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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산이높다하되 Feb 15. 2024

미국민중사 I

Howard Zinn

<A peoples's history of the unided states of America>가 원제다. 미국의 역사는 짧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짧은 역사는 어쩌면 소수 백인 WASP들만의 역사다.


콜럼버스가 인도랍시고 발견한 아메리카 대륙에는 이미, 아프리카에서 발원한 인류가 진화의 여러 단계를 거쳐 아시아와 유럽으로, 그리고 얼어붙은 베링해를 넘어 아메리카 대륙에 입성해 몇 천년을 살고 있는 원주민이 있었다는 데서 하워드 진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럽의 강호였던 스페인과 네덜란드, 포르투갈 같은 제국들이 항해를 통해 발견한 미대륙은 그야말로 노다지였다.


기껏해야 활과 창으로 무장한 마야, 잉카 문명은 총과 천연두로 세상에서 소거된다. 그리고 인디언들, 미대륙의 주인이자 우리 동양인의 선조였던 그 인디언들은 단 2~300년 만에 멸종되다시피!


명맥만 남은 인디언 족들의 이름들을 소개한다.

체로키, 아파치, 이로쿼이, 세미놀, 치카소, 모스코지, 크리크, 왐파노아, 나바호, 일리노이, 앨라배마, 알곤킨, 크로아티안, 아이오와, 레나페, 쇼쇼니, 미주리, 팀파노고스, 유트, 촉토, 수, 샤이엔, 소크


백인들이 유럽에서 건너오기 전, 북남미 대륙 전체에 분포해 살았을 이들 원주민들의 숫자는 약 7천만 명쯤 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게 인디언들이 죽거나 이리저리 쫓겨 다니면서 드라마틱하게 숫자가 줄어드는 동안, 아프리카 흑인들이 노예 무역선을 타고 미국으로 들어온다.


“1790년 경 남부에서는 매년 1,000톤의 면화가 생산됐다. 1860년에 이르면 그 양이 100만 톤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노예는 50만에서 400만 명으로 늘어났다."(303쪽)


영국에서 건너온 앵글로 색슨 혈족들은 분리통치 divide&rule 전술로 노예를 부렸다.


백인이라도 계약노예가 존재했기 때문에 이들과 흑인노예들이 분규를 일으키면 곤란했다. 갈라 치기를 해야 했던 것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백인 노예들은 적당한 규모의 땅을 분배받을 수 있었고 흑인들과는 다른 계층을 형성할 수 있었다.


흑인과 여성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들은 참정권 없이 혹독한 차별과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자국민끼리 총부리를 대고 무려 5년 간 전쟁 -남북전쟁(1861-1865)- 을 벌인 나라가 미국이다. 이 기가 막힌 내전 또한 노예문제에서 폭발했다.


노예제를 폐지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남북으로 나뉜 한 국가의 두 조직이 결국 피를 봐야 했던 것이다. 이 전쟁으로 당시 3천만 미국인들 중 10퍼센트나 되는 300만 명의 시민군이 나섰고, 사망자는 무려 70만 명이나 됐다고 한다.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20여 년 전, 인디언 소크족 추장이었던 블랙호크가 백인들과 전쟁을 벌이다 체포되어 남긴 말에서 결국, 인디언들에게 겨누었던 총부리는 백인 자신들을 향해서도 겨누게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남을 기만하지 않는다. 백인들은 우리의 신뢰를 얻기 위해 술을 먹여 취하게 만들고, 우리의 여자를 희롱하기 위해 손을 내밀어 기만한다. 백인은 우리처럼 머리 가죽을 벗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사람의 심장을 더 나쁜 독으로 물들게 한다."-(미국을 만든 50개 주 이야기) 중에서-


인디언을 총으로 말살한 지 2세기도 지나지 않은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에서는 연간 5만 명 즉, 매 시간 여섯 명이 총기 사고로 사망하고 있다.



노예 해방은 됐지만 산업화된 19세기 미국에서는 참혹한 노동환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흑인과 여성과 아동이 끝없는 노동과 학대 속에서 죽어나간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은 노동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쥐와 벌레가 들끓는 환경에서 말이다.


테일러리즘에 의해 고도로 분업화된 노동은 더욱 기계화 세분화 되어 고밀도의 노동착취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들이 힘을 합쳐 분규를 할라 치면, 애국주의가 발동한다.


하워드 진은 애국주의를 "계급적 분노를 국민적 단합이라는 구호의 물결 속에 익사시키는 수단"으로 정의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되면서 아주 조금씩 진화한다. 답답하지만 그렇다. 남녀와 노소, 부자와 빈자를 계속해서 나누어 이간질하는 정치 모리배들을 보면서,


인디언과 흑인, 계약노예 백인과 흑인, 흑인과 여성, 남성과 여성, 여성과 아동을 계속 가르고 지배하던 앵글로 색슨족들의 역사 속 횡포를 본다.


미국에서 인종차별과 빈부격차의 심화는 여전하지만 말로는 모두 평등과 공정함 속에서 살고 있다고 믿는다.


영국에서 건너온 프로테스탄트들이 만든 학교, 하버드와 예일대학교의 공붓벌레들이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의 미국은 공정하고 평등한 나라가 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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