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의 아일랜드 더블린 생활을 마치고 포르투갈로 이주한 지 이제 2주가 되어간다.
직장을 구하고, 비행기 티켓을 끊고, 비자를 받은 후에도 아일랜드를 떠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었다. 우리가 살던 집, 이웃들, 자주 가던 마트와 공원, 더블린 버스, 더블린 시내, 더블린에서 만난 사람들, 더블린 한인 교회, 주말마다 즐겨 찾았던 위클로우 산과 해안가 등등... 언제라도 늘 함께 일 것 같은 이 모든 것과의 작별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6년 전 두 개의 캐리어를 끌고 아일랜드 더블린 공항에 도착했었다. 한국보다 쌀쌀한 9월의 저녁 공기에 몸과 마음이 조금 움츠러들었던 그 첫날부터 매일매일 낯선 것을 마주하며 때로는 행복했고 때로는 괴로웠던 수많은 날들을 지나 이제 아일랜드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들이 내 몸의 일부처럼 제법 자연스러워졌을 때.
나는 아일랜드를 떠나 포르투갈로 왔다.
한국에서 아일랜드를 떠날 때 그랬던 것처럼 아일랜드를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도 거창한 포부라거나 목표는 없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나와 같은 결을 가진 사람을 만나 혼자가 아닌 함께 떠나왔다는 것이다. 같은 유럽 안에서의 이동이니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다른 나라에서 여행이 아닌 '살아보는 것'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우리는 생각했다.
포르투갈 리스본 공항에 도착한 첫날, 기대했던 대로 쨍하고 따사로운 햇빛이 우리를 반겼다. 낮 기온이 23-4도를 웃돌던 날이었다. 한 달 동안 우리의 거처가 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부리나케 반팔로 갈아입고 선글라스를 챙겼다. 불과 몇 시간 전 경량 패딩을 입고 비행기를 탔던 우리의 모습이 아득하게 느껴지고,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던 여름의 햇살을 다시 맛보는 이 상황 속에 우리는 꽤나 흥분하고 들떠있었다.
휴가를 온 것 같은 착각도 잠시. 그날 오후에는 2개의 뷰잉이 연달아 잡혀있었다.
더블린만큼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리스본도 요즘 렌트 경쟁이 치열해서 부동산과 렌트 관련 웹사이트, 앱을 통해 부지런히 연락을 취하고 뷰잉을 잡아야 한다. 떠나오기 전부터 집 상태나 시세 등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 여러 웹사이트와 앱을 들락날락거리면서 괜찮은 집이 보이면 뷰잉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했었다.
예상대로 답장이 많이 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열에 한번 정도는 답장이 오고, 뷰잉까지 연결되었다. 나라와 언어가 다르고, 우리 모두 포르투갈인이 아니며, 여기에서 집을 구해본 경험이 없으니 더블린에서 그랬던 것처럼 하나하나 새롭게 부딪혀 나가야 하는 것들이었다. 그래도 아일랜드에서 집을 구하며 별의별 경험과 고생을 다 해 본 우리라 그런지 이곳에서 집을 구하는 동안 웬만한 상황에서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으리라는 강단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