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나고야 공항에 도착했을 때 조금 어리둥절했다. 같은 검사를 세 번 연거푸 했기 때문이었다. 한 번은 지문 채취를 위해, 한 번은 여권 검사를 위해, 마지막은 “앞의 두 번의 조사가 맞지?”하는 대답을 듣기 위해. 그리고 모두 다른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검사를 진행했다. 왜 같은 검사를 세 번이나 하지? 한국은 국제 번호도 빨리빨리(82)다. 빨리빨리의 민족으로서 일본의 첫인상은 참 특이했다.
특이한 것은 또 있었다. 도로의 신호등들이다. 대체 어떤 소용이 있는 등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4개는 이해할 수 있다. 친절하게 5개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등이 여섯 개라니. 신호등을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나는 그때부터 나의 비상한 지능을 총동원해 그 이유를 밝히고자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을 알아내고 말았다!
직진 표시가 두 갠가?
나고야를 여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거리다. 사람이든 차든 정말 너무 한산했다. 그런 반면 어떤 공사장이든 안전 요원은 의외로 많았다. 좁은 골목에서 작은 공사를 할 때도 행인을 유도하는 안전 요원이 4 명이나 있었다. 좁은 골목에서 앞뒤로 2명이면 될 것 같은데도 그렇다. 혹시 둘이 담배를 피우는 사이에 한 명이 화장실에 간다면 끔찍한 사고가 나지 않을까? 그런 안전 제일주의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지하철의 안전 요원도 예상외로 많았었다. 한 명쯤은 안전 깃발을 든 채 집에 가서 낮잠을 자고 와도 모를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많은 인원을 배치했을까? 일본에서 돌아왔을 때 우리나라 지하철에는 안전 요원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왕복 8차선의 공사현장을 봐도 그렇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경광등을 흔드는 최첨단 마네킹 1 개와 사람 1명이 콜라보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첨단 마네킹을 활용하다니, 놀랍게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는 것이 있는 게 아닐까?
그것은 어느 유명 라멘 집에 갔을 때 분명해졌다. 이 라멘 집은 대기 줄이 어마어마하다는 곳이었다. 하지만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고, 독서실 같은 칸막이에 앉으면 종업원은 대나무 발 뒤에서 라멘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질문할 거 있으면 그냥 조용히 푯말을 건네라고 한다. 물론 화장실에서 휴지가 없다는 이유 따위로 종업원을 귀찮게 해서도 안 된다. 이런 체계라면 종업원이 그렇게 많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정말 종업원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아니 그렇다면 여긴 왜 종업원이 적은가?! 라멘을 팔 때는 안전 따위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인가?이건 어딘지 나고야 답지 않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 그리하여 나는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나고야는 완전고용 상태의 도시다! 공항의 검사를 늘려 인력을 세 배 더 배치한다. 신호등도 가능하면 표시 등을 많이 달아 제조 공장에서 직원을 더 많이 뽑을 수 있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하철과 공사장의 안전 요원도 넉넉하게 많이 배치한다. 그리하여 일하고 싶은 나고야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물론 그 때문에 유명 라멘집에서 일할 종업원이 부족한 사태가 초래되기도 하지만, 그건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그래서 거리에 차도 사람도 그렇게 없었던 것이었다! 나고야는 완전고용의 도시인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