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노이 민언냐 Nov 09. 2023

Daum 인기 베스트 등극, 달콤함에 숨은 함정

일희희희적 삶                   일러스트by하노이민언냐

응? 조회 수, 무슨 일이야?

심장에 해로운 조회수 폭격, 일희일비적 삶에 충실한 1인은 현기증 난다. 들리는가? 하노이에서 퍼지는 만세 삼창!

베트남 오자마자 코로나의 역풍으로 시작된 반강제 격리 생활!

꼭지가 돌기 직전에 살고자 오픈한 기록용 블로그!

그리고 멋모르고 덤벼든 무모한 도전, 브런치 연재까지!

​하노이의 모든 게 무계획이다 못해, 충동적이었다.

일만, 이만, 삼만…… 오만 회? 그렇게 숫자의 노예가 되어간다.


하노이 라이프도 4년을 넘어 마무리 단계다. 마음 정리는 6개월 전, 한인 타운으로 이사 오고 이미 시작되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란 새마을적 슬로건을 곱씹으며 본격 운동 라이프를 연 것도 유종의 미를 얻기 위함이다. ‘베스트 버전 옵 마이셀프’로 귀국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랄까. 그렇게 쌓인 헬스장 경험기를 엮어 브런치에 냈다. 그런데! 조회수, 무슨 일이죠? 가볍게 오천, 육천 회에서 시작했다. 거기까진 훗, 기쁘지만 처음도 아닌걸요. 이 정도로 호들갑 떨지 않겠어.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의연하게 마이 웨이를 지향하… 자던 신념 따위, 바다에 던진 지 오래다. 밀리언부터 본격 설레발이 시작되었다. 한국이 월드컵 결승전에 올라도 이보다 뜨겁지 않으리라. 만회를 넘자 슬슬 순위의 노예가 되어간다. 계속되는 알람 폭격은 멈출 줄 몰랐다. 너덜너덜 심장이 남아나질 않아! 머나먼 하노이에서 들려오는 맑고 고은 만세 삼창은 결국 부산까지 퍼진다. 혼자만 즐기던 내적 짜릿함이 국경을 넘은 것이다. 누구도 못 말릴 집안의 경사! 체면이 뭐죠? 먹는 건가요? 뻔뻔한 자축의 포스팅도 블로그에 질러버렸다. 작은 기쁨에 탈골동반 어깨춤을! 미세한 슬픔에 회생불능 좌절을! 일희일비의 인간화! 댓츠 뢋잇, 잇츠미! 만 회에서 이만, 삼만 결국 오만 회로 달렸다. 브런치를 막 시작했을 때, 남편의 기상천외한 출장 선물을 고발(?)의 글이 순위에 오른 뒤, 오랜만이다. (‘선물계의 이단아, 남편이 돌아왔다’ 편) 하지만 사흘 만에 자취를 감춘 ‘선물 글’과 달리 ’ 베트남, 헬스장의 무법자들‘은 사흘 뒤인 주말까지 메인에 노출되었다. 미라클~ 이게 끝이 아니다. 닷새가 지난 화요일까지도 인기 베스트에 6위에 똿! 메인에선 섬광처럼 사라졌지만, 인기글로 닷새가 지나도 올라있다니! 캡처한 사진을 보고 또 본 건 안 비밀, 남몰래 지은 음흉한 미소는 못본척해주기​!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로 시작하는 브런치 재촉 알림을 아시나요. 부지런한 작가님들 눈을 꼭 감아요.


고백컨데, 지난 몇 달은 브런치에 성실하지 못했다. 아이들 기나긴 여름방학(6월부터 8월)과 한국 가족과 친구 맞이 등.. 변명에 변명을 차곡차곡 적립하고 쌓아가며 브런치와 멀어졌다. 블로그는 거의 매일 업데이트했지만, 브런치만큼은 써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기쁨보다는 해내야 할 숙제처럼 말이다. 글은 양을 이길 수 없다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의 브런치는 점점 뒷걸음질 치는 셈이었다. 처음에 일주일에 세 편도 쓰던 사람은 어디갔죠?일주일에 두 편, 한 편 결국 2, 3주에 하나도 겨우 쓰는 지경에 이른다. 그것도 글 올리라는 브런치의 (정중함을 가장한) 경고 알림을 받고 말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문득, 대가도 아닌 한낱 미물, 먼지 같은 무명 브런치인(人)에게 '압박'이 가당키나 한지 자문해봤다. 그렇다. 쓸데없는 번뇌 핑계일 뿐, 그저 게으름에 기대고 있을 뿐이다. 6킬로 덤벨은 한 손으로 번쩍번쩍 들면서 0그램 자판치기는 미루는 이유가 뭐냐 말이지. 결국 빙글빙글 맴도는 브런치의 압박감 따위 잊고 처음처럼 가벼워지기로 결심했다. 하 싫음을 누르고 억지 한 스푼을 더할 때, 좋은 건 딱 세 가지라 생각한다. 바로 책, 운동, 자기 계발이다. (인간관계, 일, 여행, 쇼핑, 말 등 무리하면 탈만 나지 뭡니꺄.) 미약한 글이지만 창작활동이란 미지의 세계에 발 아니 손가락을 들인 건 자기 계발적 영역이었다. 달콤한 Daum 인기글 등극은 알고 보면 게으른 손가락을 움직이라는 경고는 아닐까. 백 톤 무게의 귀차니즘에 맞서길 바라는 친절하지만 엄중한 경고! 일회용 ‘일희’가 아닌 장기적 동력으로 삼도록 말이다. 지금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흔적도 없이 소멸된 Daum 피버, 씨 유 어겐~ 그보다 부지런한 업데이트가 더 시급하겠지만……또르르.

피. 에스. 평소 Daum과는 친하지 않아.. 쿨럭... 순위 검색 조차 할 줄 모르는 Daum 문맹인! 블로그 이웃님이자 브런치 작가님께서 친절히 댓글로 알려주신 덕에  6위 등극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축하도 감사한데, 캡처까지 해주신 다정함에 무한 감동을 받았다. 역시 세상은 아직 살만해. 순위에 올라도 모르고 지나칠 뻔한 나, 반성하자! 남편에게 생색낼 모처럼의 기회, 놓칠 수 없지 말입니다. Daum아, 앞으로 내가 더 잘할게!






작가의 이전글 베트남, 헬스장의 무법자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