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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진호 Jan 16. 2024

3. 한식당 이름 짓기

기억되기 쉬운, 그러나 쉬운

식당 이름의 몇 가지 전제   

                    

  식당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몇 가지 전제가 있었다. 첫째, 한국적이면서도 모던할 것. 둘째, 한국사람뿐 아니라 외국 사람들에게도 쉽고 오래 기억될 수 있을 것. 셋째, 발음이 쉬울 것, 넷째, 기존 한식당 이름으로 사용되지 않는 것일 것 등이다.


  가족 모두가 며칠간 고민하여 생각해 낸 이름들을 모두 꺼내놓고 어떤 것이 좋을지 토론했다. 좋은 것도 몇 개 있긴 했는데 뭔가 부족했다. 현재뿐 아니라 미래까지 염두에 두다 보니 쉽게 정할 수 없었다.


  아내는 외국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고 또 한국음식을 대표한다는 의미도 있으니 “김치”라는 단어가 어떤 식으로든지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김치라는 단어를 가지고 이리저리 조합해 보았다. 김치스토리, 김치꼬레아노, 김치로호, 플라잉김치, 유로김치...


  그때 딸 채니가 “마마라는 단어가 들어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발음도 쉽고 국제적으로도 엄마라는 뜻으로 통용되니까 뭔가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라는 뉘앙스를 줄 수 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엄마 닉네임이 “까사마마”이니까... 김치마마가 어떻겠어요?”


김치마마 KimchiMama


 그렇게 탄생한 이름이 “김치마마”다. 유럽에 있는 식당이름으로는 약간 촌스런 감이 없지 않았으나 우리 가족 모두 좋다고 동의했다. 채니는 바로 자기 방으로 올라가서 로고까지 디자인해 왔다.  

  그렇게 우리 가족끼리 이름을 정하고 난 후 다음 날 바르셀로나에 사는 몇 명의 한국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낯선 이름이었던지 모두가 다 약간 고개를 갸우뚱했다. 러나 몇 번 입 속으로 불러본 후에 “나쁘진 않네”가 친구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우리에게 그 말은 “썩 좋지는 않아”라는 말로 들렸지만 우리끼리 다시 한번 토론한 후에 그것 보다 더 마음에 드는 이름이 없어 김치마마로 확정했다. 내친김에 특허청에 상호등록까지 했다.  

 

올라, 김치(Hola, Kimchi)


  7년 동안 김치마마를 운영하면서 식당 이름을 잘 지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가게 장식과 음식 프레젠테이션도 김치마라라는 이름과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 준다. 부르면 부를수록 정감이 가는 이 이름은 이제 우리들의 이름으로도 통용된다. 김치마마에 왔던 손님들을 길에서 만나면 “올라, 김치”라고 반갑게 인사한다. 마마라는 단어를 생략하지만  아마도 그들의 마음속에는 엄마의 음식 같은 따뜻한 음식으로 식되는 듯하다.


  요즘 외국에 있는 한식당 이름은 예전과 달리 매우 다양해졌다. 이곳 바르셀로나만 해도 코밥, 한끼, 포차 등 부르기도 쉽고 세련된 이름을 가진 식당들이 생겼다. 한식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한식당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김치마마가 문을 연 이후 바르셀로나에만 20개 이상의 한식당이 생겼데 그동안 외국에서 자주 접해왔던 이름에서 벗어난 감각적인 이름이 많다.


  새로 문을 여는 식당들은 전통의 맛을 고수하면서도 한식을 현지인에 맞게 재해석하고 플레이팅 방법도 기존 식당들과 달리하여 한식의 저변을 넓혀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 한식당들 역시 새로운 한식당의 등장에 자극을 받아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전체적으로 한식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더 많은 현지인들이 한식당을 찾게 하는 선순환의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때마침 불어온 한국 문화 붐 역시 한식을 문턱을 낮추었다. 한식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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