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가정상속, 꼭 알아야 할 쟁점
재혼가정 상속재산분할, 기여분, 유류분
사람은 생을 마감하면서 자신이 가진 재산을 배우자나 자식 등에게 물려줍니다. 이 과정을 우리는 상속이라고 부르지요. 상속재산은 상속인들 간의 협의나 법적 절차를 통해 나누어지며, 이 과정에서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했거나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경우에는 더 많은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미리 받은 재산이 있다면 자신의 몫을 양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피상속인이 특정 상속인에게만 재산을 몰아주어 남은 재산이 없다면, 그 재산을 받지 못한 상속인은 유류분 반환 청구를 통해 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상속분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상속재산 분할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입니다. 문제는 부모가 이혼한 경우, 즉 재혼가정상속이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여부입니다.
부부가 이혼하더라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습니다. 이혼 후 한쪽 부모와 오랜 시간 함께 살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육을 누가 했는지는 부모를 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죠. 한번 정해진 부모 자식 관계는 법원 판결이 없이는 쉽게 끊어질 수 없습니다.
서울에 사는 김 씨는 부모님이 이혼한 후 다섯 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아버지는 이혼 직후 새로운 배우자와 재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김 씨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어머니도 재혼했고, 이후 김 씨는 새아버지와 함께 살았습니다. 그렇게 30년이 흘렀습니다.
얼마 전, 김 씨는 낯선 사람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사람은 자신이 김 씨의 동생이라고 주장하며 상속재산 분할 협의서를 꺼냈습니다. 아버지가 남긴 아파트를 동생 명의로 하겠다는 내용이었고, 그 대가로 김 씨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김 씨는 즉시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상세히 살펴보던 김 씨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아버지는 상당한 재산가였는데, 남긴 재산이 아파트뿐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조사 끝에 김 씨는 아버지가 동생에게 이미 많은 재산을 증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생은 이 모든 사실을 숨기고 남은 아파트마저 자신이 차지하려 했던 것입니다. 김 씨는 동생에게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요?
앞서 언급했듯이,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하고 각자 재혼했더라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변함이 없습니다. 김 씨는 여전히 돌아가신 친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상속인입니다. 김 씨는 동생이 제시한 상속재산 분할 협의서에 서명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는 당당히 자신의 상속분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상속인은 혈연관계와 가족관계 등록부에 따라 주어지는 지위입니다. 오랜 시간 아버지와 교류가 없었다거나 새아버지를 친아버지처럼 모셨다는 사실이 김 씨가 친아버지 재산을 상속받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재혼가정상속 과정도 일반적인 상속 과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재산 분할, 기여분, 유류분 문제는 모두 같은 조건에서 해결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김 씨가 동의하지 않으면 협의를 통한 상속재산 분할은 불가능합니다. 협의에 따라 상속재산 분할은 모든 상속인이 동의해야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송을 통해 분할해야 합니다. 김 씨는 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소송이 시작되면 상황에 따라 동생이 기여분 등을 통해 자신의 몫을 늘리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동생이 이미 많은 재산을 받았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정확한 규모는 소송을 통해 밝혀야겠지만, 가져간 재산이 많을수록 동생의 몫은 줄어들 것입니다.
재혼 가정에서 유류분을 주장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만약 동생에게 모든 재산이 증여되어 남은 재산이 없다면, 김 씨는 동생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민법은 상속인에게 보장된 최소한의 상속분을 되찾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직계 비속에게는 법정 상속분의 절반이 유류분으로 보장되므로, 비록 아버지와 함께 살지 않았더라도 상속인으로서 당연히 주장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재혼가정상속에서 기여분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씨가 기여분을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만약 상속재산 형성에 특별히 기여했거나 부모를 특별히 부양했다면 기여분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동생도 기여분을 주장할 수 있겠지만, 자신이 먼저 가져간 재산이 많기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만약 김 씨가 먼저 사망하여 그 재산을 부모가 상속받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재혼한 아버지나 어머니도 자식으로부터 상속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1순위 상속인이 없어야 한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재혼해 다른 자식을 두었어도 상속인 지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최근 한 연예인의 경우처럼 어린 자식을 두고 도망간 부모가 자식이 남긴 재산에 욕심을 내는 모습은 좋지 않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법이 정하는 상속인 지위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는 없습니다. 부당한 점은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오늘은 재혼 가정에서 발생하는 재산 분할, 기여분, 유류분 문제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재혼을 통해 새로운 가족 관계가 형성되더라도 혈연을 기준으로 한 상속 관계에 변화가 생기지 않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당연한 권리를 놓치거나 무리한 주장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