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마마가 있는 길이다. 길이가 100m에 불과한 짧은 길 양옆으로 서민들의 소박한 집들이 있다. 길 중간에는소박한 에렌니광장 (Plaza Herenni)이 있다.누군가 뿌려놓은 빵가루를 쪼고 있는 비둘기들과 낡은 나무 벤치에 무료하게 앉아있는 몇 사람들이 시간을 더디게 가게 만든다.
까야오 길은 바르셀로나 교통 요지인 스페인 광장과 중앙역과 100m 거리에 있다. 그리고 지하철 1호선 오스따프란 (Hostafrancs) 역 출구에서 10m 거리에 있지만 택시기사도 잘모를 정도로 숨어있다.
길이 시작되는 모퉁이에 바르셀로나사람, 중국사람, 인도사람을 거쳐 다시 중국사람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 하나 있을 뿐 다른 상업시설은 전혀 없다. 상업적인 관점에서는"죽어있는" 길이다.
인적이 드문 길.의미를 알 수 없는 낙서 몇 휘갈겨진 닫혀있는 셔터들을 지나면 무질서하게 자라 있는 덩굴 아래 대충 걸어놓은 것 같은 나무간판이 나온다. KimchiMama.
유심히 쳐다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조그만 식당. 누가 이곳까지 찾아와서 식사를 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그 인적 없는 길에 가끔씩 어른 손을 잡은하굣길 아이들이 몇 재잘거리며 지나간다. 가로등에 불이 켜지기 시작할 무렵 낙서 가득한 회색 셔터가 올라간다. 그리고 김치마마의 시간이 시작된다. 따뜻한 오렌지 색 불빛이 새어 나와 길에 퍼지면, 그 길은 비로소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선다.
첫 손님은 한국 손님
첫 손님은 대부분 한국 손님들이다. 스페인에서는 저녁치고는 이른 시간인 6시 30분에 문을 여는데 문 열기 전부터 문 앞에서 서성 데고 있다. 대부분 구글이나 트립어드바이저, 그리고 다녀간 사람들의 블로그에 남겨진 추천을 보고 오는 듯하다.
예약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예약 없이 오는 경우가 많은데 예약 테이블들은 8시 이후인 경우가 많아 테이블을 줄 수 있다. 그도 안되면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 어렵게, 그리고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그냥 보낼 수밖에 없는 때는 마음이 안 좋다. 그런데 한국 손님들도 예약을 하고 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블로그 등에서 예약을 안 하면 자리가 없다는 글을 많이 보았단다.
한국 손님들은 주문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70% 이상의 한국 손님들은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을 시킨다. 사이드를 시킬 경우 떡볶이와 양념치킨, 김치전이 빠지지 않는다.
코로나 전에는 반찬 네 가지가 포함된 반상 형태로 제공했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반찬 없이단품 형태로 제공한다. 반찬이 없어 섭섭해하는 손님들도 있지만크게 개의치 않는 손님들도 많다.
한국 손님에 이어서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등과 같은 외국 여행객들이 온다. 우리보다는 늦지만 스페인 사람보다는 일찍 저녁을 먹는다. 스페인 사람들은 보통 9시 이후에 온다. 코로나 전에는 10시에 예약을 해서 실재 오는 것은 10시 30이나 되어서야 오는 것도 흔했다.
코로나 이후 마지막 오더를 10시까지로 당겼는데 큰 저항이 없었다. 아마도 코로나가 없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일이다.
한식현지화? 입에 맞는 사람만 오시라
한식 현지화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김치마마는 외국 사람의 입맛에 맞출 생각은 없다. 그들의 입에 맞는 사람만 오고 맞지 않는 사람은 안 오면 된다.그들의 입맛에 맞추는 순간 한식 본연의 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숨어있어도 찾아온다
아직까지 한식은 찾아가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따라서 한식당의 위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물론 위치가 좋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겠지만 그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적당히 와야 지치지 않는다. 지치지 않아야 오래 할 수 있다. 숨어있어도 알아서 찾아와 준 덕에 김치마마는 코로나 위기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넷플릭스와 같은 매체를 통해 한국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한국 콘텐츠에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한국 콘텐츠에 수시로 등장하는 음식 먹는 장면으로 인해 한식은 더 이상 먼 나라의 낯선 음식이 아니다.
이제 외국에서 한식당은 그 위치보다도 한식 고유의 콘셉트와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그래서 숨어있어도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