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마마가 있는 까야오(Callao) 길은 사람들 왕래가 거의 없다. 관광객과는 거리가 멀고 오래된 토박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오래된 동네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바르셀로나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어떻게 그런 위치에 한식당을 열지?" 라며 의아해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꾸아뜨로 가츠(Cuatro Gats), 네마리 고양이"였다. 스페인에서 네마리 고양이는 고양이만 네마리 있을 뿐 인적이 없는 장소를 묘사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런 김치마마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아 이동통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전시회인 MWC (Mobil World Congress)가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다. 전시회에 참가한 한국 기업인들은 전시장에서 가장 가까운 한식당인 김치마마에 많이 왔다. 정장 차림의 동양의 비즈니스맨들이 줄지어 들어가고, 그들을 태우고 온 검정색 고급 승용차들이 줄지어 서있는 광경은 조용한 동네에서 주목을 끌 수 밖에 없었다.
길 안쪽에 있는 작은 식당에 어느날 갑자기 짙은 색 양복에 짙은 색 넥타이를 맨 동양인들이 줄 지어 들어가고, 그들을 태우고 온 현지인 기사들이 검은색 차량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광경은 조용한 동네에서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나중에 김치마마를 찾아온 현지인들은 MWC 기간 동안 중요해 보이는 한국 사람들로 꽉 찬 김치마마의 모습을 보고 제대로 된 한국 식당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이는 2017년에만 그런 것이 아니고 MWC가 열리는 매년 2월말이 되면 같은 광경이 펼쳐지니 MWC는 김치마마의 위상 제고의 일등 공신이다. 그렇게 김치마마는 한국의 중요한 기업인들이 찾아오는 "제대로 된 한식당"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위치적인 단점이 장점으로
MWC 기간 중에는 바르셀로나 모든 한국 식당들이 한국인 비즈니스맨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아마도 김치마마처럼 홍보효과를 누리진 못했을 것이다.생각해보라. 가로등을 제외하곤 불이 켜져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길에 딱 하나 불을 밝히고 있는 식당, 그 안에 가득 찬 한국인 비즈니스맨들, 그 앞엔 검은 색 벤츠 승합차들.주변이 상점이나 식당 등 다른 상업시설이 없는 위치상 단점이 MWC 덕에 장점으로 변했다.
바르셀로나는 관광의 도시면서도 컨벤션의 도시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두 개의 전시장을 통해 연간 150회 이상의 큰 이벤트들이 개최되면서 250만 명의 비즈니스 맨들이 찾아오고 있다. 김치마마는 두 개의 전시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1929년에 개장한 몬주익 전시장은 김치마마와 걸어서 10분 거리다. 2011년에 새로 문을 연 그란비아 전시장은 몬주익 전시장은 차량으로 15분 거리에 있다.
전시장에서 가깝다는 장점은 외국인에게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그란비아 전시장 인근에는 아예 식당이 없어 몬주익 전시장이 있는 스페인광장까지 나와야 한다. 스페인광장에서 핸드폰으로 주변 식당을 검색하면 김치마마가 뜬다. 링크를 따라 들어가 보면 리뷰도 많고 평점도 4.8이나 되니 일단 신뢰한다. 게다가 스페인에선 이른 시간인 6시30에 문을 여니 그들의 입장에선 금상첨화다. 더구나 요즘 한참 떠오르는 한국음식 아닌가.
도시락 캐터링 사업?
전시장에서 가까우니 여건이 되면 도시락 케터링을 해 볼 생각도 있다. 전시장에 부스를 만들어 참가하는 업체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시장을 지켜야 하는데 전시장 내나 전시장 인근에서 점심을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
그동안 전시회에 참가한 여러 기업에서 도시락 문의를 해왔는데 일부만 응하고 대부분 응하지 못했다. 직원들 근무 시간을 조정해야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고 그렇지 않아도 전시회 기간 동안 크게 늘어난 손님으로 부하가 걸려있는데 도시락까지 준비하기엔 아직 여력이 부족하다. 전시회 도시락은 한번이 아니라 전시회 기간 내내 구성을 달리해서 준비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요즘 K POP 등 한국 공연팀들의 바르셀로나 방문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 경우는 전시회와 달리 단발성이라 가급적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