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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변호사 Oct 31. 2024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상속재산분할 소송

상속재산분할 똑똑하게 대처하려면


개인적인 모임을 많이 갖는 편은 아닌데 며칠 전 친구의 제안은 거절하기 어려웠습니다. 불과 한 달 전 아버지를 잃은 친구기도 했고, 평소와 달리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심상치 않아서였습니다. 친구 사무실은 신사동 가로수길 그것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에 자리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봤을 때보다 부쩍 여위어 보였습니다. 내 눈빛을 의식해선지 친구는 시종일관 어색한 미소를 얼굴에서 지우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이 제겐 더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밥 생각이 없다며 친구는 맥주를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친구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는 대뜸 상속재산분할소송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그래도 너무 직접적이라 놀랐습니다. 친구는 누나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친구와 누나 사이가 얼마나 가까웠는지 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은 모두 둘 사이를 부러워했습니다. 워낙 따뜻한 성품을 가진 누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았습니다.     


한 달 전 장례식장에서 볼 때만 해도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장례를 모두 마치고 아버지 재산을 확인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1년 전부터 거의 거동이 어려웠습니다. 누군가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마침 누나가 매형과 별거를 시작했고 친구는 누나에게 아버지를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에 따른 대가는 충분히 지불할 생각이었습니다. 누나도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누나가 아버지 유언장을 내민 건 장례절차를 모든 끝낸 뒤였습니다. 50억 원대 자산가였던 아버지가 대부분 재산을 누나와 매형, 그리고 그 손주들에게 남긴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친구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누나는 말이 없었습니다. 다시는 말을 하지 않기로 한 사람처럼 누나의 입술은 굳게 닫혀버렸습니다. 매형과 갈등이 있었는지조차 믿을 수 없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친구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상속재산은 유언에 따라 나누는 게 원칙입니다. 재산의 원래 주인인 피상속인의 뜻을 존중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유언이 없다면 공동상속인들이 협의를 통해 나눠야 하고 협의가 안 되면 상속재산분할소송을 하는 게 순서입니다. 일단 유언장에 따라 분할이 되고 남은 재산이 있으면 또 협의나 소송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겁니다.     


사망하기 전 아버지는 유언장을 작성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오랜 세월 매형과 갈등을 빚어온 아버지가 매형에게까지 고가의 부동산을 주겠다는 유언을 남겼다는 사실은 도무지 믿기 어려웠습니다.     

일단 친구는 몇 가지 조치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유언장의 효력을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법이 정한 유언 방식에 따라 유언이 이뤄졌는지, 법이 정한 요건은 모두 충족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특히 자필 유언은 아버지가 직접 쓰는 게 중요한데 혹시 누군가 대신 써준 건 아닌지 등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만약 여기서 유언장을 위조했다는 사실이나 사기 강박으로 아버지에게 유언하게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누나는 상속인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친구는 유일한 상속인이 됩니다. 상속재산분할소송을 제기할 필요도 없이 단독상속인이 되는 겁니다.  


https://youtu.be/f8k65uwg5c8

   



유언이 유효할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 평소 생각이 친구와는 달랐을 수도 있고, 잠깐 컨디션을 회복해 유언장을 작성했을 가능성도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유언에 하자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유언은 그대로 집행됩니다. 그럼 친구에게 남은 선택지는 유류분반환청구소송입니다. 원칙적으로 유언자가 남긴 유언은 모두 인정되고, 친구로서는 상속인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인 유류분만큼만 돌려받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만약 유언장에 언급된 재산 외에 다른 재산이 더 남아있다면 그 재산도 분할 대상이 됩니다. 협의가 안 되면 상속재산분할소송을 통해 다시 나눠야 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누나가 이마저도 자기 몫을 내놓으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소송을 통하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친구에게 고민이 많은 이유는 가장 믿었던 가족에게 느낀 배신감 때문인데요. (친구에게 미안한 말이나) 이런 상황은 그리 특별한 경우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상속을 둘러싼 갈등치곤 그리고 특별할 게 없다는 말입니다. 더 심하고, 더 뒤통수를 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만큼 상속재산분할소송 등 상속 분쟁은 치열하게 전개됩니다. 쉽게 생각하고 대응했다간 큰 낭패를 당하기도 하죠. 반드시 전문가 조언을 통해 치밀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특히 유언효력확인 소송은 상속 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므로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가족 사이 분쟁이라고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당당하게 마주해 자기 권리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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