공적 권리와 의무가 가족관계등록부를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근거가 되는 공적 장부를 함부로 고치도록 법원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만 법원이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습니다. 상속인을 정하는 문제도 걸려 있어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것입니다. 누군가로부터 상속재산 전부를 빼앗을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법원이 마음만 먹으면 까다롭게 진행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쉽게 여겨서는 소송에서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덕선 씨가 어머니 호적에 올라 있는 언니를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지우려면 반드시 친생자관계부존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점은 앞서 언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혈연관계가 없다는 주장만으로는 호적 정정 신청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때로는 유전자 검사를 받을 만한 여건이 안 된다거나, 재판부가 추가로 여러 사항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상황에 맞는 대처가 필요합니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소송 기간을 단축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경험 많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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