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 전시 (DDP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내가 주차 복(福)이 있어. 아무리 만차라도 내가 주차장에 들어가면 주차할 곳이 딱 생긴다니까”라는 친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가 탄 차가 들어가는 순간 ‘만차’라는 푯말이 치워지며 우리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던 경험이 있다.
오호 이런 복(福)도 좋은데?라고 생각하다 보니 내게도 소소하게 전시 티켓 구입 복(福)이 있는 듯하다. 그냥 우연히 사이트를 열어본 날 하루만 50% 할인. 뭐 이런 날들이 종종 있다.
이번에도 인터넷 서칭 중에 팀 버튼 전시를 당일 자정까지 50% 할인한다기에 이건 사야지 하며 일단 구매했다. 아는 영화라고는 사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가위손, 배트맨 정도인데......
월트 디즈니에서 일하다 본인과 맞지 않아 퇴사했다고 하는데 어린 시절부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동네 공동묘지를 보며 편안함을 느꼈고 공포영화나 괴물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사실 어지간한 부모라면 종일 방에 혼자 앉아 귀신을 그리고 있는 아들을 보고 등짝 스매싱을 하거나 걱정 가득한 마음을 안고 어디 이상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소아 신경정신과라도 찾지 않았을까? 그러나 괴기스러운 그림을 그리는 고등학생 팀 버튼을 선생님은 격려했다고 하니 그런 선생님을 만난 팀 버튼은 큰 행운이 아닐까 싶다.
팀 버튼의 영화에는 괴물, 귀신, 시체가 등장하고 음울하고 괴기스러우며 죽고 죽이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되지만 잔인하다는 생각보다는 어떨 때는 귀엽다거나 유쾌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입구에는 벌룬 보이가 있어 전시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평일 저녁 느지막이 찾은 전시장인데도 사람이 꽤 있다. 전시장 내부는 사진 촬영이 안 되니 온전히 전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이렇게 글을 정리하려면 온전히 기억으로 본 작품들을 생각해 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스케치의 초기 작품들을 보면 무엇을 그리던 괴물이다. 빨간 벽의 전시장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크리스마스 하면 빨간색과 초록색을 기본으로 눈이 날리고 선물에 둘러싸여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마련인데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에는 해골 괴물이 흩날리는 눈을 보는 장면이 연출되어 있다. 핼러윈 마을의 잭이 크리스마스 마을을 보고 벌이는 한바탕의 소동. 핼러윈과 크리스마스를 이렇게 엮어놓을 수가.....
그리고 보니 진짜 이제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아니 사실 핼러윈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핼러윈 괴물을 먼저 만날 생각을 해야겠다.
그의 수많은 작품 속의 주인공이 전시되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괴물과 귀신 그림인데 무섭지 않다.
유령신부의 모습은 아련하기까지 하다. 그들 나름 다 이유가 있고 아픔이 있고 행복이 있다.
여기저기 꿰맨 모습의 강아지 스파키 역시 무섭다기보다는 귀엽다.
스케치북뿐 아니라 냅킨에 그려진 수많은 괴물 그림을 보면서 진짜 천재다. 아니 천재로 인정받을 때까지 본인의 길을 찾아갔고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을 끝까지 해냈구나 싶다.
이번 전시는 보면서 “와 아름답다. 감동이다.”라는 느낌으로 보기보다는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렸지? 이런 내용의 시나리오를 어찌 생각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60이 넘은 이 아티스트의 작품을 보면서 내 아이가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자랐다면, 이런 괴기한 영화를 만든다면 나는 진득이 예술가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기다렸주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자식을 키우면서 마음 한편에 있던 미안한 마음 때문일까?
예쁘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으며 우아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팀 버튼만의 독특한 이 괴물 캐릭터들은 우리에게 뭔가 메시지를 준다.
팀 버튼의 시집에 실린 <여러 개의 눈을 가진 소녀>라는 시에는 눈이 여러 개인 한 소녀를 만났는데 그녀가 입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내용이 있다. 눈이 여러 개여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아니라 여러 개의 눈 말고도 말을 할 수 있는 입이 있구나라는 생각. 괴물을 그리면서 이런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우리는 일상 속에서 여러 개의 눈을 가진 소녀처럼 조금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면 배척하고 피하고 외면하고 제외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보게 된다.
출구로 나오니 하늘에 다시 벌룬 보이가 날고 있다.
팀 버튼은 벌룬 보이를 통해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다.
“풍선은 늘 무언가를 내재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공허하게 늘어져 있다가 한편으로 가득 차 떠다니는 것을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아름다우면서 비극적이며 슬프다가도 활기차고 행복한 무언가가 동시에 존재했다.”
팀 버튼의 괴물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비극적이면서도 슬프다가도 활기차고 행복한 감정을 전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팀버튼 #동대문DD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