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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ellia Wealth Sep 03. 2021

90년대생이라 부르지 말아라.

'60년대생이 가고 70-80년대생 신흥 꼰대가 온다'라고 하면 좋은가?

어떤 회사에서는 나름 세대 간 소통을 증진시켜 본답시고 최근 들어오는 90년대생 신입직원에 대한 이해를 높여보자며, '90년대생 신입사원이 온다'라는 사내 홍보물을 연재하여 게시하였다. 그런데 조직의 일원을 90년대생과 아닌 사람으로 나누어 구분하는 이러한 소통 행태는 과연 조직 내 소통에 정말 도움이 될까?

 

한때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이 사회생활을 하는 70-80년대생의 비교적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유행이었다.

'혹시 이 책 읽어봤어? 읽어봐. 정말 잘 맞는 것 같아.'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척하는 신흥 꼰대임을 커밍아웃하는 완벽한 한 문장이었다.

 

도대체 ? 사회생활을 시작한  얼마 되지 않았거나 이제 시작하려는 젊의 세대들을 이런 식으로 섣부르게 그룹화하려고 들었을까? 이러한 손가락 질은 겉으로는 배려를 가장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를 위축시키고 과거 방식으로 길들이려는 어설픈 조련 방법일지 모른다. 앞에서는 쿨한척하며 우리 생각의 차이는 '틀림이 아니고 다름이야'라고 외치지만 이러한 그룹화를 통해 우회적으로 너네들은 틀렸다는 지적을 하고 싶은 것이 아녔을까?

 

그러고 보면 90년대생 어쩌고는 80-90년대의 반공 포스터를 닮았다. 빨간색 얼굴을 하고 머리에 뿔 달린 사람을 보면 간첩신고를 하라는 반공 포스터처럼, 일단 젊은 사회인들을 90년생으로 손쉽게 집단화한 뒤 그 90년대생들을 경계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주었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도록 좀 더 노력해야 한다'였지만, 실제 속마음은 '기존 관습을 따르지 않는 이 발칙한 세대들로 인해 잘 짜여 있는 조직의 위계가 한순간에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였을 지도 모른다. 결국 70-80년대생들이 직장 내의 허리 층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이제야 겨우 내세우기 시작한 자신들의 권위와 지위를 위협받는 게 싫었던 것 아니었을까?

 

그러기에 90년대생들에 대한 특징적인 이미지는 이기주의적인, 배려가 부족한, 당돌함, 지나친 개성 등 온통 부정적인 표현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이러한 특징들은 매번 시대가 바뀔 때마다 적용되었던 그 시대의 젊은 층에 대한 묘사가 아니었던가? 70년대 미니스커트를 입어 사회의 뭇매를 맞던 때나 장발에 나팔바지로 어른들께 손가락질받던 80년대나 그 시대의 청년들은 늘 그래 왔다. 즉, 어느 시대마다 청년들은 늘 그 시대의 '90년대생'이었다. 그렇다면 정작 과거와 달라진 건 꼰대 세대 일지도 모른다. 예전 같으면 사회에서 허리 층을 차지하는 40-50대들은 전형적으로 가부장적인 가장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사무실에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며 어른 행세를 하고 사회생활이 바쁘단 핑계로 가정의 일에는 무심하면서도 남성의 우월성을 주장하던 모습에서 어쩌면 전형적인 꼰대스러움을 너무나 당연하게 보여주었고 한 가정의 생계를 오롯이 책임지며 큰 무게감을 이겨내고 있다는 점에서 또 그걸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한 마디로 꼰대임을 인정하는 꼰대였다.

 

하지만 지금으로 치면 빠르면 30대 중후반부터 40-50대 초반까지, 그러니까 70-80년대생들은 꼰대가 되길 부끄러워한다. 아니 어쩌면 두려워하는 것 같다. 최근 10년 동안 모바일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주축이 되는 인터넷 밈 문화에서 60년대생들이 꼰대로 조롱받는 것을 지켜봤고 또 그 문화의 주축이 되어 참여했던 탓이 아닐까? 어찌 됐건 그들은 자신이 꼰대가 아니길 원한다. 과거의 업무 방식도 바꾼다고 말한다. 상명하복식의 업무지시보다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통한 소통을 원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안 없는 비판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다'라는 말로 어설픈 반론은 원천 봉쇄한다.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척하지만 완벽한 대안 없이는 섣불리 아무 말도 못 하게 입을 틀어막고 싶어서가 아녔을까?

 

결국 그렇게 지금의 신흥 꼰대 세력들은 탁월한 조직력으로 젊은 세대들을 효과적으로 배척하고 있다. 새로운 방식으로 젊은이들을 길들이고 있으며 주눅 들게 하는 데 성공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좀 바뀌는 게 좋지 않을까? 차라리 꼰대이길 인정하자. 그렇지만 꼰대라도 쿨해지는 방법은 분명 있다. 이를 테면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나는 꼰대라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했으면 좋겠다. 미안하다.'

'의견 무시해서 미안하지만 그냥 이건 내 맘대로 하고 싶다.'

'지난번에 두어 번은 내 뜻대로 했으니까 이번만큼은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

 

꼰대로서의 공고한 지위가 흔들릴까 봐 우려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예전의 일하는 방식 그대로 쫓는 것은 매우 우려가 된다. 지금 나팔바지를 입고 장발을 하고 다닌다고 생각해봐라. 왜 일 하는 방식은 아직도 나팔바지 스타일로 하고 있는가? 이제 그만 젊은 세대들을 윽박질러 새로운 신흥 꼰대의 예비인력으로 만들지 말고 그들의 방식으로 일해볼 기회를 주는 게 어떠신지?



- Cover image : Designed by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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