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소년부 담당이었던 천종호 판사가 만난 여러 소년범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최근 청소년, 학교폭력과 관련된 사건들이 매체에 많이 언급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비행소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다. 최근 들어 소년법과 관련한 의견들이 분분하고 청소년 범죄, 폭력과 관련된 기사를 쉽게 접하면서 그들에 대한 분노, 혐오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럴수록 우리 사회의 소외된 비행소년에 대한 인식은 더욱더 부정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숨겨진 진정한 모습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어릴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무섭다, 못됐다고들 흔히 말한다. 청소년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 ‘요즘 애들’이라는 말로 청소년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렇게 점점 그들을 혐오하고 비난만 한다면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지며 또 다른 사회갈등을 부추길 뿐이다. 이 책에서는 요즘 청소년들이 과거에 비해 더 폭력적이고 잔인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생각 또한 마찬가지다. 과거에 비해 미디어 매체가 더 많아지고 빠르고 쉽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사건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보다 더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년범죄의 수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지만 앞서 말한 이유로 비행소년과 관련된 범죄 수도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언론과 각종 매체들은 충격적이고 자극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해자에 집중하고 피해자는 기억하지 못한다. 피해를 받고 난 뒤 다시 사회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피해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피해자가 또 다른 아픔을 겪지 않도록 사회 구성원들이 나서 진정으로 도와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보다 먼저 피해자에게 작은 도움의 손길을 베풀며 아픔을 함께 나누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최근 학교폭력과 관련된 사건들을 보면 자신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웃으며 폭행을 일삼는다. 이러한 모습을 웃으며 영상으로 남기고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SNS에 게시한다. 청소년들의 모습을 통해 공감 능력과 윤리의식이 결핍된 상태가 심각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방임과 학대 속에서 진정한 공감을 받아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채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누가 이 소년들을 그렇게 만든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 이 의문에 대한 대답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비행소년을 만든 부모, 가정, 한 사회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폭력을 배우고, 가정에서 자신의 존재를 무시당하며 사회 또한 이러한 문제를 쉽게 용인하거나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학교’는 일정한 목적, 교과 과정, 설비, 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학교마저도 그들을 외면해 버린다. 학생을 교육하고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곳마저도 청소년들을 외면한다면 그들은 어떻게 이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가? 그렇기 때문에 비행소년의 문제는 단지 청소년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그들을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으로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그들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바꿔야 할 때이다. 비행소년들에 대한 소년법 폐지, 처벌 수위 강화를 논하기 전에 가장 먼저 되어야 할 것은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이다.
나 또한 청소년에 대한 인식이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얼마나 그들에 삶 속에 큰 상처가 됐는지 이해하고자 했다. 비행소년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서 제도, 정책보다 우리 사회의 따듯한 시선이 필요하다. 주변의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살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또한 무작정 그들을 혐오와 비난의 시선을 바라보는 것에 반성해야 한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온 그들에게 관심과 사랑으로 그들을 지켜보아야 할 차례이다. 그들의 고립이 그만 될 수 있도록 우리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들이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어떤 분노가 잘못 표출되고 있는지 그들의 내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준다면 긍정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아이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계속된다면 그 힘이 가져오는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의 작가이자 그들의 사건을 담당했던 ‘천종호 판사’역시 소외된 그들의 진정한 얼굴이 어떤지 관심을 가지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그렇게 했을 때 아이들의 재범률이 현저히 낮아지며 심리적 안정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마땅한 처벌을 받고 난 뒤 사회로 복귀할 때 올바른 가정환경이나 교육환경, 사회의 도움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재범할 확률은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들을 조금 더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올바른 인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얼마나 무관심한지 인지한다면 조금 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소년범죄가 발생하면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부모, 가정, 학교도 비행소년들을 외면한다. 비행소년과 관련된 문제는 몇 년 전부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어 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제대로 된 대책조차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들의 비행을 예방하기 전에 가난과 불안정한 가정환경, 폭력적인 부모도 개선되어야 한다. 이제는 국가가 제도를 세밀하게 정비해야 한다.
비행소년에 대한 인식 변화가 그들의 범죄를 너그럽게 바라보고 용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 대한 용서는 피해자의 몫이기에 우리가 관여할 수 없다. 죄를 저질렀다면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비행소년의 문제를 마냥 우리 사회, 어른들의 문제라고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래의 우리 사회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들이 어엿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을 지켜봐야 한다.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지지 않고 어긋나지 않도록, 아픔을 씻어낼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관심이 이루어져야 한다. 비행소년의 내면에 있는 아픔은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잘 보여주는 지표다.
최근 청소년과 관련된 범죄, 폭행 등의 기사를 쉽게 접하면서 ‘소년법’ 자체의 폐지와 관련된 의견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소년법을 무작정 폐지해 버린다면 다른 법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청소년과 성인을 동등한 대상으로 바라본다면, 나머지 법의 영역에서도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년법을 채택한 것이다. 그러니 단순히 소년법 폐지를 주장할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년법의 처벌 기준을 강화하거나 연령대를 낮추는 등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 소년법의 법적 근거는 ‘국친사상’이라고 한다. 국친사상은 국가가 어버이처럼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뜻이다.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있다 해도 적절한 보호와 양육을 기대할 수 없는 소년에 대해서 국가가 부모를 대신해 보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국가마저도 그들을 외면할 수 없다.
그들은 성인보다 개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그동안 받지 못했던 따듯한 시선과 보호, 올바른 교육이 시급하다.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벌 후의 우리 사회가 그들을 어떻게 이끄는지도 중요하다. 처벌 이후 그들이 지낼 시설을 확충하고 끊임없는 관찰과 돌봄이 이루어져야 한다. 올바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호받으며 사랑받고 자라야 할 시기에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마음조차 나눌 수 없어 방황하는 아이들이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찰과 지지를 보내준다면 한 사회의 건강한 시민으로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저 비행소년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끝이 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잘못돼가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선뜻 나서서 그들에게 손을 내밀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손을 내밀어야 한다. 비행소년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무관심, 외로움, 상처를 볼 수 있다. 그들의 비행은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부도덕한 의식, 윤리의식의 결여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들을 만든 우리 사회의 모습과 제도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진심 어린 손길이다. 비행소년들이 가진 아픔을 함께 나누며 조금 더 건강한 사회가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