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 여기일 뿐 다른 더 좋은 시절은 없다.’
선승 임제 스님의 말이다. 예전엔 이 말이 뜬구름 잡는 것처럼 어렵고 이해가 안 됐다. 과거에 나로 인해 현재의 내가 있고 현재에 내가 있어야만 미래의 내가 있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경험이 있고, 나는 어떤 기억은 잊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 지금 나이가 들고 보니, 기억력이 현저하게 감퇴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방금 부탁받은 커피가 아아인지 뜨아인지 갑자기 헷갈리는 일이 심심치 않다. 많은 것들이 기억나지 않고 희미하다. 기억이 있었다는 흔적조차도 사라져 가는 기분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렇게 물리적으로 깨달음을 향해 가는 것 같은데, 자신의 나이만큼 깨닫는 자는 왜 이렇게 드믄걸까?