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국 기념전 - Colors of Yoo Youngkuk
그림을 보는 것은 고상해 보이기도 하지만 효율적이고 가성비가 좋은 취미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요즘 유행하고 있는 MBTI의 분류 중에 낮은 성향의 외향형인 나에게
찰떡궁합 취미이기도 하다.
스트레스가 있을 때면 밖으로 나가니 외향형으로 비치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 힘과 에너지를 얻기보다 혼자 갤러리나 미술관 박물관 한 바퀴 돌면 내 고민이 가벼워 보이기도 하고 저절로 해결되기도 해서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안 갈 이유가 없다.
물론 몇 명의 지인들과 함께하는 나들이도 그대로 또 즐거운 일이다. 멋진 그림 앞에서 얼굴을 붉힐 일이 없어서인듯하다.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 삼청동으로 향했다.
안국역에서 친구를 기다리자니 사람들이 북적북적한다. 마스크만 썼지, 코로나 전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서둘러 지하철역을 올라오는 친구에게 평일인데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하니 요즘 청와대가 공개되어 더더욱 이곳에 사람이 많다고 한다.
‘아! 맞다 청와대가 개방되었지.’ 생각 없이 시간이 지나가 버렸음을 다시 느낀다.
점심을 먹고 전시를 보러 간 곳은 국제 갤러리
국제 갤러리는 건물도 참 예쁘다.
1982년 개관한 이래로 국내 및 해외 주요 작가들의 작품 전시뿐 아니라 멋진 레스토랑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1층이 베이커리 카페, 2층이 레스토랑과 와인바로 운영되어 전시를 보고 카페에서 차와 빵을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몇 년 전 리모델링을 해서 재오픈하였다.
이번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후기를 보니 인테리어부터가 작가들의 작품으로 더 고급스럽게 장식된 듯하다.
지금 국제갤러리에서는 유영국 작고 20주년 기념 전시를 하고 있다. 아마도 한 번은 봤었을 법한데 화려한 색채와 단순한 구도로 산을 그린 우리나라 1세대 추상화가다.
추상이라는 말은 일제강점기부터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일본 동경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작한 추상회화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유화도 생소한 시절이라 추상 그림은 더더욱 생소하게 받아들여졌을 듯하다.
그래서 일부 화가들에게조차 외래 양식의 모방기라거나 도안으로서의 신양식이라는 비판받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그래도 새로운 형식의 회화의 문을 연 우리나라 1세대 추상 미술 작가들을 찾아보자면 1910년에서 1920년대에 태어난 김환기, 유영국, 이규상, 남관, 이성자 등이 있다.
유영국은 1916년 울진에서 태어나 서울을 거쳐 유학을 떠난 일본에서 추상미술을 접하게 되었다.
1943년 귀국 후에는 그룹 활동을 통해 한국에 추상미술을 도입하였지만 50년대 중반까지 가장으로서의 역할에 조금 더 집중하였다.
1955년 서울로 올라온 후 다시 한국 추상미술의 발전에 힘을 더했고 1964년부터는 단체 활동을 떠나 개인전에 집중하게 된다. 이후 1999년 절필을 선언하는 날까지 작품 활동에만 매진한 작가다.
이번 전시에는 유영국의 회화 작품 68점과 드로잉 21점 그리고 사진 작품 및 작가의 활동 기록 등이 있다.
이 많은 작품이 갤러리 K1, K2, K3관에 나뉘어 전시되어 있는데 작은 소품부터 대작까지 아주 다양하다.
K1 관에서는 작가의 대표작으로 1960년대 작품들이, K2 관에는 70년대와 90년대 작품과 사진 그리고 드로잉 및 아카이브 자료들, K3 관에서는 60년대 중후반 ~70년대 초기작이 전시되어 있다.
유영국은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한국적인 것을 찾아야 했을 때 오래 할 수 있는 것은 ‘산’이라고 작정하고 그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리고 <색채의 마술사> 또는 <산의 화가>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화려한 색의 조합으로 점, 선, 면을 이용하여 단순하면서도 다양하게 표현하였다.
누구의 영향을 어떻게 받아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시대별로 작가의 작품이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그 근거를 찾아보고 유추하며
이 작가는 그 당시 또는 지금까지 미술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연구하는 일이 기본이지만
이 좋은 작품을 보면서 즐기는 일이 먼저다.
이 많은 그림 중에서 나는 어떤 그림이 마음에 드는지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작가가 겨울 산을 그린 것인지 단풍을 그린 것인지 봄꽃이 핀 산을 그린 것이 알 수는 없지만
왠지 색이 좋아서 아니면 구도가 좋아서 아니면, 시원스레 큰 작품이라서인지 아니면 아담하게 작은 작품이라서인지 고른 그림을 내 마음에 남겼다면 좋은 시간을 보냈음이 틀림없다.
전시장에 펼쳐져 있는 이 많은 그림을 보면서 나는 비록 산보다 바다를 더 좋아하지만 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으니 오늘의 나들이도 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
전시는 6월 9일 ~ 8월 21일까지
매일 오전 10시~ 6시까지 무료 관람이니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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