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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르슬라 May 30. 2023

2023년에 본 영화들

- 짧은 감상으로 충분하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영화를 그다지 보지 않고 있다. 내가 기대하는 작품들은 여름에 개봉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리는 중이다. 2022-23 시즌 남자배구를 보러 다니면서 취미생활에 할당된 에너지를 거의 몰빵 하다시피 해서 다른 걸 못했다. 그리고 영화보다는 OTT의 드라마 시리즈를 많이 보고 있다. 그 유명한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를 올해 들어서야 봤다.

하지만 영화도 보긴 봤다. 극장에는 2번을 갔고, 나머지는 OTT를 통해 몇 편 보았는데 각 잡고 리뷰를 쓸만한 작품이 없어 기록용으로 모아서 짧게 감상평을 남기려고 한다. 


이노우에 다케히코 - 더 퍼스트 슬램덩크


애니 덕후인 친구가 보러 가자고 해서 선뜻 따라나섰다. 먼저 뭘 하자고 말하는 법이 거의 없어서 기대도 꽤 했다. 40대인 나에게는 충분히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 오프닝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드인 송태섭의 삶을 맥으로 잡고 정대만, 강백호, 서태웅, 채치수의 흑역사를 애피타이저 수준으로 곁들였다. 애니메이션인 만큼 그림을 어떻게 그렸느냐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흠이 없다. 정말 잘 그렸고, 움직임도 매끄럽다. 음악도 좋고, 드라마틱하게 끌고 가는 플롯도 괜찮다. 그 유명한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오리지널 버전.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건 송태섭 이야기를 좀 덜어냈으면 어땠을까 싶은 것. 물론 운동하는 장면을 만드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겠으나 송태섭 개인사를 덜어내고 경기 장면을 더 집어넣었으면 나는 분명히 한 번 더 보러 갔을 것이다. 


김지훈 -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학교 폭력을 다룬 영화다. 개봉 당시 관심이 갔었는데 디즈니 플러스 이용권이 생겨서 봤다. 아이 한 명이 죽고, 이 죽음에 연루된 아이들과 그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그들 방식으로 보호하는 이야기이다. 대척점에 죽은 아이의 엄마와 임시 담임인 기간제 교사 송정욱(천우희)이 있다. <더 글로리> 많이들 보셨겠지만 이 영화에도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전혀 뒤지지 않는 악한 아이들 다섯이 등장한다. 큰 병원의 병원장 아들, 변호사 아들, 선생님 아들, 이 사건을 조작할 수 있는 힘과 돈이 있는 사람들의 자식이다. 반면 피해자인 건우는 엄마가 혼자 키우는 서민이고, 교사 송정욱도 자신의 임용권을 쥐고 있는 이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위치이다. 영화 중후반까지는 이들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는지, 인간의 위선과 추악함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똘똘 뭉쳤던 이들이 한결(강호창-설경구-의 아들)을 주범인으로 몰아가면서 분열되고 호창이 한결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끝에 아들을 구해내지만 실제 한결이 건우를 죽였다는 사실을 호창이 알게 되고 그 증거를 없애버림으로 인간의 자기 중심성의 끝을 보게 된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내 아이를 알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만하다. 하지만 캐릭터가 너무 전형적이고 스토리도 도식화되어 있어 진부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김태준 -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임시완, 천우희 조합이 맘에 들어서 봤다. 임시완이라는 배우도 타고난 재능이 남다르다고 생각되는데 선역도 잘 하지만 악역도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도 플롯 자체가 크게 매력 있는 편은 아닌데 천우희 배우가 맡은 나미를 보면서 겁나 속이 터지고, 임시완 배우가 맡은 준영의 치밀한 범죄 행위를 보면서 쫄깃해지는 맛이 있기는 하다.  영화 제목처럼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그걸 주운 사람이 사이코패스라는 게 문제, 돌려주기전 폰을 조작해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영상으로 볼 수 있게 만든다. 한 번은 볼만한 그런 영화.


신카이 마코토 - 스즈메의 문단속


나는 신카이 마코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너의 이름은>도 보면서 별로 재미가 없었다. 이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나에겐 별로 중요하지가 않아서 도대체 왜 이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내 동생이 전화를 해서는 꼭 봐야 한다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며 언니와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해서 당장 다음날에 가서 봤다는. 

영화를 보고 나와서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제일 처음 한 말.

"도대체 어디서 울어야 되냐?"

내일로 가기 위해서는 과거에 놓아주지 못한 묻어버렸던 나와 대면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우리도 오은영 선생님 덕에 다 아는 이야기 아닌가효? 그리고 운명적인 만남.. 이런 거는 나는 별로라고. 남몰래 지구를 살리기 위해 희생하는 것, 참 아름다운 이야기이지만 영웅담에도 그럴듯한 서사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재밌게 보신 분들은 죄송합니다..)

그래가지고 내가 너무 신카이 마코토에 박한가 싶어서 애니 덕후 친구 소환해서 하나 더 볼만한 거 있냐? 물어보고, 길지도 않길래 <언어의 정원>도 한 번 보는데..


신카이 마코토 - 언어의 정원


여주가 왜 말도 제대로 못 하고 학교를 빠지고 청승을 떨고 있는지... 자기 학교 학생인 걸 알면서, 자기한테 이성적인 호감이 있다는 걸 알면서 왜 선을 긋지 않는지.. 남자애는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여자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그렇게 좋아죽는지.. 어디에도 내가 이입될만한 구석이 없어...그림은 이쁘다..


앤서니 루소, 조 루소 - 그레이 맨


첩보 액션 되게 좋아하고, 라이언 고슬링 좋아한다. 근데 주인공이 갈등을 안해...그냥 주구장창 올곧아.. 안 죽어.. 눈요기는 되지만 심정적으로 이입이 안되니까 좀 지루한 느낌? 암만 영상이 이뻐도 시나리오가 어느 정도는 뒷받침이 돼야 볼 맛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


조나단 드미 - 양들의 침묵


이 영화를 이제야 제대로 보았다. 뭔가 스릴 있고 쫄깃한 거 보고 싶어서 본 건데 그래서 재미는 있었다. 재미있게 잘 봤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고 그렇진 않아서 간단히 리뷰. 이 영화가 91년 작품이니까 사이코패스 이런 개념이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이다. 근데 막 사람 얼굴을 잡아 뜯어먹고, 도려내서 가면으로 쓰고, 배의 뚜껑을 열어서 매달아 놓고.. 꽤 하드하다. 지금 봐도 잔인한데 그 당시에는 충격적이었을 수밖에 없겠다. 그래서 아카데미에서 상을 탄 듯. 그리고 젊은 조디 포스터의 미모는 진짜 엄청나더라는. 근데 캐릭터는 진짜 무모해서 불호이긴 하다. 마지막에 혼자 총 들고 들어갈 때 진짜 욕 튀어나왔다. 주인공이니까 살았지, 코엔 영화였으면 죽었음. 게다가 사이코패스 살인마 한니발 렉터(앤서니 홉킨스)한테 뭘 그렇게 전화 상으로도 절절매면서.. 렉터를 놓쳤는데 다른 범인 잡았다고 파티하는 거 보고.. 할많하않.. 






올해도 벌써 5개월이 지나고 여름으로 접어드는데, 본 영화가 몇 개 안 되기도 하지만 진짜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을 아직까지는 못 만났다. 이제 다시 좋은 작품들을 찾아서 보려고 한다. BBC 리스트에 있는 작품들 몇 개만 보면 되는데 일단 그것부터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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