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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변호사 Nov 01. 2024

연락끊긴 아버지 채무를 내가 갚아야 한다면?

한정승인 특별한정승인 확실히 이해하기


상속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대개 막대한 상속재산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얼마 전 화제가 된 드라마처럼, 이야기 속 상속인들은 엄청난 재산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곤 하죠. 그러나 현실은 그와는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드라마가 더욱 인기를 끌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는 큰 규모의 재산은커녕, 채무만 상속받는 경우도 흔합니다.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는데요. 드라마와는 동떨어진 현실에 직면한 상속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 잘못도 없이 단지 상속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막대한 부채를 홀로 감당해야 할까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민법은 이러한 경우를 위해 상속인들을 보호하는 몇 가지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 중 상속 포기, 한정승인, 특별한정승인 제도가 있습니다.


S는 얼마 전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5년 전, 아버지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다가 큰 부도를 맞고 집을 나간 이후로 연락이 없었습니다. 소식을 전해준 것은 경찰이었습니다. S와 여동생은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그러나 몇 개월 후, S는 낯선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법원에서 온 소장이었고, 그 안에는 놀라운 금액, 자그마치 8억 원을 갚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앞이 캄캄했습니다. 아버지의 채권자들이 상속인인 S와 여동생에게 대신 갚으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전혀 알지 못하던 빚을 갚아야 할 상황에 놓인 S와 여동생은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어머니도 없는 상황에서 남매는 생계를 이어나가기조차 힘든 처지였습니다. 8억 원이라는 금액은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돈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몇 년간 연락이 없던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만으로도 충격이었을 텐데, 수억 원의 부채까지 떠안게 되었으니 남매의 앞이 캄캄한 것은 당연합니다.


상속재산보다 부채가 더 많을 경우, 상속인들은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을 할 수 있습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상속인에게 피상속인이 남긴 채무를 무조건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은 상속개시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합니다.


https://youtu.be/G2jF6PkvTY4


문제는 S처럼 아버지의 재산 상태나 부채를 전혀 알지 못한 경우입니다. 재산 상태를 알지 못하니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 상황은 억울하게 느껴집니다. 상속인에게 모든 부채를 책임지라고 할 만한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누군가의 자식으로 태어나는 것이 죄가 되는, 정말로 '웃픈'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위해 민법이 규정한 제도가 바로 특별한정승인입니다. 먼저 한정승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상속 포기와 한정승인의 차이는 상속인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지 여부입니다. 상속 포기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반면, 한정승인은 상속은 받되 책임을 '한정'해서 지는 것입니다. 앞으로 부채가 얼마나 더 드러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S는 상속개시일부터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의 재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규모라도 예상할 수 있었다면 한정승인을 했겠지만, S에게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습니다. 이때 S에게 필요한 제도가 특별한정승인입니다.


특별한정승인이란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상속인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하는 한정승인'을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입니다. 판례에 따르면, '중대한 과실이란 상속인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상속부채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함으로써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을 의미합니다.


자세한 사실관계는 소송 과정을 통해 더 살펴봐야겠지만, S에게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별한정승인을 통해 S는 이 가혹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둘러싼 법률관계는 반드시 전문가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기를 놓치거나 중대한 과실에 관한 부분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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