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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산이높다하되 Nov 28. 2023

인간은 다행성 종으로 진화될 예정

<일론 머스크>를 읽고

"혹시 저 때문에 감정이 상한 사람이 있다면, 그저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저는 전기차를 재창조했고, 지금은 사람들을 로켓선에 태워 화성으로 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차분하고 정상적인 친구일 거라고 생각하셨나요?(450쪽)"

<스티브 잡스>를 쓴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2년 동안 일론 머스크를 밀착 취재해 만든 또 하나의 전기 <일론 머스크>에서 일론이 스스로를 자평하는 말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 아버지 에롤 머스크
일론 머스크는 남아공 출신이다. 그가 경험한 학교와 사회는 무법천지와도 같았다. 급우들과의 물리적 충돌과 왕따의 충격은 이후 일론의 정서적 성향을 결정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의 아버지 에롤 머스크 역시 정서적 안정과는 거리가 먼 인사였던 모양이다. 일론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을 떠나게 되는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가 됐으니 말이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일론은 때때로 다소 거칠고 쓴웃음을 터뜨렸다. 아버지와 비슷한 웃음이었다. 일론이 사용하는 일부 단어와 그가 응시하는 방식, 빛에서 어둠으로 그리고 다시 빛으로 갑작스럽게 변하는 모습은 그의 가족들에게 그의 내부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에롤을 떠올리게 한다.(53쪽)"

일론의 경력 형성과 관련된 세 가지 분야
펜실베이니아 대학시절의 친구, 로빈 렌은 물리 올림피아드에 출전해 우승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가 말하는 일론 머스크의 관심 분야 세 가지 중 첫째는, 로켓 제작에 적용되는 물리법칙이었다.

그리고 둘째로는 전기차였다. 90년대 초반 캘리포니아 주에서 2003년까지 차량의 10퍼센트를 전기차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법령이 막 통과 됐는데 이때 일론은 "내가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주역이 되고 싶어(68쪽)"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산을 위한 태양광 발전이었다. 그의 대학 졸업논문 제목이 <태양광의 중요성>이었다.

다행성 문명(multi planets civilization)
"나는 세상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었어요.(73쪽)"일론 머스크의 목표는 인류의 생존 방식을 최대한 확장하는 것이다. 인류를 다른 행성에서도 살 수 있도록 만드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그 방법론이다.  

"단세포 생명체, 다세포 생명체, 식물과 동물의 분화, 바다에서 육지로 뻗어나간 생명체, 포유류, 의식 등 정말 커다란 이정표는 몇 가지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규모로 보면 다음번 중요한 단계는 분명합니다. 생명체를 다행성 종으로 만드는 것입니다.(118)"

로켓 제조 규칙 & 바보지수 idiot index(2002~2003년)
일론 머스크는 대학 시절 전화번호부를 온라인화 하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회사, zip을 설립하고 또 온라인 지불 서비스, paypal을 개발해 성공한다. 그러는 와중에 스티브 잡스처럼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일론은 자신이 회사를 설립해 축적한 자본으로 러시아로 날아가 로켓 구매를 시도하지만 러시아 과학자들의 터무니없는 가격 제시에 분개하고 빈손으로 돌아와 "제1원리 First Principle(다른 경험적 데이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자명한 진리)에 입각한 사고를 동원해 기본 물리학을 파고들었고 이를 통해 완제품이 기본 재료비 보다 얼마나 더 비싼지 계산하는 바보지수 idiot index를 개발했다.(123쪽)"

일론은 비용 절감에 예리하게 초점을 맞추었다. 화성식민지 개척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용 효율성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몇 년 후 그의 로켓 회사 스페이스 X는 로켓 구성품의 70퍼센트를 자체 제작하게 되었다.

일론 머스크가 이 과정에서 제시한 명령어는 "모든 비용에 의문을 제기하라"였다.

광적인 긴박감, 써지 Surge의 등장
로켓의 엔진을 개발할 때 일론은 동료 스태프에게 질문한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요? 일정을 반으로 줄이세요." 이미 반으로 줄인 일정을 다시 반으로 줄이라는 것이었다.

스티브 잡스도 이와 유사한 행태를 보였는데 이를 '현실 왜곡장'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비현실적인 기한을 설정하고 밀어붙이는 방식이었다. 그때 잡스가 했던 말은 "두려워하지 마시오. 할 수 있어요."

이러한 광적인 긴박감은 일론의 동료 개개인에게는 엄청난 압박이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퇴사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그것은 이러한 서지 surge가 로켓을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과 국가적 프로젝트로나 가능했던 인공위성을 수도 없이 쏘아 올릴 수 있는 현재의 스페이스 X와 함께 미국의 모든 자동차 회사의 시가총액보다 큰 자동차 회사, 테슬라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생산 알고리즘 5 계명을 소개한다. 1. 모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한다. 2. 부품이든 프로세스든 가능한 한 최대한 저거 하라. 3. 단순화하고 최적화하라, 4. 속도를 높여 주기를 단축하라, 5. 자동화하라.

이 5 계명을 한마디로 하자면, "광적인 긴박감이 우리(일론)의 운영원칙이다.(341쪽)"

서지 surge를 대한 직원들의 반응을 소개한 흥미로운 대목을 보자.

"(일론과) 회의를 마친 엔지니어들은 '머스크 대면 후 고통 장애'의 일반적인 단계를 거쳤다. 당혹스럽다가 화가 치솟다가 불안해지는 것이 머스크를 대면한 후 사람들이 겪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그들은 새로운 접근 방식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흥미를 느끼는 단계에 이르렀다.(480쪽)"

일론 머스크가 게임을 통해 배운 인생 법칙
첫째, 공감은 자산이 아니다. 둘째, 인생을 게임처럼 플레이하라, 셋째, 패배를 두려워하지 마라, 넷째, 상황을 주도하라, 다섯째, 모든 전환점을 최적화하라, 여섯째, 판을 키우고 더 세게 나가라, 일곱째, 선별해서 싸워라, 여덟째, 때때로 플러그를 뽑아라.

일론 머스크는 70년 생이다. 만 54세다. 그가 띄운 인공위성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인터넷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는 전화기 안에 컴퓨터를 집어넣는 것으로 인류에 영향력을 끼쳤지만, 일론 머스크는 인류를 다행성 종으로 만든다는 다른 차원의 목표에 도전 중이다.

자율주행 전기차와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태양광, 그리고 인류를 다행성 종을 진화시킬 화성으로의 이주 프로젝트는 우리가 상상만 하던 미래를 눈앞에 펼쳐 보여줄 만한 혁명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일론은 트위터를 인수해 물의를 일으키는 중이기도 하고, 우리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작업을 현재진행형으로 추진 중이다. 그에게서 인간의 보편 정서를 기대하긴 힘들 듯하다. 서두에 본인이 자신을 평가하는 말을 소개했듯이 말이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는 인류를 진화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논쟁적 인물이 되었다. 전기를 읽으면서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은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과 같은 보통의 인간이 갖고 싶어 하는 것들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일론 머스크>,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21세기 북스, 2023년 8월 25일 초판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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