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
독서모임의 효능.
곰탕의 효능?
맛집을 찾아다닌다. 최근에 곰탕. 메뉴는 단 3가지. 수육, 곰탕 특곰탕. 조금 긴 줄은 팔짱을 끼고 기다린다. 허기진 배 때문인지, 왁자지껄한 분위기 때문인지, 맛집은 여지없다. 내 언어 한계를 느낀다.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어도 떠오르는 형용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함께 간 사람도 사라지고 음식만 먹는다. 정신을 차리고 한 마디가 터져 나온다.
“맛있다!”
여러 번 맛있다고 되뇌고 나가는 길. 결제를 하려 기다리고 있으면 (맛집은 계산도 줄을 서야 한다) 눈에 들어오는 글자들이 있다. “곰탕의 효능.” 활자 중독답게 계산도 잊고 읽는다. 빼곡하다. 면역력 향상. 관절을 튼튼. 원기 회복. 거기다 미용에도 좋고 노화노 늦춰주며,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고개를 끄덕이다. 뒤로 갈수록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참 좋은데, 말할 방법이 없었던 모양이다.
“다음 손님.”
계산을 하고 나니, 말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좋은, 효능을 잔뜩 적고 싶은 대상이 떠올랐다.
“독서모임”
독서모임의 효능.
식당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패널. OO의 효능이다. 만병통치약이다. 원기회복, 피부미용, 관절염, 신경통, 간건강, 면역력 및 눈 건강, 변비 예방, 중금속 배출, 숙취해소, 다이어트, 부기제거, 빈혈 해소 등... 독서모임의 효능을 한 번 따져보자.
1. 원기회복.
원기는 체력, 활력, 생명력을 뜻한다. 체력을 깎아 먹고, 활력을 짓누르며, 생명력을 사그라들게 하는 요소는 스트레스다. 책을 6분 정도만 읽어도, 절반 이상의 스트레스가 감소되고, 긴장이 풀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책을 읽는다면 원기회복은 준비된 셈이다. 수다는 인류 진화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누며 우린 공감하고, 연대를 형성하고 나아가 공동체가 된다. 날 공감할 이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렇게 위로가 된다. 수다는 곧 위로다. 독서모임은 두 가지를 한 번에 할 수 있다. 독서모임으로 스트레스를 덜어내니, 원기 회복은 당연하다.
2. 다이어트
들고다니는 책을 모두 읽는 것이 아니라, 들고다니다 보면 책을 읽게 된다. 읽기 위해서 늘 들고 다녀야 한다. 다이어트의 시작이다.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면 효과 만점이다. 거기다 우리나라 책이면 더 좋다. 다른 나라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책은 훨씬 무겁다(인쇄 품질을 높이기 위해 탄산칼슘(돌가루) 함량을 높인다). 독서모임이 다가오니 읽지 않으면 참석할 수 없어 들고 다닌다. 자연스럽게 운동이 된다. 다이어트는 결국 적당히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 하나 더 있다. 쉬는 사이 없이 수다를 떨면 엄청 허기진다. 살이 빠지고 있다는 증거다. 독서모임만큼 확실한 다이어트도 없다.
3. 숙취해소.
숙취는 에탄올이 분해되고 아세트알데히드 때문이다. 독서모임에서 쉼 없이 책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목이 탄다. 그럼, 자연스럽게 물을 먹게 되고, 아세트알데히드가 빠르게 분해되며 숙취를 해소할 수.... 이건 아닌 것 같다..
진짜 독서모임의 효능.
진짜 독서모임의 효능이 있다. 확장이다. 독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조용히 앉아 저자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고, 내 생각을 만들어간다. 혼자는 한계가 있다. 놓치기도 한다. 이때, 독서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놀랍다. 같은 책을 읽고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니. 하고 있다 보면 시야가 열린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이들, 다양한 생각을 인정하게 된다. 다양성에 대한 관용도가 올라간다.
독서모임을 전혀 읽지 않은 책을 읽게 된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읽고 싶은 책만 읽으면 책장이 무척 단조롭게 된다. 이때, 모임원들이 강제한 책을 읽으면 책장이 다채로워진다. 또, 인생 책을 만나기도 한다. 우연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던가.
혼자 가면 오래갈 수 없다. 함께 가는 이들이 있다면 멀리 갈 수 있다. 독서라는 참 좋은데 말하기 어려운 취미를 함께 나누는 이가 있다면 이보다 좋은 효능은 없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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