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하게 비추는 간접등을 좋아하지 않았다.
조명 하나만 켜 집을 밝히기엔 집은 너무 넓었고 빛이 필요한 사람이 많았다. 자연스레 난 당연히 밝은 빛을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독립을 한 지 한 달째, 처음으로 조명이란 걸 사 보았다. 조명 자체를 켤 생각을 하지 않아서 조명 갓이 색깔이 있는 것을 골라 조명의 모양 자체로 집에 어울리는 것으로 골랐다.
노란색 갓에 원목 받침대, 그 자체만으로도 공간의 색과 어우러져 마음에 쏙 들었다. 당근으로 발품 팔아 옮겨온 보람이 세 배는 더 있는 듯하다.
언젠가부터 잠을 자기 전 이 조명을 켜고 소파에 눕게 된다. 잠을 자기 전 예열시간이라고 할까.
침대에서는 핸드폰을 하지 말자는 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소파에 누워 노란 조명아래 핸드폰 액정을 졸릴 때까지 보고 있다.
핸드폰이 패드로 바뀌고, 패드는 더 넓은 화면의 TV로 바뀌면서 소파에 누워 멍하니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항상 화면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고 가끔 책도 보고, 배경음악을 틀은 채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는 때도 생기면서 동상처럼 서 있었던 조명의 불빛은 나와 친근해졌다.
노란색 불빛이 어느새 나와 비밀스러운 시간을 같이 하는 동료가 되었다.
내가 궁시렁궁시렁 혼잣말을 할 때도, 누군가의 뒷담화를 할 때, 남들 몰래 19금 영화를 보면서 긴장하고 있을 때마다 따듯한 불빛이 내가 있는 곳을 비춰주며 함께 비밀을 지켜준다.
가끔 술을 마시고 조명 아래 누워 잠이 들 때도, 하얀 백열등처럼 나를 눈부시게 하지도 않고 그대로 깊게 잠들게 해 버려 아침에 일어나는 불상사를 만들어 주긴 하지만.
꽤나 포근한 자리를 만들어 주는 이 요물 같은 조명 덕분에 홀로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아늑하게 느껴진다.
혼자 있는 게 외롭지 않아? 라고 누군가 물어보았을 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외롭다는 생각보다 매일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게 즐거운 것 같다.
내가 따듯한 조명 아래 머리를 정리하는 시간을 좋아하는구나,라고 깨닫는 것처럼
나는 생각보다 소파에서 뒹굴거리는 걸 좋아하는구나
설거지는 싫어하지만 옷을 세탁하고 널고 개키는 건 싫어하지 않는구나
정적을 싫어하진 않지만, 움직이기 시작하면 음악이던 소음이던 소리가 필요하구나.
퇴근 후 맥주 한 캔을 타는 게 기분전환이 되는구나.
사람들과 섞여 있을 때 알지 못했던 내가 좋아하는 것들
누가 나를 닦달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은 어떤 것들이 있구나.
생각보다 충족했고, 생각보다 행복했다.
혼자가 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외롭거나, 슬프거나, 또는 잠시간의 일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생각만큼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외로워진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고.
지금은 지금 이대로를 누리면서 살아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