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전화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날 때 즈음
세로에게서 전화가 왔다.
설마 하며 받았는데
역시나 잘못 걸린 게 아니다.
"엄마, 나 지금 좀 안 좋은데..."
"아... "
나는 할 말을 잃는다
어떻게 해주어야 하지?
한 시간 반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뚫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떻게, 혼자 집에 갈 수 있겠어?"
"혼자, 집에 있을 수 있겠어? "
(아직 세로는 집 현관 비밀번호를 모른다)
할 수 있단다.
갈 수 있단다.
있을 수 있단다.
아이는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다.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묘한 증상들을
그저 혼자 오롯이 겪으며 버텨내는 것 밖에는 없다는 것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방과 후 수업을 버텨내고
큰 도로 사거리를 지나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소파에 가 털썩 드러눕는 그 순간까지
퇴근 후 엄마가 달려오는 그 시간까지
오롯이 혼자.
마음이 아프고
한편으론 대견하고
정말 많이 컸구나.. 싶다
야속하게도 대학병원 예약일은 5월 17일에서
두 달이나 더 지나 8월로 미뤄졌다.
와중 나는 아직도 약을 먹일 자신이 없어서
미뤄진 날들을 원망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고통이 찾아올 때는
도대체 무엇이 맞는 건지 혼란스럽다.
내가 묵묵히 해낼 것은 과연 무엇인가?
오늘은 그저 더는 별일이 없길 기도하는 것 밖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