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성립요건
만약 술에 취한 사람을 돕기보다는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우는 선택을 한다면 과연 어떠한 벌을 받을까요? ‘준강간죄’로 처벌을 받는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실제로 남녀가 술을 마시던 중 만취하여 자주 벌어지는 범죄이기도 한데요. 물론 이러한 범죄 의혹을 억울하게 받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다수의 성범죄는 남성들에게 매우 불리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고 뚜렷한 증거가 없음에도 피해 여성의 진술에 의존하여 유죄로 판단할 수 있기에 아무리 무고함을 호소하더라도 억울한 처벌을 받을 위험이 도사리는데요. 그래서 자신은 억울하다는 반복적인 주장보다는 초기부터 적극적인 대처를 하는 것만이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형법 제299조(준강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자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죄명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벌금형 선고가 불가능하기에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선처를 받지 않는 한 ‘무조건 구속’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준강간죄로 처벌을 받을 경우 형벌과 별도로 각종 보안처분을 함께 부과받을 수밖에 없는데, 대표적인 보안처분에는 신상정보 공개고지, 취업제한,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등이 이에 속합니다. 구속을 당하는 것은 물론 각종 보안처분까지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순간의 실수가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다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요.
판례는 준강간죄로 처벌하기 위한 성립요건에 대해서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이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로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인식 및 이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고의」도 인정’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5. 1. 30. 선고 2014노3517판결).
이를 기초로 준강간죄 처벌을 무죄로 방어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가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실제 의뢰인의 사례를 일부 각색하여 소개해보겠습니다.
“의뢰인은 20XX. XX. XX. 새벽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술집에서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술에 만취하여 잠이 든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준강간죄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의뢰인은 사건 당일 술집 룸에서 피해자와 상호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사실은 있으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자고 있는 피해자를 깨웠고, 이러한 과정에서 피해자가 신체접촉을 먼저 해오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상호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였다고 억울함을 호소하였는데요.
그러나 수사기관은 당시 술집에서 일명 ‘헌팅’을 통해 즉석에서 처음 만난 사이이고 나이 차이도 10살 이상이 나며 당시 피해자가 술에 만취했으며 성관계를 가진 공간도 술집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의뢰인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범행을 부인하면 당장 구속을 시킬 수도 있다며 겁을 준 사실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의뢰인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로 처벌을 받을 수는 없기에 성범죄전문변호사인 저를 선임하여 대응에 나서게 되었고, 저와 함께 수사 초기부터 억울함을 호소하며 적극적인 대처에 나섰던 사건에 해당하였습니다.
제 변호인의견의 요지는 피해자의 주장과 달리 우연히 술집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합석한 이후에 상당한 친밀감을 쌓은 후 상호 동의 하에 성관계를 하였으며, 의뢰인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더불어 의뢰인과 피해자의 성관계 당시 피해자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실제로 저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피해자가 당시 어느 정도 취한 상태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성적 행위에 관하여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이거나 의식을 잃은 상태인 ‘심신상실의 상태’는 아니었고,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인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도 않았다는 점을 여러 경위에 비추어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의뢰인에게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서도 이 사건에서 두 사람의 대화와 당시 상황에 비추어 보면 의뢰인이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해서도 피해자가 이 사건에서 주장하는 점과 관련하여 현재 경찰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 상 확인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하여 밝히자면 간음에 이르게 된 과정과 관련한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내용이 존재하며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되었을 가능성을 지적하였는데요.
이와 같이 형법 제299조 준강간죄가 성립하여 처벌하기 위하여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모두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지만 합리적인 의심 없이 충분한 증명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점을 강조하였죠.
이렇게 저는 의뢰인을 대변하여 수사 초기부터 피해자와 상호 합의 하에 성행위가 이루어졌으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는 없었다며 여러 필요한 법률주장을 하였고, 결국 최종적으로 준강간죄 ‘무죄 판결’을 통해 처벌을 피하는 기쁨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억울한 혐의를 받고 큰 위기에 빠졌던 의뢰인은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누명을 벗을 수 있었죠. 이처럼 성범죄는 초기 빠른 대비를 시작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잊지 마시기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